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남북교역] 패션도시 대구-청진의 협력

대구는 남방패션, 청진은 북방패션, 생산은 협력해서


(110-84) 남북교역과 대구 청진 


북방패션은 청진을 중심으로, 남방패션은 대구 중심으로 발전시키면 시너지효과가 날 수 있다. 대구가 좋다. 대구의 부자이미지 동네가 좋다, 대구의 패션도시 이미지가 좋다. 옷을 잘 입는 사람을 보고 부럽다. 남북교역을 한다면 대구는 밀라노같은 패션도시가 되었으면 좋겠다. 서울빼고는 패션을 도시의 산업으로 성장시키고자 하는 지자체는 대구가 유일하다. 많은 패션 인프라가 서울로 갔지만, 여전히 대구를 패션으로 키우고자 하는 열정적인 디자이너들과 연구기관들이 대구에 존재한다. 


남한에 패션의 도시 대구가 있다면, 북한에도 패션도시 청진이 있다. 동해의 항구도시 청진. 북한의 유행은 수도 평양이 아닌 이곳 청진에서 시작돼 전국으로 퍼진다. 다니엘 튜더의 ‘조선자본주의 공화국’에 의하면 청진은 평양의 강력한 이념적 영향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대단위 산업도시이다. 여전히 국가에 확고히 장악돼있지만 요즘 많은 북한 사람사이에서는 패션의 도시로 자리잡았다. 자본주의가 움트기 시작하면서 교역 허브로서 중요성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그 결과 청진은 해외 패션이 가장 먼저 상륙하는 곳이 됐다. 당연히 평양보다 훨씬 수입의류가 많은 이유도 일단 청진 주민들이 수입의복을 먼저 구입하고, 나머지가 평양이나 기타 도시로 팔려나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평양 시민들은 특수계층이다 보니 당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서 당의 엄숙주의 지침을 잘 따르는 편이라고 한다. 인터넷 북한 전문 매체인 뉴포커스와 인터뷰한 탈북한 평양 출신 배진아 씨는 "북한의 유행을 주도하는 곳은 평양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배진아 씨는 "평양 시민들은 옷을 갖춰 입긴 하지만 특별히 유행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단지 깔끔하게 입는 것"이다. 하지만 2008년 탈북한 청진 출신 김한나 씨는 "국경 근처에는 중국에 왕래하는 사람이 많고 이 사람들을 통해서 들여오는 물건들이 많이 유통된다"고 말했다. 김한나 씨는 "청진항의 역할이 가장 크고 그 다음으로는 중국과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으로 유행을 주도하게 되는 것"이라면서 "청진 장마당에서 북한 여성들의 패션이 시작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평양에서 유행이 주도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배진아 씨는 "정권에 충성하는 사람들이 모인 평양이라서 그만큼 통제가 더 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간부 사모님들도 남의 눈치를 보고, 잘 사는 사람들일 수록 부를 숨기고 싶어한다"고 했다. 


대구에 위치하고 있는 패션산업연구원 (원장 주상호)은 남북 패션 경협을 통해 우리 패션 업계를 살리고 북한 경제도 살리는 ‘윈윈’ 전략을 추진할 것을 선언하였다. 이 연구원은 2018년  5월 연구원 내에 ‘남북경협 태스크포스(TF)’를 신설했다. 정체된 패션 업계를 살리기 위해서는 업계의 남북 경협이 필수라고 주원장은 생각했기 때문이다. 주 원장이 북한에 눈을 돌린 것도 패션 산업 발전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점 때문이라고, 서울신문과의 2018년 8월 인터뷰에서 밝히고 있다. 주 원장은 북한의 패션봉제단지를 현대화하는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그는 “남북 경협이 제대로 추진되면 위기에 직면한 패션 산업이 회생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북한과 남한의 패션 산업의 간극은 크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북한에는 86개 섬유기업과 251개 봉제기업이 있다. 봉제단지는 평양, 신의주, 개성, 함흥, 원산 등에 있다. 섬유기업은 한국의 1970년대 기술 수준이고, 봉제기업은 1980~1990년대 수준으로 노후화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 원장은 유엔의 대북 제재 해제를 대비해 남북 경협을 위한 사전 준비 작업에 매진할 계획이다. 그는 “북한의 어느 지역에 공장이 있고, 봉제기계와 인력이 얼마나 있는지 실태 조사가 필요하다”면서 “북한 지역에 거점별로 패션테크 지원시스템을 구축 운영하는 방안을 시범 실시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남북경협 TF를 통해 북한 기존 공장의 현대화에 도움을 주고, 북한 기술자들에게 봉제 교육을 실시해 남한 패션 업체들이 주문을 주면 북한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구와 청진, 이 두 도시는 패션을 중시해왔다. 그리고 지역적으로는 남북한의 양 극단에 있다. 옷이라는 것이 기후의 영향을 많이 받는 산업인 만큼 양 쪽의 매우 다른 기후는 서로 보완할 틈새들이 많다는 점이다. 날씨가 온화한 대구는 봄여름 시즌을 중점으로, 상대적으로 겨울 날씨가 오래가는 청진은 가을겨울 시즌을 중심으로 발전시킨다. 디자인은 이처럼 청진과 대구가 지역적 특성을 살리지만, 생산은 양 도시가 같이 진행하면 계절적 공백기도 줄어들 수 있다. 예를 들면 청진에서 디자인된 겨울 옷을 대구에서 만들고, 대구에서 디자인된 옷을 청진에서 만드는 식으로 한다. 옷을 시즌성이 매우 강하므로 공백기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수익성을 올리는 중요 관건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디자이너의 양성이다. 한국의 디자이너들이 파리와 뉴욕에서 상을 타고, 유명 패션회사의 주요 디자이너로 자리잡은 일이 일상화되어 있지만, 그들은 모두 남한 출신이다. 북한은 패션디자이너가 매우 부족하다. 이들의 교육은 대구의 패션산업 연구원에서 진행하면 된다. 패션산업연구원은 이미 디자인과 봉제에 관한 교육과 집중 생산을 시도하고 있는 국책 연구기관이다. 시설과 경험이 상당히 쌓여있다. 더 나아가 봉제공장의 시설을 청진에 투자하고, 대구/청진 디자이너 작품을 해외로 직접 수출하는 방안도 강구해볼 만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북한비즈니스] 남북교역과 민노총 북한지부 설립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