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이 시대 최고의 공익적 활동 -3

살기 위하여 쓰는 게 아니라, 쓰기 위하여 산다

브런치표지.PNG

라) 소비의미의 변화


이렇듯 다양하고 풍부하게 변한 소비시장에 대단한 변화가 일어났음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한 모든 변화의 근저에는 ‘소비주체의 변화’가 있다. 가족이 항상 모여 있어서 서로를 위하며 살던 시대에는 당연히 모든 소비의 목적에는 항상 가족이 우선이었다. 그리고 결정권은 항상 ‘엄마’였다. 아버지는 소득을 만들기는 하지만, 대체로 집안 내부의 대소사는 주부가 관장을 하였음으로 당연히 가족 내에서의 소득분배는 엄마의 몫이었다. 그리고 엄마는 언제나 가족 모두의 이익을 위하여 소비를 하였다. 미국 통계청이 최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가계 지출의 80%를 엄마가 주관한다. 혼자 가계를 꾸려나가는 엄마들을 조사하면 수치는 훨씬 높아진다. 이 지출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1조6천억달러에 달한다. 소비재와 서비스 제공업체에게는 그야말로 환상적인 액수이다. 그러나 이제는 엄마의 힘이 예전같지 않다. 엄마라는 존재가 차지하고 있던 가족들의 커다란 머팀목은 여전히 중요하기는 하지만, 다양한 이유로 말미암아 가족내에서의 소비주권은 점차 각각의 구성원들(아이들, 노인, 독립한 자녀, 아버지, 엄마자신)의 입김이 커져가고 있다. 특히 아이들에게로 넘어가고 있다. 배타적인 가족의 울타리에 새로운 개념의 오락이 끼어들면서 점차 가족간의 대화는 줄어들고, 상호간의 영향력은 감소된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아이들이 필요한 정보의 대부분을 가족이나 학교나 종교가 아니라 그들에게 무언가를 파는 것이 목적인 곳에서 얻고 있다. 미국의 12세 아이들은 대체로 주당 48시간동안 상업적인 메시지를 접하고 있다. 그들이 부모와 의미있는 대화를 나누는 시간은 고작 1주 1시간 반에 불과하다. 또한 핵가족이 해체되면서 성인이 된 자녀에 대한 부모의 영향력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특히 인터넷과 매스컴의 영향이 과거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아이들의 여가시간을 흡수하면서,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전해받던 전통적인 소비교육은 ‘또래문화’로 넘어간다. 12세 이하 미국 아동들의 소비와 아동들의 영향을 받은 소비는 최근 연간 20퍼센트라는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기 시작했으며, 다음 10년안에 연간 1조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는 노인가계의 증대이다. 이는 대가족이었던 과거에는 다연히 노인들의 물품들도 가족내에서 나눠썼지만, 이제는 부모 세대도 별도로 살면서 가계를 유지한다. 이들의 수입이 연금이던, 쌓아놓은 자산이던간에 자식들과는 별도로 사용되어지고 있다.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각국에서는 실버산업이 새로이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현재의 노인들은 직장에서 은퇴하면서 비교적 넉넉한 연금을 수령하면서, 인플레 시대를 거치면서 상승된 자산가치(특히 주택등 부동산)를 보유하고 있어, 비록 자녀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스스로의 생계를 유지하면서, 독립적인 가계를 유지하고 있다.

단순히 소득만 가지고 이들의 지출규모를 판단하는 것은 무리이다. 노인 소비자의 경우 납세의 의무가 종결되어, 국가의 세입은 대부분 젊은 소비자들로부터 짜낸 돈으로 충당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아 보일 수 있다. (미국의) 65세 이상의 소비자중 80%가 자기 집을 가지고 있지만, 이 중 80%는 근저당권이 없는 주택들이다. 이들은 주로 가정의 편리함과 여가에 도움이 되는 가정용품, 건강관리용품, 여행 및 여가활동, 교육에 대한 투자등이 노인 시장의 유망업종이 되고있다.


그렇다면 제품을 구매하는 데 있어서 중요시하는 점은 어떻게 변하였을 까?


