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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이별을 만나다

첫 설국열차 에세이

by 카르멘

덜컹덜컹-


우리 사이엔 만날 수 없는 철로가 있더라.


그 공간을 메우는 건 올해의 첫눈과 열차소리뿐.


아니 소리도 들리지 않는 흔들림뿐이었던가.


너와 나는 같은 방향을 향해 달려왔었지.


그저 이렇게 한 번쯤 서로의 지나감을 볼 수 있음이 다행일 뿐.


우리는 타고난 이별을 품고 있잖아.


다시는 만날 수 없는 너.


너는 나의 20대를 싣고 지나가는 열차이니.


지금 내가 타고 가는 40호 열차와는 다른 철로를 가고 있지.


우리는 서로의 흔들림과 풍경을 공유할 뿐.


너의 안녕이 지금의 나의 안녕임을 잊지 않을게.




첫눈 내리는 열차를 타고 가다 우연히 20대 때 자주 탔던 열차를 보게 됐습니다.

건너편 철로를 달리는 그 열차를 다시 탈 수는 있겠으나,

그 열차에 타고 있던 20대의 저는 만날 수 없겠지요.


하지만 제 안에 남아있는 어느 한 조각의 풍경을 따라가다 보면 오늘처럼 20대의 저를 볼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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