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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도 성격 있다!

눈사람 만드는 방법

by 카르멘

대설주의보.


어른인 나에게 눈은 이미 낭만이 아닌 지 오래.

특히 남편 없이 혼자 아이를 돌봐야 하는 휴일에 눈이 이처럼 펑펑 오면 대략 난감.


차를 몰고 아이와 어디든 가야 하루가 쉬이 가는데 꼼짝없이 집에만 있어야 하는 무서운 겨울왕국.


그래도 진짜 집에만 있다간 에너지 넘치는 5살 아드님과 못 견뎌내기에 기어 나온다.

설~설~.


눈처럼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내린다.

영차영차 콧물이 나와도 작업은 시작된다.

오늘 같은 날에만 만나는 그분을 만들기 위해.


그러고 보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어릴 때도 그다지 말랑말랑한 감수성의 소유자가 아니었을까.

눈사람을 내 손으로 만들어본 기억이 잘 안 난다.


하지만 나는 대한민국 엄마.

사람도 만드는데 눈사람을 못 만들쏘냐.

그런데 왜 이렇게 안 만들어지느냐.

어느 세월에 이 작은 눈송이를 사람처럼 크게 만들지?


다른 아이들은 잘도 만드는데 유독 내 눈사람만 더디게 만들어지는 것 같다.


이거 굴리다 보면 만들어지는 거 맞아?

이걸 언제까지 굴리지?


온갖 쓸데없이 순수하지 못한 생각만 쌓여간다.

눈은 안 굴리도 잔머리만 굴려댄다.

더 빨리 만드는 방법 없나 하고.


그냥 굴리면 된다. 그냥 반복해서.

근데 그걸 의심한다.

그게 어른의 약점이다.


드디어 완성!

근데 왜 나뭇가지가 눈사람 얼굴에 안 붙지?

아뿔싸. 더 단단하게 만들겠다고 눈을 너무 옹골차게 눌러대서 눈사람이 아니고 얼음사람이 됐다.


적당히 형체만 커지게 부드럽게 만들었어야 했는데 나뭇가지 하나 들어갈 틈도 없이 또 너무 딱딱하게 굳혀서 만들었다.


눈사람이 진짜 사람인가 보다.

만드는 사람의 생각과 성격을 이토록 닮았다니.

순간 눈밭에서 자아성찰에 들어간다.


그러고 보니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만들어본 눈사람은 처음인 것 같다.


그래, 처음에 이 정도면 뭐 성공이지!


아들.. 부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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