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은 낮아지고 쇼핑 방법은 다양해지고
나) 낮아진 소비재 가격
우리는 컴퓨터나 비디오 등 첨단기기의 가격만 계속 하락한다고 생각하지만, 디플레이션 추세는 기존 제품에도 영향을 미쳤다. 78-80년대만해도 설빔, 추석빔이라는 말이 있었다. 옷이나 신발은 연중 명절 때 주로 사는 선물이었다. 그만큼 값이 나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옷이나 신발은 언제든지 살 수 있는 정도로까지 떨어졌다. 길거리 상점에 가면 하이힐이 1-2만원이다. 남자용 구두도 2-3만원이면 얼마든지 괜찮은 물건을 산다. 등산복이나 등산화도 가볍게 20만원정도 했지만, 이제는 상당한 고가의 제품아니면 그저 4-5만원이면 넉넉해졌다. 그 전에는 유럽 브랜드고 독일이나 이태리에서 생산되었지만, 이제는 웬만한 브래드도 베트남 아니면 중국산이다. 가격이 떨지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게 되었다. 미국에서 의류 가격은 1993-2004년 사이 10년간 10퍼센트가 떨어졌다. 구매된 의류의 수도 급격히 증가했는 데, 1996년과 2001년사이에는 73%까지 증가했다. 소비자들은 자주 새 제품을 구매했고, 기록적인 비율로 옷을 버렸다. 2001년 미국의 소비자는 매년 보통 48벌의 새옷을 구입했다. 굿윌 임원들은 1990년대 소비자들이 옷을 버리는 비율이 매년 10%까지 증가했다고 보고한다. 의류는 마음대로 버리고 언제라도 구할 수 있는 상품이 되었다. 1993년 이후 백화점 가격은 거의 1/3로 하락했고, 내구재 가격은 57%까지 하락했다. 월마트의 꾸준한 가격하락 압력 때문이기도 한데, 월마트는국내외에서 노동을 착취하고, 트럭운송 비용에 대한 정부 보조금을 이용하며, 환경피해는 계산에 넣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은 우리의 몸에 익은 옷처럼 항상 익숙해져왔기 때문에 별 불편없이 살아왔다. 왜냐하면 우리도 점점 더 많은 돈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했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보아도 우리는 물가가 떨어지는 경험을 하기에는 너무 오래 전의 일이었다. 16세기부터 19세기까지의 자료를 보면 대략 엇비슷하게 50년 정도는 인플레적인 해였고, 50년 정도는 디플레적인 해였다. 그러니까 물가의 상승과 하강 (참고 : 경기의 상승과 하강을 의미하는 경기 순환이 아님. 일반적으로 보면 경기 하강기에도 물가는 하락하지 않았음. 다만 물가 상승률이 낮아졌을 뿐이다)은 일반적인 현상이었다고 볼 수있다. 하지만 20세기에 들어서는 초기에 잠시만 (영국의 경우) 디플레적인 해가 있었을 뿐, 나머지는 지속적인 인플레적인 해였을 뿐만 아니라, 금세기의 인플레는 과거 4세기 동안의 인플레를 합친 것보다 심했다. 따라서 우리에게 인플레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고, 물가와 더불어 실질 소득이 오르는 것도 당연한 것이었다.
그런데 현시대의 소비자들은 어느 시대의 소비자들이 전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소비를 경험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품질을 올라가면서 가격은 내려가는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하게된다. 기술의 발달, 정치적 이데올로기의 붕괴 그리고 세계화가 바로 소비자의 천국을 이끌어낸 원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기술의 발달은 제품을 보다 값싸고 품질 좋게 만들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놓았다. 예를 들면 전자제품은 앞서 말한 무어의 법칙에 기반한 메모리의 획기적 향상으로, 운송업은 대량의 물건을 보다 빨리 운반할 수 있는 기술의 확보하였고, 자동차산업은 로봇공학의 발전에 힘입은 대량 생산기반의 확보로 대량생산하면서도 주문생산이 가능한 정도로까지 생산기술은 발전하였다.
