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폭설이 내린날, 출근길 버스를 탔다.
운좋게 자리에 앉아 가는데, 작은 분홍색 가방을 야무지게 메신 할아버지 한분이 타신다.
한손에는 가방과 깔맞춘 분홍 실내화 가방, 한손에는 손녀의 고사리 같은 손을 꼭 잡고.
할머니 한분이 아이에게 자리를 권하시지만, 아이는 한사코 서서 가겠단다.
그러자 할아버지가 손녀를 안쪽으로 서게하고, 본인의 양팔을 벌려 손녀를 지킨다.
할아버지의 양손은 손잡이를 꽉 잡아 힘줄이 성나게 도드라진다.
여전히 그의 한쪽 손목엔 분홍색 실내화 가방이 달랑인다.
그의 뒷모습에서 고스란히 느껴진다.
흔들리는 버스속에서 '우리 손녀 절대 지켜' 라는 마음.
할아버지 등에 메어진 앙증맞은 분홍색 가방도 손녀의 것이리라.
하지만 그에겐 창피함 따윈 없으리라.
그에게 분홍가방은 손녀의 분신일테니.
대가 없는 사랑,
그사랑을 꼭 지키고야 말겠다는 마음.
그 마음보다 강한 마음이 지구상에 있을까.
어쩌면 그 마음이 있기에 할아버지는 여전히 슈퍼맨이 될수 있을지도 모른다.
혼자였으면 털썩 주저 앉았을 지도 모를.
아마도 할아버지가 아버지였을 때는
본인의 딸의 손을 잡고 등교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지금 잡고있는 손녀의 엄마,
그러니까 할아버지의 따님 가방을 대신 메어주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때나 지금이나 그마음은 이어져있을 것이다.
나보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존재를 꼭 지키고야 말겠다는 마음,
그마음이 우리 인생에서 가장 힘센 마음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