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탁현민이라면

내가 탁현민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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쑈 쑈 쑈, 인생은 쑈다, 따라서 정치도 쑈다.

엊그제 한 건 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전투기에 태워서 대한민국의 창공을 한 바퀴 돌았다.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전투기를 탔다고 한다. 사람은 날고 싶어 한다. 그것도 쌕쌕이 소리를 내며 바람처럼 하늘을 가르는 전투기를 타는 것은 많은 사람이 부러워하는 모습이다. 그래서 그런지 온 신문과 방송이 대서특필하고 비행복 입은 문 대통령의 사진이 큼지막하게 났다. 비행 후 연설에서 ‘강한 국방력’ 어쩌고저쩌고하면서 뭐라 뭐라 했지만, 사람들은 사진만 기억할 것이다.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북한 종전 선언하자며 유화적인 메시지를 보내면서, 반대로 북한이 극도로 싫어하는 강한 공군을 말하는 것은 일관성이 없는 행동이라고 한다. 거참, 폼나는 일하는데, 이것저것 따지면서 하나?

그런 것 보면 문 대통령도 폼내는 것을 되게 좋아한다. 그러니 내가 무엇을 하자고 하면 늘 흔쾌히 받아들인다. 그간 내가 했던 일이 많지.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 2직급이라는 자리도 높지만, 일할 맛 나는 자리이기도 하다. 정말 좋은 자리이다. 대통령 폼내는 일이라면 온 국가의 자원을 다 동원할 수 있다. 그중에서 제일 멋들어진 것은 군대를 동원하는 거다. 원래 군대는 일사불란하고 화려한 예복을 갖춘 유일한 정부 조직이고, 또한 인류가 가진 가장 무서운 폭력의 수단이기도 하다. 사람들에게 두려움과 감탄을 불어올 만한 최고의 ‘폼내기 수단’이다. 그래서 국군의 날 행사를 좋아한다. 이전에 국군의 날이면 공식처럼 보병과 탱크를 동원해서 동대문에서 서울역까지, 아니면 1킬로 남짓한 여의도 시가행진하는 것은 밋밋했다. 그런데 내가 하면서 확 바꾸었다. 군인들은 쑈처럼 바뀐 그 행사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내가 바꾸자고 하면서 국군의 날 행사를 총지휘하는 별 세 개짜리 ‘제병지휘관’을 오라 가라 하면서 멋들어지게 바꾸었다.

사람들은 나보고 쑈하는 청와대를 만들었다고 한다. 난 이 말을 칭찬으로 받아들인다. 내가 원래 쑈쟁이 아닌가. 쑈쟁이보고 쑈잘한다고 하면 당연히 칭찬이지. 그리고 국가는 당연히 그런 쑈를 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이 일을 잘하고 있음을 드러내기 위하여, 국민들에게 국가의 자부심을 고취하기 위하여. 그게 뭐 잘못인가? 난 내일을 잘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왜 문 대통령에 대한 인기는 높아지지 않냐고? 지금도 40% 근처를 오가면 꽤 높은 것 아닌가? 노무현은 5.7%였음을 감안하면 하늘과 땅 차이지. 꼭 내 덕이라고 말하지는 않겠지만. 그리고 사람들이 오해하는 게 있는데, 쑈는 쑈이고 실제는 실제란 말이지. 유재석의 명언을 해주어야 하나? ‘예능은 예능일 뿐~’이라고. 예능을 실제라고 혼동하는 사람이 이상한 거고, 쑈가 정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이상한 것 아닌가?

내가 하는 쑈에 큰 의미를 두지 말라는 거지. 세상의 모든 일이 내 쑈처럼 된다면, 부동산이 저렇게 개판치지 않았고, 북한 김정은한테 이상한 소리 듣지 않았고, 일본하고 외교도 저렇게 꽉 막히지는 않았겠지. 내가 하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아, 멋있네~ ’하고 잊어버리면 되는데, 꼭 저렇게 딴지 거는 사람이 있어요. 웃자고 농담했는데, 죽자고 덤비는 사람들처럼.

쑈는 한 마디로 사람들에게 가짜 행복감을 주는 거지, 현실적 만족을 주는 것은 아니거든. 가수 노래 들으며 첫사랑 생각하며 질질 짜는 사람에게 진짜로 첫사랑 데려다주면 어떨 것 같아. 마찬가지로 문 대통령의 쑈는 쑈, 정치는 정치니 잘 구별해서 봐야 하지.

아, 그런데 이 나라 최고의 정치인 대통령을 동원하면 그 자체가 정치 쑈가 된다고?

뭐, 그럴 수도 있지.

그런데 어떤 작가가 책을 썼어. 예를 들면 홍재화 같은 아주 훌륭한 작가의 책이야.

그럼, 사람들은 작가가 쓴 대로 책을 읽을까?

아니거든, 작가는 자기가 쓰고 싶은 대로 쓰고, 독자는 자기가 읽고 싶은 대로 읽는 게 책이다.

쑈도 마찬가지지.

쑈 기획자가 기획하고 싶은 대로 쑈를 했으면, 청중은 보고 싶은 대로 보면 되는 거지.

너무 꾸중하지 말자고~

거기에 들어가는 예산은 어쩌냐고?

뭐, 그 정도야 늘 들어가는 것 아니겠어.

단지 내 이름이 자꾸 거론되는 것은 문 대통령의 실제 정치와 나의 기획 의도가 어긋나니까 그렇겠지.

어쨌든 멋들어진 쑈 기획은 내가 할 일이니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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