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마음

<아들과의 대화> 2

by 카르멘

1월 19일 일요일 저녁.


아들 : 엄마 응가 했어.

엄마 : 응, 도와줘?

아들 : 응. 근데 엄마 엄마 머리 냄새 좋아. 사랑 냄새.

엄마 : 응? 엄마 머리에서 사랑 냄새나?

아들 : 응.

엄마 : 그럼 아빠 머리냄샌 어때?

아들 : 안 좋아.

엄마: (웃음 참기 실패) 그럼 아빠 슬퍼해~~

아들 : 왜? 아빠 머리냄샌 안 좋아. 근데 아빠는 좋은데?

엄마 : 아.. 그렇지? 준이는 아빠 좋아하지. 머리냄새만 안 좋은 거지.




우리는 누군가를 평가할 때 누군가의 일부를 전체인 것처럼 생각합니다.

"저 사람은 매일 지각해."

"저 사람은 좀 사교성이 떨어지지 않아?"


듣는 사람도 생각하죠. 아, 이 사람은 저 사람을 싫어하는구나.

일부를 전체인 것처럼 받아들입니다.


아이에게 훈육할 때 저지르지 말아야 하는 실수 중 하나도 마찬가지입니다.


"공부 이렇게 할 거면, 그냥 다 때려치워!"

"겨우 이런 약속도 못 지키면서, 네가 뭐가 되겠니!"


아이의 일부 잘못이나 실수를 아이 전체에 대한 잘못으로 인지하고 말합니다.

듣는 아이도 그렇겠죠.

"아, 나는 안 되는 아이구나" 하고 말이죠.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수학공부를 싫어하는 아이는, 책 읽기를 좋아하는 아이의 다른 면이죠.

이런 약속도 못 지킨 아이는, 다음 약속을 꼭 지켜야겠다고 다짐하는 아이의 과거입니다.

그 기회를 빼앗는 건 누구일까요?

부모일 확률이 99%.


아이가 '아빠 머리 냄새가 안 좋아'라고 한 아주 단순한 말을 '아빠 머리 냄새 싫어'로 오인하고, '엄마를 아빠보다 좋아한다'라고 오해할 뻔했습니다.


아빠의 머리 냄샌 안 좋아도, 아빠는 좋은 겁니다.

안 좋다고 싫은 건 아니고, 일부가 안 좋다고 전체가 안 좋은 건 아닌 겁니다.


'진짜 좋아하는 마음'이란 이런 거겠죠.

구분 없는 마음.

부분을 전체로 왜곡하지 않는 마음.


일요일 밤, 좋아하는 마음을 다시 한번 간직해 봅니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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