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6) 북한 핵시설 투자보장 방안
북한의 핵관련 시설에 남-북-미 3국이 공동 투자를 하는 사업은 1-2년내 수익을 뽑아낼 수 있지는 않다. 초기에 막대한 투자비용이 소요되는 반면에 투자금의 회수는 빨라야 4-5년, 길게는 수십 년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업의 지속성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북한 문제는 늘 관련 3국 남-북-미 뿐만 아니라 주변 일본,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1953년 이래 북한 문제는 약속과 파기를 번갈아가며 동북아는 물론이고 세계에 불안감을 덮어씌우곤 했었다. 남-북-미 공동 컨소시엄의 북핵 관련 시설 투자역시 같은 문제를 안고 시작한다. 어쩌면 과거처럼 단순하게 했던 약속을 파기한다고 해서 끝이 날 문제는 아니다. 게다가 이제는 그 약속 파기를 일으킬 수 있는 당사자 3나라의 관계가 더욱 긴밀해져야 한다. 이제 투자 보장조치는 북한에서 뿐만 아니라 남한과 미국에 의해서도 관련 보증이 있어야 한다. 이런 국제 투자에 있어서 투자보장조치는 3 가지로 이루어진다. 1) 국유화 또는 수용의 원칙적 금지, 2) 국가 안보, 공공의 이익등 불가피한 경우 시장가격에 의한 보상, 3) 법령 또는 정책이 변경될 때도 기왕의 투자 권익이 유지되도록 하는 안정화 조항(Stabilization clause) 등이 있다.
1) 국유화 또는 수용의 원칙적 금지와 시장가격에 의한 보상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는 나라는 외국인의 투자 자산에 대하여 국유화 및 몰수를 금지하는 원칙을 명시적으로 선언한다. 그러나 몰수와 수용은 국제법상 인정되는 국가의 권한이다. 개인의 소유권이 명확하게 보호되는 나라들에서는 몰수는 금지되어 있고, 필요시 개인의 재산에 피해를 입히는 경우 국가에서 보상하는 ‘수용’은 예외적으로 인정한다. 그 원칙에 대한 예외를 두기는 하지만 몰수 및 수용에 대한 기준을 매우 엄격히 적용하고, 국제적인 기준에 따른 적법한 행위여야 한다. 북한도 마찬가지로 외국인 투자자 보호 관련한 법률 체계를 어느 정도는 세워놓았다. 그 체계는 외국의 대북투자의 기본법인 외국인투자법(1992)을 바탕으로 한다. 대외 무역 관련해서는 대외경제 중재법(1999), 대외경제계약법(1995), 대외민사관계법(1995), 무역법(1997), 가공무역법(2000) 등으로 외국 투자자를 보호한다. 그리고 북한의 경제특구에 투자하는 외국인 보호에 관해서는 경제개발구법(2013), 자유경제무역지대법(1993), 신의주 특별행정구기본법(2002) 각 해당지역별로 다수 있다. 경제개발구법에서는 외국 투자자의 신변안전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외화, 이윤, 재산의 반출입을 법적으로 보호하고 있으며, 자유 경제무역 지대법에서는 지대 안에서 기업윤리, 경영방법의 자유로운 선택권을 주고 있다. 특히 경제특구의 경우 외국 투자자의 권익과 신변보호가 법적으로 강화되었으며, 외국 투자자의 재산 몰수 관련 구체적인 보상원칙이 명시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북한 당국이 투자자산을 몰수하거나 일시적으로 이용할 경우 외국 투자자에게 사전에 통지하여야 한다. 그리고 해당 법적절차를 거치며 차별 없이 그 가치를 제때에 충분하고 효과 있게 보상하여 주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북한의 공산 사회주의적인 체제와 외국인의 자유로운 투자 및 성과 회수는 모순적인 면이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의 외국인투자법제는 세부적인 측면에서 ① 기술도입 및 지적소유권 보호 관련 법령으로서 과학기술법⋅발명 및 창의 고안에 관한 규정 등이 있으나 그 내용이 국제적 기준에 크게 미달하여 서방국가의 선진기술이 적정한 보호를 받기 어렵고, ② 토지임대법의 제정에도 불구하고 토지 등에 대한 평가기준이 불명확하여 합영기업의 경우 출자지분의 과대계산, 외국인기업의 경우 토지임차료 과다부담 등의 문제점이 예상된다. ③ 재정부기계산규범 등 북한에서 채택하고 있는 기업회계제도가 불명확하여 경영성과의 평가 및 그에 따른 조세납부⋅이윤분배에서 외국투자자가 부당한 손해를 입을 우려가 있고, 환경보호법 등에 규정된 환경규제기준이 불명확하여 투자업종의 선정 및 기업 활동에 있어 어려움이 