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이 시대 최고의 공익적 활동 -5

소비하라, 마케팅이 너희를 구원할 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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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절약은 가능한 가?


거품이 사라지고 있는 지금 우리는 소비의 열풍에서 벗어나 소비를 줄이기 위하여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 노력이 어느 만큼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지는 미지수이다. 아마도 명목상의 소득이 줄어들지 않는 한, 지출을 줄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미 우리의 부풀어진 욕망은 필요가 되었고, 그 것을 줄이기는 매우 어렵다. 이제와서 스마트 폰을 없애고, 자동차를 없앨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한때는 사치재였던 것들은 이미 없어서는 안되는 생활 필수품이 되었고, 또한 생활을 영위할 수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삶 자체가 검소할 수밖에 없었던 때는 사실 절약이라는 단어가 오히려 쉽다고 할 수 있다. 현대와 같이 끝없는 자극과 비교가 이루어지는 환경 하에서 절약을 이루기란 훨씬 어려워졌다. 그렇다고 사치를 보여주고 강요하는 영화나 텔레비전을 멀리하고, 신문이나 잡지를 보지 않을 수도 없다. 따라서 아주 독한 마음을 먹고, 남들과의 비교도 하지 말아야만 한다. 그러나 세상은 검소한 소비자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는다. 우리의 소비는 다음 몇 가지 측면에서 지속적인 압박을 받는다.

1) 새로운 소비 풍조로 인한 지속적으로 빨라지고 있는 상품의 구매와 폐기

2) 높아져가는 고정성 경비로 인한 실질 가처분 소득의 감소

3) 정부의 총 수요관리 정책으로 인한 수요증대 정책


최근 우리는 여러 국가에서 국민의 소비를 늘리려는 정책을 쓰는 것을 볼 수있다. 일본이 그렇고, 미국이 그렇고, 최근의 한국도 그렇고, 앞으로 중국도 그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 세계적으로 불황이 깊어지고 있는 데, 이는 각국의 정부들이 소득에 비하여 소비를 적게함으로써 기업의 생산이 낮아지는 악순환에 빠져있다고 보기 때문인 것같다. 이러한 정책의 옳고 그름은 이 책에서 논할 바가 아니다. 그러나 국민 개개인으로 보아서 ‘저축은 악이 되고, 소비가 미덕’이 되는 분위기하에서 저축을 늘리기는 이전보다 더 큰 맘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일본은 거의 제로금리 수준을 넘어 마이너스 금리로 가고 있으며, 미국.유럽은 0%, 한국은 4%내외등으로 계속해서 초저금리를 유지하고 있어서 저축에 대한 유인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어디 그 뿐이가? 한국에서는 소비를 늘리기 위하여 신용카드회사들로 하여금 카드발급을 쉽게 하도록 함으로써 소비를 늘리는 정책을 썼고, 일본은 전 국민들에게 상품을 살 수 있는 쿠폰을 제공하기도 하였다. 국민들로서는 미래를 위하여 저축하는 것보다는 현재를 위하여 소비를 하는 것이 현명한 대처방안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아래서 절약을 하라고 하는 것은 결국 ‘돈은 쓰되 가능한 한 미래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소비함을 의미하는 정도에 불과하게 되었다. 이제 자린고비가 되어 남은 돈은 은행에 저축하고, 그 저축한 돈이 투자에 소요되어 생산을 늘려 기업의 고용이 늘어 다시 소비가 늘어나는 그런 선순환의 시대는 지나갔다. 과잉 생산의 시대에 들어서면서 소비를 늘려서 그나마 있던 기업의 고용이 줄지 않기만을 기다리는 시대에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간에 소비자들은 가진 돈을 다 써야한다는 무언의 압력을 받고 있다. 그 것은 욕망의 자극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잘 굴러가기 위해서는 끝없는 욕망으로 인해서 늘 불만족해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그런 사람들은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 욕심이 강하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노동시장에서 노동공급을 원활하게 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노동시장에서 번 돈을 상품시장에서 펑펑 써서 상품이 잘 팔리게 해준다. 달리 말하면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다른 어떤 체제보다도 인간을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결국 사람들을 끊임없이 불만스럽게 만들어야만 잘 굴러갈 수 있는 그런 모순을 내포하고 있다. 기업으로서는 소비의 감소는 곧바로 매출을 감소로 이어진다. 따라서 절약보다는 삶의 의미를 소비에서 찾도록 유도한다. 집을 사는 데 아름다운 여배우의 이미지와 무슨 상관이 있는 지 다시 한번 의미해볼 필요가 있다. 여배우가 살고 있는 아름다운 집을 보여줌으로써, 현재 살고있는 집에 대한 불만을 깨우치게 하는 동시에, 그 아파트를 사면 여배우와 같은 수준으로 살 수있다는 욕망을 갖게 하는 것이다.


