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이 시대 최고의 공익적 활동 -1

결혼, 낭만도 쇼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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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이 시대 최고의 공익적 행동



시장에 넘쳐나는 싸고 좋은 물건들, 분명 세계화로 인하여 소비자의 복지는 증대되었고, 반면 기업의 생존율은 낮아지고 있다. 만일 시장이 소비자의 세계와 기업의 세계가 분리되어 서로가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 별 문제가 될 리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에게 가장 좋은 시절은 호경기 일 때이고, 호경기란 기업의 활동이 원활하게 돌아감을 의미한다. 소비자와 기업은 제로섬의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플러스 섬 게임의 당사자들이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을 보면 제로섬도 아닌 마이너스 섬의 경제가 진행되고 있다. 가격인하로 인한 소비자의 복지 증가를 1로 보았을 때, 기업의 이익이 1만큼 줄어드는 것이 아닌, 마이너스 승수효과를 불러 -1.5정도가 된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결국 다음 순환고리에서 소비자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또 0.5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결국 소비자의 복지도 줄어들고, 생산자의 이익도 줄어드는 그런 게임이 되는 것이다. 누군가는 지구환경과 천연자원 보존을 위하여 소비를 줄이게 하기 위하여라도 제품의 가격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먼저 가격을 올리는 기업은 생존이 의문시되는 상황에서 누가 가격을 올릴 것이고, 시장에 대한 모든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소비자는 가만히 있겠는 가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소비자로서 물건을 사기는 즐겁지만, 그런 나를 쳐다보는 생산자로서의 나는 마음이 무척 무거울 수 밖에 없다.


1 풍요로운 소비생활


가) 풍부해진 상품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제품의 수를 상상하여 보았는 가? 백화점이나 할인 매장에 가면 수만개의 물건들이 우리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하여도 상상하지도 못했던 물건들이 이제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다는 듯이 버티고 있으며, 우리는 그런 물건이 없으면 생활에 엄청 불편할 것처럼 익숙해져 있다. 컴퓨터가 그렇고, 핸드폰이 그렇고, 케이블 텔레비전이 그렇고,...... 일반적인 슈퍼마켓을 보자. 그 취급 품목이 3만종에 이르는 데, 이는 20년전의 2.5배에 이른다. 그런 제품들의 모델들이 얼마나 빨리 변하는 지 생각해보았는 가? 하나의 제품을 대를 물려서 쓰던 시대가 바로 엊그제였는데, 이제는 하루가 지날 때마다 새로운 모델이 나온다. 예를 들면 한국에서는 핸드폰이 한창일 때는 2-3일에 하나씩 시장에 출시되었다고 한다. 그러다 이제는 핸드폰의 시대마저 지나서 스마트 폰이 나왔다.

오늘날에는 고객이 최고의 가치가 되었고 생산자는 부차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젠 편리하고 재빨리 처분할 수 있는 상품을 생산해야 한다. 가치를 오랜 기간 동안에 구축하고 보유하는 대신, 즉 욕구 충족을 뒤로 미루고 합리적으로 계산된 가치를 축적하는 대신, 즉각적인 소비와 급속한 개선을 선호해야 하는 가치의 소비 모델이 등장한다.