정치적 이데올로기의 붕괴는 자본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자유진영과 사회주의를 기반으로 공산진영으로 지구를 갈라놓았었다. 그러나 사회주의의 붕괴는 온 지구를 자본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경제체제로 묶었으며, 기업 간의 무한 경쟁구조가 지구상의 유일한 경제 제도로서 자리를 잡게 되었다. 특히 중국의 경제개혁은 그 막대하면서도 저렴한 인구구조로 지구의 공장이 되면서 세계적인 과잉생산을 이끌었고, 또한 가격하락을 주도하고 있다. 중국의 영향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 분명하다.
세계화는 그동안 국경으로 막혀있던 각종 장벽들이 사라지면서, 정보와 물품의 유통이 자유스러워졌다. 따라서 물론 아직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점차 무역의 대표적 장벽이었던 관세는 낮아지고 있으며, 아울러 비관세 장벽도 철폐되고 있는 과정이다. 아울러 각 나라별 경제적 특성도 점차 사라지면서, 거의 강제적으로 경제적 제도도 표준화되고 있으며, 특히 경쟁우위에 입각한 소비자 복지의 향상을 위주로 하는 자유경쟁이 기업 활동의 지표로 적용되고 있다.
다) 다양해진 쇼핑
소비자 천국이란 단순히 좋은 물건을 싸게 살 수 있는 것만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또 하나의 특징은 ‘정말 편하게’ 살 수 있다는 사실이다. 쇼핑 수단의 다양화는 장소의 다양화, 구매물 형태 및 지불방법의 다양화 등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우선 장소적 관점에 보면 과거에는 시장으로 국한되었던 쇼핑장소가 이제는 전통적 의미의 시장은 물론이고, 백화점. 할인점. 쇼핑 몰. 인터넷 쇼핑 .홈 쇼핑 채널. 경매 등의 다양한 장소에서 할 수 있게 되었다.
소비문화의 발달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의 하나는 19세기 중엽 백화점의 출현이다. 공장이 등장함으로써 수작업보다 더 많은 상품을 더 빨리 만들 수있게 되고, 따라서 보다 효율적인 판매가 요구되었다. 어떤 물건이든 살 수 있는 거대한 상점의 출현은 사실상 산업화의 영향이다. 백화점에서의 쇼핑은 이전과는 매우 다른 경험이 되었다. 가격이 고정되었으며, 자유롭게 들어갈 수있고, 돈만 있으면 누구나 똑같이 대접받았다. 정찰 가격제는 과거 구매의 특징이었던 끊임없는 입씨름과 흥정이 사라졌음을 의미하며, 자유로운 출입은 물건을 사야하는 의무가 사라졌음을 의미한다. 이는 근래 쇼핑객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숙어인, ‘그냥 둘러보고 있어요“라고 말할 수 있는 필요조건이다. 새로운 상점의 거대한 규모와 범위는 이 환상적인 궁전에 독창적으로 진열된 전시품에 매료된 채 수 시간동안 돌아다닐 수 있음을 의미한다. 쇼핑객은 물건이 필요할 때만 상점으로 들어가는 적극적 흥정가로부터 구매 의무없이 상품을 마음대로 훑어볼 수 있는 고정 가격의 수동적 수용자로 바뀌었다. 쇼핑객은 백화점이 출현함으로써 멋있게 진열된 상품에서 나오는 매혹적 향기에 빠져 압도된 채 꿈같은 상태에서 머물 수있게 되었다. 쇼핑객은 황홀경에 빠져 매혹적인 옷을 살며시 입어볼 수도 있다. 모든 계급의 사람들이 입장할 수있으며, 따라서 각 계급은 각자의 방식으로 이른바 ’사치의 민주화‘를 통해 일종의 소비성을 성취할 수있다.
