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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주길]반구정-임진각을 비 맞으며 낭만적 역사적 걷기

오늘도 걷습니다,

그럼 맨 날 걷는 것같다고요,

그럼 다시 쓰겠습니다.

그날도 오랫만에 걸었습니다. 2019년 7월 31일 비가 억수같이 온 날~

우리가 길을 걷기 시작한 지 벌써 3계절이 지났습니다.

같이 걸은 거리도 꽤 되고, 같이 나눈 이야기도 꽤 됩니다.

저 분은 아주 많은 거리를, 아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겠지요.


문산역에 내리니 자유시장이 보입니다.

비도 오는데, 아침거리를 찾아야 하는데 하며 시장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아침이라서 그런지 생각보다 문 연 집이 많지 않네요.

자유시장이라~

자유를 위해 싸우는 최전방 지역이라서 그런가요?

역시 떡 집은 열었습니다.

잔치하려면 새벽같이 떡을 만들어야 하지요.

전 남북교역이 시작되면 북한에 떡집과 술집을 열거에요.

늘 잔칫집처럼 흥겹게 살려고요.

술 집에는 탁자를 스텐으로 두르고 나무 젓가락, 쇠 젓가락을 제공하겠습니다.

누구든 흥겨우면 탁주 한 잔걸치고 탁탁탁~하며 탁자에 젓가락 장단에 맞출 수있게 하겠습니다.

젓가락 장단에 맞추어 '선구자', '그리운 금강산, '번지없는 주막, '하숙생, '친구' 그리고 'Fake Love' 등 우리에게 친숙한 노래를 부르는 특화된 술집을 체인점화 시킬 겁니다.


기대하시라~~

개~봉~ 박~ 두~


비바람이 거칠어집니다.

그래서 그런지 길에는 차도 드물어졌습니다.

이리갈까, 저리갈까?  방랑자의 갈 길은 정해져있지 않습니다.


에이~ 비도 오는데 서두를 것있나?

누가 우리를 기다리는 것도 아닌데~!

저기가서 커피나 한 잔하실까요!

우리의 특징이 열심히 가자는 데 의견불일치가 있을 수 있으나,

일단 쉬자는데는 언제나 만장일치입니다.

휴~ 비오는 날, 하마터면 열심히 걸을 뻔 했다.


아늑한 실내도 있지만 일부러 처마 밑으로 나왔습니다.

후드득 거리는 빗소리를 장단삼아 잡담을 꽤 오랜 시간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슬슬 걸었습니다.

가까운 곳에 황희기념관이 있습니다.

마침 수요일인가가 문화의 날이라고 해서 입장료는 꼬옹짜아~


기념관에 들어서니 손손손손자 며느리정도 되시는 분이 안내를 해주십니다.

덕분에 황희 정승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파주에 청백리들이 많이 거주하셨다네요.

아마 이런 지역이 별로 없을 듯합니다.

그래서 파주지역에서 백로가 많은 것은 아닐까요?

아하~ 한양이 가까워서 은퇴준비하기 좋은 지역이어서 그럴 수도 있다는 추측도 해봅니다.

그래도 양주나 광주지역보다 많은 것같아요.


드디어 오늘의 시발점으로 잡았던 반구정에 왔습니다.

당초 예정으로 보면 이 곳이 첫 목적지였습니다만, 문산역에서 여기까지 오는데 두어시간은 걸렸습니다.

거리가 얼마나 될까요? 4킬로미터, 우리가 시속 1.?킬로로 걸은 셈이네요


반구정에서 보는 임진강입니다.

비가 많이 와서 강은 흙탕물입니다. 드넓고 시야가 확 트입니다.



다행히 반구정에 앉아서 쉴 수가 있습니다.

바깥에서 구경만 하는 게 아니라 황희정승께서 앉아서 임진강을 보시던 장면을 회상해볼 수있어 좋습니다.

여기서 비가 쏴아 쏴아 하고 쏟아지는 임진강을 보면 더 좋았을 듯합니다.

그래도 커피에 가져온 과일 먹으며 황정승의 풍류를 돌이켜 봅니다.


반구정을 나와 임진각으로 향합니다.

이제 하늘은 흐리지만 비는 오지 않아요.

길은 촉촉히 젖었고, 저희는 대현형님의 춘향가에 취해서 걷습니다.


나, 다시 돌아갈래!

어디로, 순수의 시대로~

임진각은 남북대결의 현장이고 기억입니다.

아웅산 사태로 순국하신 11분을 기리는 '버마아웅산 순국외교사절 위령탑'입니다.

기둥도 그래서 11개입니다.


고기는 잡히나요?

세월은 잡으셨나요?

돌아오지 않는 다리 밑을 흐르는 세월은 다시 오기도 하나봅니다.

세월낚는 강태공들이 많네요.......


순진무구, 천진난만~

지금도 그렇지만 저 분들이 진짜로 순진무구 천진난만할 때도 여기는 순수한 곳이 아니었습니다.

미래의 순진무구 천진난만들은 이 곳을 발전의 한 변곡점이 되는 즐거운 놀이터가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깃발이 하늘을 향해 흔드는 소리없는 아우성이라면,

이 리본들은 저 앞의 북녘을 향한 숨죽인 흐느낌이라고 할까요?



여러 분!

이게 무슨 장면인 줄 기억하시나요?

아, 이게 무슨 장면인 줄 아시나요?

다시 보니 또 눈물나오네요.

슬픔과 감동의 눈물~



https://www.youtube.com/watch?v=1fLLEsTwG1A

링크를 걸었으니 그 때의 감격을 다시 느껴보시고,

이 방송을 보지 못했던 분들은 전쟁과 이산의 무서움과 슬픔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임진각에서 보는 임진강 철교입니다.

주말에는 저 철교를 건너는 기차가 있습니다.


임진각에 오니 우리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 세상은 나에게 왜 이리 심각한 문제를 던져주는 거야~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위하여 심혈을 기울이며 고민하는 저 청년의 모습은 정말 숭고하기까지 합니다.


다시 문산역으로 왔습니다.

기차를 타고 돌아가야지요.


황희정승님, 오늘 하루 반구정에서 풍류를 즐겼습니다.

정승님같이 훌륭하신 분이 많았던 우리의 역사를 돌이켜 보았고,

달콤하게 향기로운 커피도 마셨고,

가족이 흩어져 살다 다시 만나는 곳도 가보았습니다.


앞으나 다가올 역사는 늘 이렇게 만세부르 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자연주의 맨발신발, 필맥스 신발을 신고 걸었습니다. 


                                     2019년 7월 31일 파주 반구정 임진각을 김대현 김민주 홍재화 같이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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