예상되며, ⑤ 보험가입에 있어서도 북한의 보험제도가 미비하고 보험관리기법이나 지불능력 등에 의문이 있음에도 북한의 보험기관에만 가입하도록 하여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고, ⑥ 분쟁해결에 관하여 북한의 중재⋅재판관에서 이를 담당하도록 하고 있는데 분쟁유형의 다양성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고, 북한의 관련법규가 복잡해서 합리적이고 공정한 분쟁해결을 기대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 점 등 각 분야별로 문제점이 산적해 있다. 이러한 모순점을 일거에 해결하기는 어렵다. 우선적으로 개성공단과 3국 공동 컨소시엄에 대외 투자자 보호방안을 제한적으로 실험해보고,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마련한 다음 다른 경제특구와 북한 전역으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
2. 투자 안정화 조항
앞의 몰수 및 수용의 원칙적 금지와 시장가격에 의한 보상은 북한이 취할 수 있는 조치인 반면, 투자안정화 조항은 남-북-미 3국 모두에 해당한다. 왜냐하면 남한의 갑작스런 ‘개성공단 폐쇄’와 같은 경우 개성공단에서 조업하고 투자했던 기업들과의 약속과는 전혀 상관없이 기본적이 사전 통보, 손해의 최소화를 위한 철수 시간 보장, 철수 후 적절한 손해 보상 등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한의 법령상 불법적인 조직인 북한의 행위는 어떤 것이든 남한의 법으로 보아 불법적이라고 적용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2010년 5월 24일 통일부가 우리 기업의 개성공단 신규 진출과 투자 확대를 불허하는 조치, 이른바 5.24 조치를 함에 따라 남한의 기업들은 더 이상 개성공업지구 내 부동산 개발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게 되었다. 이때 북한 내 부동산 개발 사업을 하던 ‘A’사는 정부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였다. 그러나 ‘A’는 패소하였다. 판결의 내용은 우리 정부로서는 천안함 사태와 같은 북한의 불법적인 행태에 대해서는 대응을 할 수 밖에 없고, 경우에 따라서는 남북교역이나 남북경협의 중단이라는 극단적인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까지 국가가 위법한 행위를 했다고 보기는 어렵고, 일관된 판례상 특별법이 없는 경우 남한 기업이 남한 정부를 상대로 손실보상 청구가 인정되기 어렵다. 남한에서 보는 북한은 협력해야 할 상대이면서도 불법적인 존재이다. 반면에 3국 컨소시엄의 당사자인 미국에서는 북한을 주권을 가진 국가로 인정하고 있다. 그 애매한 3국간의 북한 상대의 법적 위치는 양자 간에 갈등이 일어났을 때 중간에 낀 기업은 늘 불안하게 된다. 이런 기업에 불이익을 주는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정부가 세 나라나 된다는 것은 그만큼 투자안전 보장을 받기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이제까지 있어왔던 수많은 약속과 파기의 과정에서 누구도 자신의 행위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하지 않았던 적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한 나라의 일방적인 행위로 인하여 3국 컨소시엄이 파기되는 일이 없도록 사업 환경을 안정화시키는 것은 매우 절대적인 중요성을 갖는다. 남-북-미 3국은 3자의 합의 없이 자국의 일방적인 정책의 변경을 통하여 컨소시엄의 권리를 일방적으로 변경할 수 있는 3국 정부의 권한을 제거하거나, 대단히 제한적인 경우에만 행할 수 있도록 특별한 조치를 만들어 놓아야 한다. 3국 컨소시엄 북한 핵관련 시설의 안정화를 통한 권익 보호 방법은 1) 3국이 공동으로 인정한 경우가 아니라면 북한 내 사업의 지속성을 인정하고 부여된 특권을 향유하게 하고, 2) 불가항력적인 상황이 발생할 경우 해당 운영 주체의 손실을 국내 사업과 같이 인정하고, 3) 프로젝트 운영의 목적과 방법을 최대한 조정하여 손실을 줄이고, 4) 필요한 경우 시장 가격 또는 그 이상으로 보상하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