백화점이 모든 사람이 모든 물건에의 접근을 용이하게 하는 소비의 민주화를 이룩했다면, 쇼핑 몰은 소비의 엔터테인먼트화하였다고 볼 수있다. 백화점이 주로 여성을 위한 공간이었다면, 쇼핑 몰은 온 가족을 위한 전천후적인 공간으로의 확장이라고 할 수있다. 여러개의 백화점, 전문 할인매장, 수십개의 스크린이 있는 극장, 식당가, 전자 오락장등이 모여있는 쇼핑 몰은 이제 온 가족이 주말에 모여서 즐길 수 있는 장소가 되었다. 쇼핑이 주목적이기는 하지만, 굳이 쇼핑을 즐기는 엄마와 딸을 위한 장소에서 아버지와 아들도 적당히 즐길 수 있는 꺼리가 있어서, 여성은 여성대로 쇼핑을 싫어하는 남성과 동반하여야 하는 부담을 덜고, 남성은 남성대로 억지로 따라나서야 하는 곳이 아니라, 모두가 즐거운 마음으로 찾아가는 곳으로 진화하였다. 세계에서 가장 큰 쇼핑 센터라고 불리우는 카나다의 웨스트 에드먼튼 몰은 약 800개의 상점, 110군데 이상의 푸드 스탠드나 레스토랑이 있고 각종 오락 시설과 스포츠를 즐길수있는 시설이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으며 Goumet World에서 세계 각국의 요리를 캐나다식의 패스트 푸드로 먹을수 있다. 그냥 걸어서 구경하는 데만도 이틀이 꼬박 걸릴 정도이니, 이 쇼핑몰만 하여도 왠만한 도시에 머금갈 정도라고 하겠다. 그루언전이(gruen transfer) 라는 병이 있다. 초창기 쇼핑몰을 건축했던 건축가의 한 사람인 그루언의 이름을 따서 붙인 이 병은 분명 살 물건을 정하고 쇼핑을 나갔던 사람이라도 물건을 보고 돌아다는 동안 계획에도 없던 것들을 충동적으로 사고 돈을 낭비해버리는 현상을 일컫는다. 사회학자들은 현대식 쇼핑몰이 생기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목격하고 그와 같은 이름을 붙였는 데 사실은 그 병 덕분에 쇼핑몰이 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오프라인이 대형화를 통하여 한 곳에서 모든 것을 구매하는 원스톱 쇼핑과 엔터테인먼트화를 추구하는 동안에, 온라인은 주로 구매의 편리화에 중점을 두고 발전하면서, 그 가능성 여부를 탐색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있다. 온라인 쇼핑의 장점이라면 1) 물리적 제한을 받지 않는 무한한 전시공간, 2) 저렴한 가격 3)편리한 쇼핑이라고 할 수있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바야흐로 소비자는 앉아서 세계의 시장을 둘러보고, 가격을 비교한 뒤 안방에서 구매를 할 수 있는 사이버 소비자의 시대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무엇을 사든간에 컴퓨터앞에 앉아서 키보드만을 두드리면 원하는 물건을 가장 저렴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는 데, 구태여 힘들여서 시장에 갈 필요가 있을까? 기존의 백화점이 기껏해야 2-3만종의 제품밖에(?) 전시하지 못하지만,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그 10배가 넘는 25만종의 상품을 올려놓은 곳도 있다. 게다가 무거운 물건을 들고 여기저기를 헤매면서, 주차장까지 가야하는 불편도 없다. 물론 번거롭게 상점의 점원과 가격을 흥정할 필요도 없다. 아마존에 들어가면 내가 이미 주문했던 책을 분석해서 취향에 맞는 도서를 추천까지 해준다. 무엇보다도 인터넷이 소비자에게 주는 가장 큰 혜택은 제품에 대한 정보를 철저하게 제공한다는 점이다. 소비자는 웹사이트를 서핑하면서 제품에 대한 정보를 가장 적절하게 제공하는 사이트를 찾아내고, 구매하기를 좋아한다. 따라서 기업들은 경쟁적으로 자사 제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때로는 타사 제품과의 비교도 서슴치않는다. 그래야만 보다 많은 소비자를 자사의 사이트로 유인할 수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오픈된 경쟁구조로 말미암아 소비자는 제품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완벽하게 파악할 수 있어 소비자의 힘이 강해지고 있다. 소비자가 정보를 구할 수 있는 곳은 비단 생산자의 제품에 대한 사이트만이 아니다. 동호회 사이트에 들어가면 수많은 회원들이 올려놓은 제품 품평도 엄청나게 많다. 필자가 자주 들어가는 디지털카메라 동호회의 경우는 회원이 10만명이 넘고, 매일 올려지는 기사의 수만해도 수백개에 달한다. 인터넷의 사용자는 2015년도에만 해도 전 세계적으로 31억5천만명이 넘고, 남녀구분이나 나이를 차이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전자 상거래의 규모는 2015년도에는 한국에서 등록된 인터넷 쇼핑몰의 고객 수가 1억 1천만명이 넘을 정도로 급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이제 전자 상거래는 생활을 한 부분으로 확실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서 모든 사람이 인터넷을 이용한 쇼핑을 할 거라고 여겨지지는 않는다. 아직도 사람들은 직접 물건을 만져보고, 경험한 후에 구매를 하는 방식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결국은 소비자 관여가 적은 제품, 즉 일상적으로 반복적으로 구매하는 저가의 제품은 인터넷을 통한 구매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고관여 제품 즉 구매빈도가 높지 않고, 가격이 높은 자동차, 냉장고, 가구등의 제품은 인터넷을 통하여 정보를 수집하지만, 여전히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경험한 후에 구매하는 성향을 보이고 있다.