하지만 슈퍼마켓에 없다뿐이지 우리가 살 수 있는 것이 어디 상품뿐이랴. 과거에는 그야말로 가진 자들의 과시적 소비로만 여겨졌던 예술마저도 이제는 상품의 범주에 들어가고 있다. 예술과 예술가를 시장에 빼앗긴 문화는 공유하는 의미를 스스로 해석하고 생산하고 창조할 수 있는 강력한 목소리를 상실했다. 이런 문화적 고사 상태의 의미를 사람들이 처음으로 절감하게 된 것은 1960년대에 들어오면서부터이다. 앤디 워홀이 캠벨사의 수프 통조림같은 상품을 그려서 예술 작품이라고 내놓았을 때 전통 문화는 벌써 소비문화로 이행한 지 오래였다. 한때는 시장이 추구하는 가치에 강력한 반기를 들었던 예술이 이제는 시장이 내세우는 가치의 가장 중요한 전달자, 가장 충실한 하수인이 되었다. 비상업적인 가난한 예술혼의 작가들이 창의적인 작품을 만들어내느라 여전히 고심하고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작가는 이제 더 이상 가난하지만은 않다. 또 그런 작가들이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구상해낼 필요도 없어졌다. 오늘날의 엔터테인먼트 세계에서는, 크리에이티브 상품이 마치 주인을 기다리는 금맥처럼 눈앞에 보이는 시장을 정확히 반영하는 전략적 조사분석 과정을 통해 양산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는 곧 문화산업이라는 말의 등장으로 대변한다. 이전에는 인간본성의 가장 고급한 특성으로 소수의 특권층과 향유하던 예술은 ‘소비자들이 지불할 의사’만큼을 인정하는 상품으로서 인정을 받아야만 하게 되었고, 예술가 또한 문화라는 경제 분야에서 경쟁을 하기 위한 생산자로서 간주되기 시작하였다. 심지어는 수천년의 역사를 가진 문화 유산조차도 관광객들이 얼마나 입장료를 낼 의향을 가졌느냐에 따라서 그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도 있다. 수요와 공급의 원칙이 지배받는 문화시장에서 예술과 오락의 구분은 무의미하다. 이제는 이 모든 것을 통털어 문화산업으로 불리우면서, 다가오는 디지털 시대의 중요한 생산수단으로 변모할 뿐이다.


따라서 문화자본이라는 말이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문화는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문화적 가치를 저장하고, 이를 통해 인간에게 편익을 제공하는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어 문화적 자본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문화자본은 다른 물적 생산 요소와 결합하여 고부가가치의 상품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서비스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문화산업의 생산자들(전통적 의미의 예술가를 포함하여)은 이제 그들의 문화가 시장에서 소비되기 위하여, 철저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는 고도의 사업가가 되어 있다. 흔히 우리가 말하는 콘텐츠 시장이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그 콘텐츠 시장은 음악, 출판, 공연예술, 스포츠, 영화, 방송영상물, 게임, 박물관, 미술작품,등등을 포함해서 지적 재산권의 영향을 받는 모든 분야라고 보면 될 것이다.


문화는 그래도 언제나 구매를 전제로 한 행위였다면, 이전에는 살 필요가 없었던 시간, 안전, 그리고 인간관계가 새로운 쇼핑 품목으로 등장하였다.

우선 인간관계의 구매를 찾아보자. 인터넷에는 상품을 매개로 한 동호회들이 수없이 많다. 자동차의 특정모델을 소유한 사람들의 동호회(카니발 동호회, 카 오디오동호회, RV동호회, 스포츠카 동호회, 오토바이 동호회 등......), 취미 동호회로는 사진(디지털카메라 동호회, 디지털 캠코더 동호회......). 아마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에 대한 동호회를 찾아볼 수있을 것이다. 이런 동호회의 대부분은 실제 오프라인 모임에는 참석하지 않고, 온라인으로만 서로 교류를 갖을 것이다. 이러한 동호회에서는 회원 각자가 개인적인 관계를 맺을 확률은 극히 희박하다. 전혀 없다는 것이 아니라 전체 회원 수에 비하여 단지 인터넷상으로나마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친분관계를 맺는 사람이 적다는 것이다. 아마 그런 관계를 가질 수 있는 사람은 그 동호회의 핵심멤버정도들 일 것이다. 이렇듯이 각 개인은 무수한 동호회에 가입할 수도 있고, 또 조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만일 내가 어떤 동호회를 만들었을 때 ‘얼마나 많은 회원들을 가입하게 하는 가’는 잠재적인 회원들의 바람을 ‘얼마나 충족시켜 줄 수 있는 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특히 이러한 문제는 기업에 있어서 중요한 문제로 부각한다.