과거 : 생활의 편의, 최소의 소비, 검약, 내구성, 기능성 위주의 제품, 가족위주의 소비

현재 : 즐거움, 새로움의 추구, 자기만족, 유행성, 감성위주의 제품, 개인위주의 소비


상품이란 그 발생초기부터 어느 정도의 상징성을 가지고 있었다. 예를 들면 같은 그릇이라고 귀족이나 왕들의 그릇과 농민의 그릇이 같지가 않았고, 그 차이가 바로 정치적 차이를 갖는 상징성이었다. 창, 칼, 말, 일정규모 이상의 주택, 토지, 종교, 투표권, 무덤등은 서민들의 소유자체가 금지된 것들이고, 의복은 신분에 따라서 재질과 색상이 엄격히 나뉘어졌다. 그러나 이제는 민주적 절차에 의한 법률에 의한 예외를 제외하고는 본인이 원하는 물건은 신분상의 제한없이 소유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신분이 갖는 의미가 없어진 지금, 상품이 갖는 상징성은 더욱 중요해졌다. 왜냐하면 이제는 서로 간에 차이를 나타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상품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그 차이를 나타낼 때에는 그 사람이 사회적 조직체계 안에서 그 위치를 나타내는 것이 중요했지만, 이제는 개인주의화된 사회에서 ‘나’의 특징을 다른 사람과 구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의미가 커진다. 제품의 본질적 특성은 이전과 변함이 없다. 그러나 현대의 상품은 형상화, 이미지화, 감성화, 스토리가 들어가 있다. 하지만 그 것은 광고를 통한 제품의 ‘후가공’의 과정을 거친 후에 덧씌워 진 것이다. 그리고 소비자는 그 추가된 이미지를 가진 제품의 소비를 통한 자아실현을 하고자 노력한다. 광고의 목적은 물질적인 목표를 통해 비물질적 욕구들을 충족하도록 부추기는 것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자기네 제품을 사지 않으면, 그 욕구가 충족되지 않을 것임을 암시하거나, 드러내놓고 강조한다.


광고가 소비자의 욕구를 변화시켜서 수요를 창출하는 지, 아니면 잠재해있는 욕구를 발견하여 깨닫게 하는 지는 논외로 치더라도 현대 광고의 특징을 꼽으라면 ‘개인의 놀이’에 초점을 둔다는 점이다. ‘필요에 의한 소비’가 ‘즐김의 소비’로 전환되는 것이다. 산업자본주의가 문화자본주의로 넘어가는 지금, 노동 정신은 놀이정신에게 서서히 밀려나고 있다. 놀이는 간단히 말해서 문화를 창조하는 것이다. 사람의 상상력을 해방시켜 공유할 수 있는 의미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놀이는 인간 행동의 가장 기본적 범주에 해당한다. 놀이가 없으면 문명도 존립할 수 없다. 새로운 자본주의 시대에는 놀이가 세계 경제의 전면에 등장한다. 문화 체험의 상품화는 놀이의 모든 차원을 식민화하여 순전히 사고 팔 수 있는 형식으로 바꾸려는 노력에 다름이 아니다. 이제 우리는 문화의 영역과 정치의 영역을 포함한 상업의 영역에서 즐거운 ‘소비의 한마당’을 펼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소비와 문화는 결코 불평등이 약화되는 영역이 아니며 오히려 사회적 차이를 드러내는 영역이다. 소비사회는 한편으로는 기존의 사치재를 대량 생산함으로써 소비의 균등화를 이루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사치재를 개발함으로써 과시소비를 통한 소비의 불평등을 강화시킨다. 과거의 사치재가 생활 필수품으로 전환되는 순간 또 다른 희소재가 사치재로 등장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석, 미술품, 고급 장식품, 레포츠, 인테리어, 주건환경, 별장 등 새로운 문화적, 상징적, 환경적 상품들이 사치재가 됨으로써 소비의 차별화는 지속된다. 그러니까 한 쪽에서는 계속해서 같이 놀자고 하지만, 다른 한 쪽에서는 재미없으니까 따로 놀겠다고 새로운 마당을 펼치는 셈이다.

얼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소비, 이 시대 최고의 공익적 활동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