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검사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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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화천대유의 수사가 시작되었다. 나에게 떨어졌다. 경찰과 공수처에서도 수사한다고 한다. 경쟁과 협력이 반복되고, 국민은 어느 기관이 더 잘하는지 지켜볼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큰 기회이자 위기이다. 이런 상황을 좋아해야 하나, 싫어해야 하나? 겁이 난다.
사건의 규모가 너무 크다. 나도 검찰도 감당하기 어렵다. 내로라하는 사람들이 엮인 사건이다. 한국사에서 전환점으로 기록될 만한 사건이다. 이미 내가 아는 사람이 엮이기 시작되었다. 얼마나 많은 굴비가 엮여있을지 모른다. 모르고 엮인 사람, 알고 엮인 사람, 일부러 엮인 사람, 그리고 모르는 척 엮인 사람.
진실을 파헤칠 수 있을까?
분명히 검찰 내부에서도 응원하는 놈, 방해하는 놈이 나올 거다. 수사팀에서도 이쪽 간첩, 저쪽 간첩 모두 있겠지. 아마 나를 자기 편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나는 어느 편일까?
조심하자. 자칫하면 내가 골로 간다.
이제 정보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분명 가짜 정보도 섞여 들어오겠지. 그 정보가 밖으로 나가 활용되면 나는 졸지에 한편에는 좋은 놈, 반대편에는 나쁜 놈이 되고, 어쨌든 수사 정보를 흘리는 놈이 된다. 정보는 어떤 목적을 가진 자가 익명으로 보내거나, 금전적 피해를 보았거나, 억울한 일을 당했거나, 죄를 뒤집어서 쓸까 봐 두려워하는 사람이 제보한다.
문제는 전달하는 방법이다. 언론을 통해서 들어오는 정보가 가장 큰 문제이다. 참. 거짓이 밝혀지지 않은 채 대중에게 공개된다. 그럼 마치 사실처럼 받아들여진다. 언론은 악마에게도 천사에게도 쉬운 먹잇감이다. 그들에게 사실 여부는 중요치 않다. 오로지 검색기록을 올리는 기삿거리가 필요할 뿐이다.
사람을 통해서 들어오는 정보는 제공받은 사람의 성향이 중요하다. 하지만 절대적 기준은 아니다. 선의로 전달하는 사람도 있지만, 세상을 온통 적으로 보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너무 많은 정보가 들어오고 있다. 내용도 꽤 구체적이고, 심지어는 잘 정리되어 책으로 만들어도 될, 재판에서 증거가 될 자료도 제보되고 있다. 그 자료에는 어떤 사람의 이름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 당연하지. 그는 먼저 드러날 범인이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닐 수 있다. 그는 하수인에 불과할 수 있다. 더 장기적인 야망을 품은 진짜 힘을 가진 자! 그를 밝혀내야 한다.
그런데 첫 제보자는 왜 정보를 제공했을까? 기자를 통해서 신문이 먼저 보도했다. 온 세상에 널리 알려지기를 절실하게 원했다는 증거이다. 원한이 깊었던 게지.
자~ 하루에도 수십 건씩 들어오는 정보 분석을 누구에게 맡기느냐도 매우 중요하다. 지금 검찰은 갈가리 찢겨져 있다. 겉으로 말은 안 하지만 이미 검찰 직원들의 정치적 성향은 굳어져 있다. 내가 맡긴 자료를 직원의 의도에 따라 왜곡시키거나 없애거나 자기 편에 전달할 수 있다. 될 수 있는 대로 편 갈이를 하지 않는 직원에게, 검사의 본분을 잘 아는 직원에게 시켜야 한다. 그런데 그런 놈이 드물다. 내 직원이지만 잘 지켜봐야 한다. 아, 골치가 아프다.
어떻게 하든 한편에는 역적이고, 한편에는 영웅이 되겠지!
분명한 것은 사실과 진실이다. 그래야 내가 끝까지 살아남는다. 소수는 동의하지 않더라도 검사와 국민 대다수는 그래도 진실 편이 될 것이다. 그래야 나도 살고 검찰도 산다. 자칫하면 경찰 밑에, 공수처 밑에 검찰이 들어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