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에서 유산 만들기(번외편)

by 카르멘


연휴는 이제 시작인데, 벌써 기진맥진이다.

어제 하루 낸 휴가는 역시나 출근보다 힘들었다.

아이 비염치료를 위해 오전엔 한의원, 영유아검진을 위해 오후엔 소아과.

그리고 당연히 어린이집은 패스.


그렇게 초저녁부터 아이와 기절 후 눈 떠보니 오늘이다. 시간은 6시 50분.

큰일이다.

부랴부랴 침대에서 나와 휴대폰을 켜고 이어폰을 꼈다.

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효자 아들은 남편에게 맡긴 채 들어갔다.

유산의 세계로.


내게 있는 건 아직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

아직 다 캐내지 못한 삶의 철학과 경험의 지혜.

하지만 분명 물질화될 것이라는 믿음.

이 모두의 시너지.

엄마의 유산, 아빠의 유산 zoom회의가 시작됐다.


모두의 환경이 달랐을 것이다.

모두가 살아온 환경도 현재 진행 중인 환경도.

하지만 단 하나, 앞으로 아이들이 살아갈 환경에 대한 희망, 소망, 갈망만큼은 같을 것이다.


더 나은 세상에서 아이들이 성장할 수 있기를 바라므로 토요일 아침 6시 50분 모두가 모였다.


나는 시댁이었다.

지금도 시댁이다.

시댁은 나의 든든한 우군이다.

나의 아이로 연결된 세상의 따뜻한 일부이므로.


이곳에서 나는 유산을 받았다.

엄마의 유산, 아빠의 유산을 위한 공부의 시간.

그리고 언젠가 이 시간은 정신의 물질화, 내정신이 내손아귀에 잡히는 날을 만들어줄 것이다.

손아귀에 잡히는 금은 곧 내 아이에게 물려줄 유산이 될 것이다.


아이가 달려온다.

아이만큼 조금씩 커가고 있는 엄마에게.


아이가 달려온다.

할아버지, 할머니 품에서 엄마, 아빠 품으로.

그리고 언젠가 그 모든 존재의 품이 사라지는 순간,

믿고 싶지 않지만 그 순간이 오겠지.

그때 아이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달려 나갈 힘을 남겨주고 싶다.

그 힘을, 나는 유산이라고 부르고 싶다.


그래서 나는 시댁에서도 유산을 만들어나간다.

이렇게.


언젠가 <아들과의 대화>도 유산의 일부가 되길 바라며.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