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초심"
청사의 해.
푸른 뱀의 해에 모아보는 처음의 마음.
"청사초심" 모임의 작명 배경이다.
사실 이 모임은 마음 맞는 동료들 5명으로 구성된, 사조직.
작년엔 청룡주연상 모임으로 작명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인사이트 insight'를 준다 해서 우리는 서로를 '인싸녀'라고 부른다.
초록뱀 인싸녀모임, 우리는 그렇게 올해 만남을 시작했다.
그녀들의 마음과 내 마음을 기록해 둔다.
초심을 잃을 때쯤 꺼내보기 위해.
인싸녀 1. 우아한 워킹맘, 그레이스 조
어디선가 진동음이 들린다.
"음~음~"
아니다. 진동음처럼 일정한 리액션은 언제나 우아함을 잃지 않는 그레이스 조의 전화소리다.
상대방의 말에 언제나 "음~음~"하는 백색소음을 만들어주고,
대면으로 대화를 할 땐 언제나 "네~네~"하며 항시 예의범절이 갖춰져 있다.
그녀는 아이 둘 워킹맘이다.
도대체 그녀는 왜 항상 친절하고 우아한가? 우리 회사 워킹맘들의 미스터리 중 하나다.
심지어 매일 아침 고데기를 해서 말아놓는 그녀의 머리를 보면,
'아마 그 집엔 전담 집사가 있을 거야'라는 괴소문을 돌게 할 정도다.
결론은 우아함이 인간으로 탄생한다면 그녀가 아닐까?
그런 그녀의 청사초심은...'타로카드'.
평상시에도 샤머니즘에 살짝 심취한 그녀는, 매해 운세를 항시 본다.
하지만 이젠 더 이상 자신의 운세를 타인에게 점치지 않겠다는 의지인지, 스스로 보겠다고 선언했다.
타로카드와 독학을 위한 책도 이미 구비 완료.
"제가 꼭~배워서 여러분들 궁금하실 때 운세 봐드릴게요. 즐거울 거예요~(방긋)"
그리고 얼마 후 이사하는 그녀는 텃밭 가꾸기도 할 참이다. 야채를 싫어하는 아들에게 직접 키운 야채 먹는 맛을 알게 해 주기 위해서.
"어릴 때 입맛이 참~중요해요. 그래도 스스로 키운 건 먹겠죠? 안 먹으면...(방긋)"
*참고로 그녀는 가끔 '킹콩맘'으로 변신한다
인싸녀 2. 유쾌한 워킹맘, 러키수키
자 이제 두 번째 워킹맘 차례.
그녀가 있는 곳은 쉽게 들통난다.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그녀의 우렁찬 웃음소리 덕분.
귀가 번뜩 뜨이는 웃음소리에 뒤돌아보면 언제나 그녀가 있다.
듣는 사람까지 유쾌해지는 호탕한 웃음소리의 그녀는, '러키수키'
(장원영의 '러키비키'를 빗대 스스로 '러키수키'로 작명)
그녀는 코리안에이지로 앞자리가 5로 바뀌는 지점에 이르렀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스스로 "인생의 후반전에 들어섰다"라고 사뭇 진지한 서두를 열었다.
초등학생 두 딸의 엄마로서 그녀는 항상 아이들의 꿈에 관심이 많다.
얼마나 그녀가 진심이냐면, 매주 일요일 야구소녀인 큰딸을 위해 야구훈련을 함께 간다.
매주. 그것도 일요일 저녁에!
그런데 매일 아이들의 꿈 뒷바라지를 하다 보니, 어느 날 딸들이 물어왔다.
"엄마는, 책 읽는다는 거 왜 안 읽어? 엄마 요새 왜 글 안 써?"
아차 싶었다. 아이들에게 꿈을 꾸라고 해놓고선, 자신은 꿈을 위한 노력은 미뤄뒀다.
아이들에겐 책을 읽으라 매일 잔소리하면서, 자신은 책을 읽지 않았다.
왜일까?
사실 이유는 중요치 않다. 그냥 하면 그만이므로.
"꿈을 이룬 엄마의 모습을 보여줄 거예요. 단 10장이라도 써서 전자책이라도 내자! 아자아자~~~"
러키수키의 말엔 힘이 있다. 그게 그녀의 행운이다.
인싸녀 3. 골저스(gorgeous) 새댁, 레이첼 킴
영국에서 신혼을 보내고 돌아온 그녀.
그녀는 작년 출근길 내내 "how to be calm" 오디오 강의를 들었다.
수요가 있는데 공급이 있는 법.
그녀는 작년까지 마음의 평화가 쉽게 어질러졌다.
회사일에 자꾸 매몰되고 마는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녀는 에너지음료가 기호식품이다.
말만 했으면 여전히 과신경 했을 텐데 다행히 그녀는 행동했고 내면의 성숙이 외관으로 드러날 정도가 됐다.
그리고 올해는 본인의 기호식품이던 에너지음료 자체를 끊겠다고 선언한다.
몸속의 피까지 고카페인으로 각성돼 있는 듯 하니 이를 바꿔보기 위해서다.
"자기 주도적 페이스가 제 모토입니다. 바쁘다고 운동 미루고, 바쁘다고 햄버거 먹고 , 바쁘다고 몬스터음료 안 마시려고요. 아멘"
부디, 아멘.
인싸녀 4. 포카리스웨트, 카르멘
이글에 인싸녀들 앞에 붙은 수식어는 각자의 이미지다.
(포카리스웨트는... '이미지는 청순한데, 갈증 풀리는 말을 해준다'는 의미로 붙여졌다)
아무튼 포카리스웨트는 이모임의 기획자다.
그녀는 얼마 전 배우이자 작가인 차인표 님의 보라(VORA;교보문고에서 진행하는 강연플랫폼) 강의를 봤다.
거기서 그가 힘든 시간에 터득한 세 가지 습관에 대해 들었다.
하다, 읽다, 쓰다.
이 세 가지 습관이 지금의 그로 성장하게끔 도왔다고 했다.
그녀도 한번 해보려 한다.
하다, 읽다, 쓰다.
책을 내고 강의를 하다
매월 1권의 책을 읽다
매일 1편의 글을 쓰다
그리고 한번 써봤다.
1년 후의 그녀에게 보내는 편지를.
"푸른 뱀의 해는 너의 해였다.
세상에 너의 책이 나오고, 강연자로서의 삶을 시작한 걸 축하해!
남편도 아들도 너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었구나.
그리고 무엇보다 너와의 약속 3가지를 지켜낸 걸 축하해!
자신과의 약속도 못 지키면서, 아들보고 매일 약속을 지키라는 말 못 하겠댔지?
넌 이제 자격 있는 엄마야.
그리고 끝은 시작이다.
이제 또 시작되는 너의 한해를 기대해. 넌 이제 뭐든 할 수 있어!"
푸른 용에서 초록뱀으로 변신한 그녀들.
과연 그녀들의 말은 얼마나 진화했을까.
2026년 1월 불타는 말에 올라탄 인싸녀들의 모임을 기대해 본다.
(2026년 붉은말의 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