사이버스페이스 경제에서는 물건과 서비스의 상품화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인간 관계의 상품화이다. 빠른 속도로 정신없이 변하는 네트워크 경제에서 고객의 관심을 묶어둔다는 것은 그들의 시간을 최대한 통제할 수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았던 불연속적 시장거래로부터 시간위에 무한히 펼쳐진 관계를 상품화하는 방향으로 새로운 상업 활동의 중심축이 이동하면서, 우리의 일상 생활은 점점 이해 득실과 타산의 노예가 된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중에 가장 대표적인 새로운 쇼핑 품목은 바로 ‘짝짓기’라고 볼 수있을 것이다. 이전에 결혼이란 주변 사람들이 소개시켜서 하는 중매 결혼이나, 스스로 만나서 사랑을 느껴서 하는 연애결혼이 주종이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바로 ‘결혼정보회사’라는 것이 생겼다. 결혼정보회사란 결혼을 하고자 하는 남녀의 정보를 보관하여서, 서로가 원하는 조건이 비슷한 상대의 프로필을 교환함으로써 이상적인 배우자와의 만남을 주선하는 회사이다. 회비가입은 상당히 비싼 편으로 대표적인 회사인 경우에는 100만원이 넘기도 한다. 우리는 이를 ‘결혼시장’이라고 부른다. 돈많고 학력이 높은 남자나 예쁘고 섹시한 여자는 결혼시장에서 잘 팔리는 좋은 상품이다. 요즈음의 젊은 여자들은 살을 빼기 위해서 굶기를 밥먹듯이 하고 예쁘게 보이기 위해서 얼굴과 몸도 서슴치않고 뜯어고친다. 경제학자들이 보기에 이 모든 것이 결혼시장에서 자신의 상품가치를 높이기 위한 과정이다. 결혼시장의 소비 과정을 간단히 소개한다. 쇼핑을 위한 가입비로 입회비를 내면, 중개회사는 쇼핑 품목(적당한 상대방의 인적이 담긴 사항)을 넘겨준다. 이를 받아본 사람은 그중에서 어느 품목(한 사람)을 구매여부를 타진하기 위하여 실물을 보려고 할 것이다(만남을 주선). 이 때 다행히도 구매를 좀더 신중히하기 위하여 검토를 필요로 할 수있을 것이다(연애기간). 최종적으로 구매를 결정하기로 한다면 그 구매과정은 종료된다(결혼). 단지 이 과정이 일반적이 쇼핑과정과 다른 점이 있다면 쇼핑은 소비자가 구매의사를 결정하는 것으로 끝이지만, 결혼시장의 경우는 소비자가 구매의사를 결정하였다 하더라도 대상자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점이 다르다. 결혼정보회사의 주요 고객은 결혼할 사람의 부모가 고객이 아니라 결혼할 사람이 고객이고, 쇼핑 품목에 나타난 조건을 고르는 사람도 결혼할 사람이라는 것이 그 증거를 나타낸다고 볼 수있다. 백화점, 인터넷 쇼핑, 텔레비전 홈 쇼핑 모두가 반품에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 짝을 찾는 쇼핑. 이 분야의 반품율(이혼율)도 결코 거기에 못지않은 반품율을 보이고 있다.


스타벅스는 그 들의 회사 규모가 점점 커지자 소비자에게 좀더 쉽게 접근하고자 브랜드 마케팅을 시작하였다. 그 때 그들의 모토는 광범위한 유통망을 구축하는 데 치중하기 보다는 ‘커피의 낭만’에 대하여 교객을 교육하기 시작하였다. 맛의 낭만, 서비스의 낭만, 분위기의 낭만이다. 이제 낭만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있는 존재가 아닌, 쇼핑의 한 품목이 된 지 오래다. 인간의 촉촉한 감성은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상품의 포장속에서 구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는 데, 감성의 엣센스적 결과인 결혼을 거래하는 것이 더 이상 낯설 수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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