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염라대왕이라면
.
.
.
요즘 죽은 자들의 영혼이 올라오지 않는다. 그래서 내려갈 아기 영혼이 없다. 윤회가 안된다.
어이~ 거기 저승사자 올라오라고 해!
어째서 요즘 나한테 재판받으러 오는 영혼들이 없는 거야?
당신 지옥 악마하고 짜고 영혼을 빼돌리는 것 아니야?
뭐라고? 데리고 올 영혼이 없다고? 아니 왜?
아, 죽는 사람마다 모조리 화장하니 영혼도 타버려서 데려올 수가 없다고.
아니, 아무리 인간이 무식해졌다고 하지만, 시신을 태우면 영혼도 같이 타는 걸 모른단 말이야? 뭐, 요즘 그런 것 믿는 현대인이 어디 있냐고? 안 믿으면 자기 영혼이 다 타는데.
거참, 이래서야 어디 염라대왕 해먹겠나~
거 제일 심한 나라가 어디야?
한국? 아니, 하필 한국이야? 거기는 환웅께서 특별히 신경을 쓰셔서 만든 나라잖아.
그렇게 좋은 금수강산에 다들 천재 같은 머리를 주었으면 되었지. 어떻게 그 이상 잘 해줘.
아, 하나님이 애지중지하는 이스라엘도 한국보다 못하잖아.
뭐, 그게 문제라고? 뭐가 문제인데?
너무 머리가 좋은데, 너무 땅덩어리는 좁고, 너무 이기심이 넘쳐서 문제라고?
허~참~
그래도 영혼이 올라와야 나도 재판하는 맛이 나고, 자기들도 다시 저세상으로 가서 환생할 것 아니야. 환생하는 윤회가 있어서 인간 생태계도 영원히 지속되고, 저승에서도 저승사자도 먹고살 거 아니냐?
머라꼬~
그것 때문에 더 화장하는 것 같다고?
아니, 죽은 사람을 다시 살려서 지상에서 다시 살게 해주는 게 싫다고?
에, 그럴 리가. 때로는 나도 인간으로 살고 싶을 때도 많은데, 그 좋은 삶이 싫다니?
아, 정말 요즘 인간들 이해하기 어렵네. 왜 그런대?
우선 사람으로 태어나봐야, 맨날 딴 사람하고 비교해야 하고, 자칫하면 비난받고, 자칫하면 거지로 태어나고, 자칫하면 할 일없는 부자로 태어나고, 자칫하면 자식 때문에 고생하고, 자칫하면 부모 때문에 고생하고, 자칫하면….
아, 됐어, 그럼 동물로 태어나게 해주면 되잖아?
물고기로 태어나서 드넓은 플라스틱 대양을 유유자적하며 헤엄치고 살게 해준다고 해,
아니면 평생 놀고먹는 돼지로 태어나는 거야,
아니면 평생 시중드는 집사 있는 고양이로 태어나는 거야..
미안해~ 농담이야, 나도 개돼지로 태어나기는 싫어.
그러고 보니 지상에서 삶도 만만치 않군.
나만 맨날 재판하느라 골치가 아픈 줄 알았더니, 인간도 별수가 없네.
그래도 그렇지 말이야,
그런 삶을 다시 살기 싫어서 환생하지 않겠다고 화장하는 건 심하지.
살다 보니 별일이야. 저승에 영혼이 없어서 개점 휴업할 날이 올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