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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 완료, 알콜랜드 VIP

by 술 마시던 나무

입장 완료, 알콜랜드 VIP


“죄책감도 사라지고, 인정욕구도 덮였다.

이제 이곳은 내 일상이었다.”



성인이 되면

알콜랜드 자유이용권이 정식으로 발급된다.

더 이상 숨길 필요도, 몰래 마실 필요도 없다.

모든 게 당당해진다.

그리고 나는,

그 자유를 누구보다도 넓게 사용했다.



나는 좋은 대학에 가지 못했다.

지방의 국립대에 진학했고,

처음엔 ‘괜찮다’고 애써 위로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질 좋은 노력이 부족했던 나 자신을 인정하기 싫었다.

그래서 탓하기 시작했다.

환경을, 부모를, 교육 제도를.

그리고 결국,

나의 신세를 한탄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 시절, 나는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중독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욕구는 충족되지 않았다.


술은 그 공허함을 아주 잘 덮어줬다.

잠깐의 망각,

잠깐의 흥분,

잠깐의 해방.



이제는 죄책감도 사라졌다.

매일 진잔을 부딪치며

“이 정도는 괜찮지”

그렇게 스스로를 속이며 살아갔다.



특히 성인이 된 직후의 대한민국은 술에 너그럽다.


누구도 말려주지 않는다.

경각심은 애초에 주어지지 않는다.



우리는 쉽게 마신다.

습관처럼, 문화처럼, 보상처럼.

하지만 그 하루 한 잔이,

결국 미래의 나를

건강과 꿈, 관계, 감정에서 조금씩 갉아먹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애써 외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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