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대단한 각오 없이는 마셔서는 안 되는 물질

by 술 마시던 나무



술, 대단한 각오 없이는 마셔서는 안 되는 물질


술은 사실 대단한 각오를 하고 마셔야 할 만큼 최악의 물질이다. 저녁에 마시면 잠을 쉽게 들게 하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수면을 방해한다. 알코올은 초반에는 얕은 수면을 유도하지만, REM 수면(깊은 꿈 수면)과 비REM 수면의 깊은 단계를 억제한다. 그 결과 수면의 질은 떨어지고, 뇌와 몸은 제대로 회복하지 못한 채 다음 날을 맞이하게 된다.


그날의 나는 온전치 못하다. 머리는 무겁고 집중력이 떨어지며, 작은 스트레스에도 감정이 과민하게 반응한다. 연구에 따르면 알코올은 뇌의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 기능을 억제하여 자기조절력을 약화시키고, 동시에 편도체(Amygdala) 활동을 높여 불안과 충동을 강화시킨다. 결국 피곤함은 더 크게 다가오고, 이 피곤은 다시 술을 향한 갈망으로 이어진다.


이때 뇌의 도파민 보상 회로는 “술 해소”라는 잘못된 학습 경로를 자동으로 불러낸다.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에 의해 강화된 이 회로는 피곤과 스트레스라는 작은 자극에도 쉽게 작동한다. 그렇게 다시 술을 마시면 악순환은 끊임없이 반복된다.


혹여 운이 좋아 중간에 이 사슬을 끊는다 해도, 그 전까지 잃어버린 시간은 어떻게 되는가. 알코올이 체내에서 완전히 빠져나가는 데는 시간이 걸리고, 그동안 뇌와 몸은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오지 못한다. 창의적인 사고나 깊은 몰입, 진정한 행복감은 모두 뒤로 미뤄지고, 회복에는 며칠씩이 걸린다. 결국 끊기 전까지의 매분, 매초는 낭비된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술은 단순한 기호품이 아니다. 술은 내 수면을 파괴하고, 내 체력을 갉아먹으며, 내 시간을 앗아간다. 술 없는 날들이 이어질 때 나는 비로소 내 삶을 주도한다는 확신을 얻는다. 술은 각오를 하고 마실 물건이 아니라, 각오를 해서라도 끊어야 하는 물질이다.



과학적 근거 요약

• REM 수면 억제: 알코올은 깊은 수면 단계를 방해해 회복을 저해.

• 전전두엽 억제: 자기조절력 약화, 충동적 행동 증가.

• 편도체 과활성: 불안과 스트레스 반응 강화.

• 도파민 보상 회로 강화: “피곤 술 해소”라는 잘못된 회로가 반복 강화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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