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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Sep 22.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221

9장 3일째 저녁

221.

 마동은 버려야 할 것이 많았다. 버려야 한다는 것이 있을 때 바로 버리지 못한 것이 그는 실수라는 것도 안다. 버려야 하는 것과 지니고 있어야 하는 것이 동일한 것이라 마동은 쉽게 어쩌지 못하고 있었다.


 마른번개가 먼 하늘에서 번쩍거렸다. 달려서 장군이가 있는 카페 앞으로 갔다. 장군이의 주인이 말한 산책할 시간이 조금 남아있었으므로 해변을 한 바퀴 돌았다. 사람들은 술을 마시고 토하고 소리를 질렀다. 쓰레기통은 넘어져서 그 냄새가 해변으로 퍼졌다. 쓰레기 같은 어떤 인간이, 넘치는 쓰레기통을 발로 찼다. 쓰레기가 해변으로 쏟아졌다. 해변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욕을 했다. 사람들은 쓰레기통을 그저 빙 둘러 돌아갔고 어디선가 해변의 경찰들이 와서 쓰레기 같은 인간과 언쟁을 벌였다. 쓰레기 같은 인간은 술은 취했지만 이 정도로 남들에게 교묘한 피해를 주며 권력에게는 큰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쓰레기 같은 인간은 무사유의 인간으로 머릿속에 ‘나 이외의 사람’라는 개념은 애당초 존재하지 않았다.


 쓰레기통은 곳곳에서 넘쳐났다. 공중화장실이 근처에 있었지만 그곳까지 걸어가는 것이 귀찮은 남자들은 넘쳐나는 쓰레기통에다 소변을 보았다. 심지어는 행인 쪽으로 페니스를 드러내 놓고 비틀거리며 오줌을 갈겼다.


 마동은 장군이가 있는 카페 앞으로 걸어갔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해안에 산책을 나온 사람들과 그들의 손에 이끌려 나온 큰 개들이 마동을 보며 심하게 짖거나 꼬리를 내리거나 했다. 마동이 크게 짖어대는 개들의 눈을 공허하게 만들었고 개들은 마동의 시선을 피하며 꼬리를 바짝 잡아당겼다. 큰 개들은 그에게서 무엇을 감지했다.


 개들은 분명 인간들과는 다른 불가사의한 형태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신진대사가 인간들보다 빨라서 인간만큼 오래 살지 못한다. 새는 더 빠르다. 새들을 보라, 음식물을 섭취하자마자 활공하며 배설을 한다. 개들은 그럼에도 그들의 삶에 비관적이지 않다. 오직 처음 본 주인에게 순종의 형식을 취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들에게는 오직 그들이 바라봐야 하는, 내가 꼬리를 흔들어줄 수 있고 혀를 내밀어 핥을 수 있는 주인이 있으면 그만이다. 대통령이 온다 한들 유명한 배우가 온다고 한들 그들에게는 중요치 않다. 개는 인간과 다르다. 인간처럼 사랑을 주고 빼앗고, 그 사이에서 상처를 받지 않는다. 믿어버린 가장 친한 사람에게 휘둘리는 인간과는 달리 개는 주인에게 맹목적이다. 그리고 그다음부터는 가치척도를 가늠하지 않는다. 어딘가에 웅크리고 앉아 요놈 어디 한 번, 하면서 자객의 눈초리로 지켜보지 않는다.


 누군가 개는 나이를 먹지 않는 아이라고 할 만큼 아이와 개는 어떤 면에서 비슷한 사랑의 방식을 지니고 있다. 그들과 하루 종일 붙어있지 않는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해야 한다. 이미 어떤 이들이 주인이라는 이름으로 자식처럼 보듬고 핥았던 개들을 건전지 버리듯 버리는 경우를 숱하게 봤다. 버려진 개들은 인간의 세계 속에서 인간에게 버림받았다는 이유로 야생을 맛보며 흉측하게 변하기도 한다. 개들은 동물의 영역에서 벗어났고 인간의 생활로 밀접하게 들어왔지만 인간이 아닌 인간화가 된 지구 상에서 가장 행복하지만 애매하고 안타까운 동물이 되었다.


 그래서 마동은 자신이 개를 키우지 못하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큰 개들이 마동을 보며 짖어 댔지만 그 모습 속에는 지정되지 않은 여러 가지 감정이 결여되어 있거나 많은 감정이 필요 이상으로 들어있었다. 개들은 주인들에게 큰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개들은 마동에게서 어떤 위협적인 모습을 감지해낸 것이다. 마동은 카페 안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의 의식으로 사람들의 무의식과 의식이 혼합되어 전해졌다. 해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은 대부분 술에 취해서 자신들의 생각을 구어와는 다르게 내뱉고 있었다. 해변에 나온 사람들에게는 마동을 향해 지나치는 개들이 크게 짖어대는 모습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들은 모두 바쁜 사람들이고 쓸데없는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우웅, 웅웅, 웅웅웅.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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