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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경제] 노딜 브렉시트와 EU

무역체제보다 정치체제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노딜 브렉시트는 왜 문제인가?


영국정부와 EU가 맺은 브렉시트 합의안이 영국 의회에 의해서 부결되었다. 이로서 영국은 EU에서 탈퇴는 해야 하는데, 아무런 대책도 없게 되었다. 이른바 노딜브렉시트가 발생하였다. 이는 EU도 마찬가지이다. 영국을 EU에서 내보내야 하는데, 나머지 국가들이 영국과 관련된 대책을 세울 수 없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영국은 영국이 수입하는 EU국가는 물론이고, 세계의 모든 국가들에 대한 관세, 통관, 해상 운송등에 대한 규범을 모두 백지화했다. 그렇기에 영국에 수출하는 모든 나라들은 혼돈에 빠졌다. 직접적으로 영국에 수출하는 나라는 물론이고, EU를 통해서 영국으로 수출하는 나라들의 기업들도 혼돈스럽게 되었다.


EU의 기본은 자유무역을 증진하기 위한 ‘관세동맹’에서 시작되었다. 관세동맹은 WTO에서 자유무역협정과 더불어서 최혜국 대우의 예외로 인정하고 있으며, 협정내용에는 협정국 간에는 관세를 없애거나 아주 낮은 관세를 적용하지만 협정국 외부와의 교역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관세를 협정국 모두가 동일하게 부과하게 된다. 유럽 관세동맹은 1834년 프로이센이 주도하여 시작한 것이 처음이었지만, 1차 세계대전 이후에 사라졌다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에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의 베네룩스 3국간 관세동맹이 체결된 것을 현대 관세동맹의 시초로 보고 있다. 이는 나중에 유럽연합이라는 완전경제통합으로까지 이어지게 된다. 관세동맹은 관세동맹 국가들의 무역구조가 상호 보완적일 때 매우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


그런데 27개 연합국으로 되어있는 EU에서 영국이 홀로 빠져나왔다. 이전에는 하나의 나라처럼 움직이던 무역체제가 갑자기 영국과 EU 둘로 나뉘어졌다. 그럼 나머지 26개국은 영국의 수출입물품에 대한 관세를 부과해야 하고, 통관과 검역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는 영국과 EU 양 측 모두 상당한 비용을 감내해야 한다. 이미 프랑스는 노딜브렉시트 결정이후 에두아르 필리프 프랑스 총리는 이에 대비하기 위한 비상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항구와 공항의 통제 지점과 주차 구역에 약 5700만달러(약 641억원)를 투입하고 세관 직원이나 수의사도 580명가량 임명할 수 있다. 이러한 일들이 전 당사국인 영국은 물론이고 전 EU회원국에서 벌어지게 된다. EU에 수출하는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의 모든 나라들에 날 벼락이 떨어지게 생겼다. 우선 모든 제품의 표준을 EU에 맞추었는데, 갑자기 영국표준이 새로 생겨나게 된다. 물론 실질적인 조건들은 EU의 표준대로 한다고 하더라도 제품 라벨이라도 바꾸어야 한다. 영국에 바이어를 두고 프랑스로 재수출한다면 더욱 복잡해진다. 영국 표준 따로 받아야 하고, 영국 상품으로서 EU표준을 다시 받아야 한다. 물론 프랑스를 통해서 영국으로 간다고 해도 마찬가지이다.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 한국과 영국 간 무역에 더 이상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럼 그 동안 영국에는 한-EU FTA 덕분에 받았던, 관세 감면 및 통관상의 편의가 사라지고, 이를 회복하기 위하여는 한-영 FTA를 다시 체결해야 한다. 하지만 그게 말이 쉽지 이런 저런 조건을 따지다 보면 또 몇 년은 후딱 날라 간다.


브렉시트가 발효 예정일은 3월 29일이다. 그 사이에 영국이 다시 EU에 가입하거나, 예정대로 EU를 탈퇴하더라도 영국으로의 수출은 급격한 변화를 없을 것이다. 영국 세관도 독자적인 시스템을 만들려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세는 FTA협정 관세가 아닌 일반 관세를 매길지 여부를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이는 한국산 뿐만 아니라 영국 수입제품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는 의미이다. 정치적인 이유로 브렉시트, 노딜브렉시트가 결정되었고, 그에 대한 영향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무역을 하는 사람들은 당장부터 영향을 받는다. 평균 10%내외의 관세를 FTA관세율로 낮게 수출했던 기업들은 신경을 써야 할 일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영국 수출 주요 품목 비중은 해양구조물(32.2%), 승용차(18.6%), 선박(10.4%), 항공기부품(4.6%), 자동차부품(3%), 건설중장비(2.4%), 축전지(1.8%), 무선전화기(1.5%), 합성수지(1.2%), 타이어(1.2%) 등의 순이다. 한국기업은 2017년 기준 3824개, 수출액은 81억2000만 달러(약 9조1074억 원)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그동안 영국인 독자적인 통화 파운드화를 써왔기 때문에 무역결제에서의 혼돈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관세동맹으로 시작된 자유무역체제의 한 구석이 금이 갔다. 그리고 그 영향은 온 세계가 같이 받고 있다. 


분명 이 영향은 무역체제보다는 유럽의 정치체제에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하나의 유럽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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