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재명이라면 (2)

내가 이재명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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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박을 할까? 읍소를 할까? 자폭을 할까, 화합을 할까? 미워도 다시 한 번!


원맨쇼하는 코메디언들 우습게 보았는데, 이제 보니 정말 대단하다. 상황 상황에 따라 하는 말이 그냥 내뱉는 게 아니었다. 청중의 마음을 꿰뚫으면서 그들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예상치 못한 반전을 만들어가며 사람을 웃겼다. 코미디언의 순발력과 상황 파악력이 엄청 좋아야 하는 무대이다. 그런데 그보다 더 어려운게 있다. 바로 즉흥극이다. 여러 명의 배우가 주어진 주제로 관객없이 연극하는 거다. 출연하는 배우들이 순발력과 상황 파악력이 뛰어나며서 다음 배우에게 넘어갈 대사까지 감안해서 내가 말해야 한다. 그런데 그게 어설프면 관객들의 평가가 낮게 나온다. 뜬금없이 하는 관객들의 반응에도 마치 오래 전부터 기다렸다는 듯이 반응해야 한다. 특히 주연배우는 이런 관객과 배우들의 반응을 파악하면서 극 전체를 끌어가야 한다. 다행히도 원맨쇼처럼 웃기지는 않아도 된다.


요즘 내가 바로 여러 배우와 즉흥극을 하면서 원맨쇼처럼 웃겨야 하는 주연배우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진짜 기가 막힌 것은 다른 배우들과 협조가 도무지 되지 않는다. 내가 뭐라해도 자기네들끼리 지껄이거나 먼 산 쳐다 보거나 소 닭보듯이 나를 쳐다본다. 대사가 연결이 되지 않는다. 다행히도 열렬 팬들이 그런 어색하고 화나는 무대를 간간히 억지 소리내며 웃어줄 뿐이다.


이 자식들, 정말 왜 저러나? 마음같아서는 정말 확 뒤집어 엎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다. 그럼 정말로 판깨진다. 여기까지 오느라고 내가 치룬 피땀이 얼마나 되는데 화투판 뒤엎듯이 깽판칠 수는 없다. 하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화투가 펼쳐져있는 담요를 확 끌어당기는 상상을 한다. 그 화투판에는 늘꼬 교활한 786들과 나를 열성적으로 지지하는 ‘이재명빠’들의 얼굴이 그려져 있다. ‘그래 얼마나 잘 하나 보자’는 냉소적 얼굴을 하고 있는 늘꼬 교활한 786들을 패를 보면 집어서 확 내던지고 싶지만, 바로 옆에서 순진하게 웃고 있는 어리석고 불쌍한 강남 밖 좌파들이나 ‘이재명빠’들의 패를 보면 차마 그럴 수 없다.


하지만 이제 나의 인내력에도 한계가 있고, 선거판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할까?

잘 해야 할까, 판깰까?


판깨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냥 대통령 후보인 척하면서 민주당을 끌고 가는 것이다. 그리고 대선끝나면 민주당은 내 차지이다. 대선에서 패배한 민주당 최대 파벌의 리더, 그게 나다. 그리고 786들의 판을 깨버리고, 나는 최대 야당의 리더가 되어 정부의 정당 지원금으로 잘먹고 잘 살수 있다. 그게 바로 새 판 짜는 것이다.


하지만 잘하기는 정말 어렵다.

냉소적인 786들과 협조해야 한다. 어떻게? 그들의 똥꾸멍을 살살 긁어 주면서 어떻게든 선거판에서 한 역할을 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호남이든, 좌파든 중도파든 내 편을 늘릴 수 있다. 아무리 어려워도 이제와서 내 자리를 누구에게 양보할 수는 없다. 내가 어떻게 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설령 양보한다고 해도 그건 안철수처럼 비웃음거리 밖에 안된다. 나도 ‘이철수’가 된다. 안철수는 그나마 자의적이었지만, 나는 786들에게 쫒겨난 비렁뱅이가 될 뿐이다.


그러고 보니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지는 유일하다. 잘하려고 애쓰자. 786들을 잘 보듬어 보자.

동네 깡패의 가랑이 밑을 지나간 영웅도 있다. 내가 그보다 못하지는 않다. 나도 얼마든지 치욕을 감수할 수 있다. 나의 시대를 만드는 일이라면 난 무엇이든 할 것이다. 냄새나는 786들의 가랑이 밑을 지나가야 한다면 엎드리겠다. 그래야 나도 살고, 자기네들도 살 길이라는 것을 그들도 안다. 그들이 협조하지 않는다면, 나는 뭉개면서 대선과 대선이후까지 민주당을 끌고 가며 판을 확실하게 깰 것이다.


자, 다시 한 번 마음다잡고 늘꼬 교활한 786들과 협조해보자.

그럼 누구부터 만나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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