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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Sep 22. 2020

새우깡, 그 기묘한 쓰임새

음식 에세이

요즘 새우깡은 짜지 않다


손이 가요 손이 가는 새우깡은 비 때문인지 요즘 더 인기가 좋은 것 같다. 새우깡을 자갈치와 같이 사 먹었는데 새우깡과 자갈치는 맛이 좀 변했다. 뭐랄까 약간 건강해진 맛? 그러니까 짠맛이 많이 없어졌다. 혹시나 싶어서 며칠 있다가 다른 곳에서 하나 더 사 먹었는데 역시 짠맛이 덜 했다. 새우깡과 자갈치가 변심하고 짠맛을 확 빼버렸다. 흥.

약간 짠맛을 제외한다면 새우깡은 아직도 그 맛 그대로였다. 게다가 매운 새우깡도 나왔다. 하지만 봉지의 뒤편으로 가서 보면 그냥 새우깡에 들어가는 첨가제와 매운 새우깡에 들어가는 첨가제는 많이 다르다. 단순히 봉지 뒤편에 가미된 첨가제만 본다면 그냥 새우깡을 사 먹기를 바란다. 그냥(이라는 말이 웃긴다) 새우깡은 비록 한국산과 미국산의 새우가 섞였지만 새우는 가득하다. 이보게 차를 여기 새우게.


새우깡은 동네 호프집에서 안주가 나오기 전 기본 안주로 나왔을 때가 있었다. 새우깡은 정말 이. 만. 큼. 큰 새우깡 봉지가 있어서 그걸 들고 있으면 뭔가 해낸 것 같은 뿌듯한 느낌마저 든다. 아무리 먹어도 새우깡이 줄지 않기에 기분도 좋다. 호프집에서 새우깡이 기본 안주로 나오면 역시 기분 좋다. 먹고 더 달라고 당당하게 말해도 된다. 사실 맥주에는 새우깡만 한 게 없다. 편의점 앞 벤치나 파라솔에 앉아서 맥주를 마실 때 가장 좋은 안주가 새우깡이다.


예전에 학창 시절에 새우깡을 정말 좋아하는 녀석이 있었다. 이 녀석 새우깡을 얼마나 좋아하냐 하면 매일 손에 새우깡 봉지가 들려 있는데 심지어는 화장실에 대변을 보러 가서도,,,,,,.


집들이할 때에도 새우깡을 놓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 같은 걸 하게 된다. 포틀럭 파티를 할 때 새우깡 한 상자를 들고 간 적도 있었다. 그래서 한 봉지씩 뜯어먹는 게 아니라 봉지를 전부 다 뜯어서 상자에 다 쏟아서 먹은 적도 있었다. 그 집 파티에 온 사람들이 처음에는 전부 놀랐지만 시간이 지나고 술이 한 잔 두 잔 들어가고 나면 모두가 새우깡 상자에 손을 집어넣고 있다. 새우깡은 마지막까지 남아서 친구를 챙기는 그런 사람처럼 배가 불러도, 술이 취해도 상자의 바닥을 보일 때까지 사람들의 분주함에 의해 마지막까지 함께 한다. 이 모든 게 추억으로 남는다. 


반찬이 집에 없고 허기가 질 때 심지어는 새우깡을 밥 위에 올려 먹어도 맛있다. 정말 맛있다. 꼭 해보시길. 그러니까 식빵을 컵라면에 찍어 먹을 때만큼 맛있다. 식빵은 빨간 국물보다 하얀 국물의 컵라면에 찍어 먹으면 더 맛있다. 물론 개인적인 편견이다.


컵라면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새우깡은 그냥 먹어도 맛있는데 만약 '새우맛이 아주 많이 나는' 새우탕면을 먹고 싶다면 새우깡을 같이 넣으면 된다. 요컨대 편의점에 왔다. 컵라면이 먹고 싶어서 새우탕을 집었다. 그런데 새우탕 만으로는 새우의 맛이 덜 난다? 편의점에도 펄펄 뛰는 새우를 판다면 사 넣겠지만 그럴 형편이 못 되니 새우깡을 한 봉지 구입한다. 그리고 새우깡을 왕창 붓는다. 새우깡은 많이 넣으면 넣을수록 라면에서 새우의 맛이 가득 난다.

집에서 먹는다면 고춧가루도 좀 뿌리고 계란 노른자도 하나 넣는다. 그리고 파도 좀 썰어 넣고 뜨거운 물을 붓고 몇 분 기다린다. 마음이 급한 사람이라면 전자레인지에 넣어서 돌리면 된다. 그러면 새우탕이 정말 새우 맛이 가득한 새우탕이 된다. 보통 다이어트 때문에 국물은 다 마시지 않게 되는 사람도 새우탕의 국물에 빠져 버린다. 그렇다면 꽃게 맛을 느끼고 싶다면 꽃게랑을 넣으면 되는가라고 묻는다면 잘 모르겠다.

새우탕면이 다 익으면 계란이 풀어져 고소한 데다 고춧가루 때문에 매콤한 맛이 어우러질 때 국물에서는 새우의 풍미가 확 풍긴다. 국물을 버릴 수가 없다. 국물을 버리는 건 죄악이다. 밥이 있다면 말아먹으면 더 맛있다. 그리고 반 정도 남은 새우깡은 냠냠 거리며 아작아작 씹어 먹으면 된다.


1단계로 새우깡을 듬뿍 넣는다
고춧가루와 후추와 노른자도 넣는다
파를 썰어 넣고 뜨거운 물을 붓는다
와아 새우 맛이 가득한 새우탕이다
이렇게 국물까지 싹 빨아먹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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