소비 : 이 시대의 이기적인 대중이 할 수 있는 최후의 공익적 행동양식


이제 절약이란 현재의 소비수준을 약간 줄이는 정도의 변화가 아니라, 생에 대한 철학을 바꾸어야 가능하게 되었다. 왜 철학을 바꾸어야 만이 절약이 가능한 지 설명해주는 잠시 ‘소비의 미래’에서 언급한 다비트 보스하르트의 말을 들어보자.


우리 모두는 삶이 앞으로 더욱 더 복잡하고 힘들어지리라는 사실을 예감한다. 그러나 상품은 우리에게 쉽고 단순한 삶을 약속해 줄 것이다. 미디어와 뉴스를 통해, 아니면 직장생활이나 일상 생활 속에서 우리의 머릿속에 한시도 빠지지 않고 주입되는 한결같은 메시지가 있다. “삶은 더욱 고되고, 더욱 고되고, 더욱 고될 것이다....” 따라서 상품이 구원의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우리가 너희를 고된 삶에서 구원할지니, 너희를 구원할지니, 너희를 구원할지니........”

모든 사람들은 사랑, 소속감, 인정, 안정등의 가치를 추구하지만 현실 삶은 우리에게 늘 실망만을 안겨준다. 가정은 스트레스 속에 붕괴되고(급증하는 이혼을 보라), 정치는 좌절과 혐오만을 안겨주고(방향성과 희망을 주는 대신 혼란만 가중시키는 정치 현실을 보라), 과한은 현실 삶에 실제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위협만 더한다(유전 공학이나 클론 문제를 둘러 싸고 벌어지는 전문가들의 논쟁을 보라).

정치.종교.과학.가족.군대등의 낡은 기관들은 이제 예전의 힘을 잃고 무기력하기만 할 뿐이다. 이들의 가치는 상품의 세계를 창출해내는 경제로 넘어가고 있다. 왜 이렇게 되었을 까? 이러한 기관들은 세계화된 경제 체제의 급속한 변화 속에서 새로운 질서를 창출해 내기엔 그 발걸음이 너무 느리다. 이들은 뒤에 쳐져 마지못해 따라올 뿐이다. 우리 모두는 이런 기관들이 자신의 의미를 잃어버린 것을 한탄한다. 이제 상품 세계를 지닌 똑똑한 기업들이 이러한 힘의 공백 상태를 점거하고 있다. 상품의 교환가치가 높아질수록 고객에게 의미와 질서의 모범을 제공할 가능성은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구호는 다음과 같다. “삶을 더 많이 향유하라. 단, 현실 삶이 거부한 것을 우리에게 되돌려줄 수 있는 상품을 통해서.” 상품은 고객에게 현실 삶에 대한 일종의 보상이 되어야 한다. 상품 자체를 통해 고객 스스로 좀더 자신을 긍정적으로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는 느낌을 받도록 해야 하고, 고객의 삶과 개인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설명하고 그의 고뇌를 덜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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