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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아침입니다

다정아침 프로젝트

by 카르멘
"다정함도 지능이야. 상대방을 안심시키는 반듯함 같은 거. 그런 건 하루이틀에 쌓이는 게 아니니까."
(드라마 '사랑의 이해' )


지난 11월의 어느 날, 한 가지 다짐한 게 있습니다.


이른 아침 아이가 일어나서, 강제기상? 하다 보니

제 미간에 내천 자가 되돌릴 수 없는 수준이 됐음을 목격했어요.


그리고 종종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나느냐"는 푸념 섞인 말로 아이와 첫 대화를 나눴죠.


그런데 제가 아이의 아침 혹은 하루의 시작을 망칠 자격이 있나 싶은 죄책감이 계속 쌓여갔어요.

아이뿐 아닌, 제 하루의 시작도 푸념이나 한숨으로 점철돼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간의 4년 동안 긍정의 말을 되새기자, 묵주를 사서 묵주의 알알이 기도해 보자, 일어나자마자 명상을 해보자 등

여러 다짐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모두 실패했어요.


새벽녘 기상은,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에 있습니다.

자발적 기상이 아닌 이상요.

사실 제가 하는 작가모임엔 아주 자발적으로 새벽기상을 하시는 훌륭한 분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니더라고요.

의식적인 다짐이 무의식의 본능을 이기는 건 정말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아주 간단한 습관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그냥 무의식으로 심어질 만큼의 간단한 습관요.


"굿모닝, 좋은 아침이야"를 무조건 첫마디로 입에서 내뱉는 겁니다.

아이에게, 그리고 나에게.


그런데 "굿모닝, 좋은 아침"에 영혼이 실리지가 않더라고요.

너무 클리셰한 말이라 그럴까요?

제 뇌가 기상하지 않더군요.


그래서 어차피 '다정한 아침'을 목표로 하는 거니

"안녕, 다정한 아침이야"라고 말하기로 바꿨습니다.


그 말을 습관적으로 한 지 이 주일쯤 된 듯합니다.

그러다 보니 딱딱하게 굳은 아침의 마음도 조금은 다정해지는 것 같더군요.


오늘은 아이가 일어나서 제 곁에 오더니,

"엄마 좋은 아침이야."라고 말해줬어요.


어찌나 기쁘던지요.


그래서 저도 "응, 다정한 아침이야"라고 말해줬습니다.


그러자 또 아들이 "아니, 귀여운 아침이야"라고 장난을 치더라고요.


제가 '다정한 아침'이란 말을 쓸수록 제 하루가 다정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집에서 나와 인사하는 가까운 이들에게도 "다정한 아침" 인사를 건넸습니다.


제 주위의 모두가 '다정한 아침'이란 말에 다정한 울림을 얻는 듯합니다.


매일 다정한 마음이 샘솟는 아침이 아닐 수도 있겠지요.

정한 날도, 절망적인 날도, 피로로 찌든 날도 있겠습니다.


그래도 어찌 됐든 딱 한마디 만은 굳건히 지켜보려 합니다.


어느 드라마 대사처럼 '다정함'은 매일 쌓이는 노력이고, 상대방뿐 아닌 자신을 위한 섬세한 지능인 듯합니다.


오늘도, 다정한 아침입니다.


(다정한 아침을 이룬 오늘의 아들과의 아침식사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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