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심장 추락 사고

홀로 엘리베이터의 공포

by 카르멘


몇 시에 일어났는지 상관없이 아침은 참 부산스럽습니다.


특히나 월요일 아침의 바쁨은 클래식이죠.


제 회사가방, 아이 어린이집 가방, 간식 가방 3개를 챙겨 나오는데

아이가 먼저 올라온 엘리베이터에 올라탔습니다.

유모차를 타고 간다고 하여 복도 끝 주차된 유모차를 끌고 오려는 찰나,

문이 닫혔습니다.


으앙 엄마~~~~~~~~~~~~~~~~~~


아이의 떠나갈 듯 한 울음소리에 기겁하여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으나 이미 내려가버린 후.

계단 비상구로 뛰어내려 갔습니다.


"잠깐만 멈춰주세요!!" 소리를 지르며 내려갔는데,

다행히 아랫집에서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눌러놓은 모양입니다.


그런데 비상문이 왜 이렇게 안 열리는지, 가방을 모두 내팽개치고 두 손을 꽉 잡아 잡아당겼습니다.

다행히 아랫집 할아버지가 발을 엘리베이터에 걸쳐 잡아주고 있었습니다.


아이는 눈물콧물 범벅.

얼마나 놀랐는지 모르겠습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힌 찰나의 순간,

고작 11층에서 10층으로 한층 내려간 순간.


그 순간 지구상 가장 큰 두려움이 저를 덮쳤습니다.


아이를 안으며 놀란 아이의 심장과 제 심장을 맞댔습니다.


그리고 어제 들려온 비보가 떠올랐습니다.


무안공항에 추락한 비행기.


저는 아이를 엘리베이터에 1분도 채 안 되는 시간 혼자 태운 것에도 심장이 떨어졌는데,

유가족들의 심장은 어디까지 떨어져 내려 갔을까요.


아니, 다시 심장이 제자리를 찾을 수나 있을까요.


무탈함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우리는 흔들리고 잃어버려야만 다시 깨닫게 됩니다.


오늘 아침 제가 끝까지 잡아야 했던 건 세 개의 가방끈이 아니었지요.


우리가 맞잡은 두 손이 우리의 비상금과 열쇠가 담긴 가방보다 훨씬 귀하고 무겁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합니다.


12월의 끝자락, 다시는 이런 비통한 고통이 없길 바랍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끝까지 살아내는 게 성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