다음으로는 최종 구매물의 형태가 다양해졌다. 물론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는 의류, 신발, 가방등의 형태를 갖춘 제품은 여전히 일정한 물리적 특성을 가진 채로 구매가 이루어진다. 그렇지만 단순히 사람들이 물건만을 사는 것이 아닌 경우도 많다. 예를 들면 자동차의 항법장치라 불리우는 네비게이션의 경우는 지도정보와 교통정보를 꾸준히 업데이트해야 하는 후방 서비스와 아울러 자동차에 대한 A/S도 같이 판매되고 있다. 특히 최근들어 거래의 빈도가 높아가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경우를 보자. 실제 소비 가능한 엔터테인먼트 상품은 극장, 케이블 T.V, 소규모 지역 방송사등을 통하여 콘텐츠를 전달하는 통로가 이용가능하다. 이를 소비자들이 실제 사용하는 단계에서는 영화, HD T.V., 스마트 폰, 전자책, P.C,등을 통해 소비자는 엔터테인먼트 상품을 소비한다. 즉 문화산업의 전반적인 내용들은 콘텐츠라고 하는 디지털화 형식을 거침으로써 이전에는 사람의 손을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것으로 알았던 예술적 작업이 컴퓨터를 통하여 이루어지는 분야가 많아짐에 따라 전달 수단이 다양화되고 있는 것이다.
셋째로 지불형태의 다양화이다. 현금이나 현물 거래방식이 신용카드의 등장으로 보다 다양화되어 일시불, 할부금이 언제나 선택가능하며, 할부기간도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다. 이렇게 신용카드사가 소비자와 판매자사이의 신용을 중개하는 것이 일반적이기는 하지만, 최근들어 유통기업의 규모와 영향력이 커져가면서 유통기업에서 소비자에게 물론 판매자가 주는 외상결제도 있다. 소액의 경우에는 스마트 폰을 통해서 결재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특히 은행이나 제3의 결재 중개자가 지급을 보장하고 현금의 특성인 익명성, 상대성, 유통성을 그대로 간직하면서, 거래내용에 대한 디지털 정보화가 가능한 전자화폐의 등장은 비대면적인 전자상거래의 불안감을 해소시켜주고 있다. 전자화폐를 사용하면 소비자는 이전처럼 동전이나 지폐를 지갑에 넣고 다닐 필요가 없어지며, 물건값을 치를 때도 신용카드를 쓸 때처럼 불량자를 사전에 체크해야 한다던가, 승인을 받아야 한다던가 할 필요가 없으므로 지불시간 또한 단축된다. 그리고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사용가능하기 때문에 유용성이 확보될 수 있으며, 이용한도 설정이 가능하고 거래내역 기록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용하는 이용자들의 입장에서는 금전관리가 용이하다. 또한 돈을 송금할 때도 은행까지 갈 필요가 없으므로 송금수수료가 필요없으며, 인터넷을 이용하면서 동일 네트워크상에서 대금지불이 가능하기 때문에 편리성이 증대되는 등의 이점이 있다.
바야흐로 어디서든, 어떤 물건이든 현금이 있든 없든 간에 쇼핑이 가능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 곳이 현실세계의 쇼핑센터이든, 가상 세계의 쇼핑센터이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 모든 조건은 완벽하게 준비가 되어있다. 문제는 ‘얼마나 소비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 가’ 만이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