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엄마 위성이야"

<아들과의 대화>

by 카르멘

어제 너무 평안했나 싶었습니다.


역시, <에너지 총량의 법칙>이 있듯이

<떼 총량의 법칙>도 있는 거죠?


6시 기상한 아들이 아빠랑 다정하게 놀다가

(아빠들은 출근 직전 아들과 놀 때 가장 다정)


6시 35분 아빠 출근 후, 본격 놀이타임이 시작!

그런데 갑자기 장난감을 본인이 안 꺼내겠답니다.


"준이 거니까 준이가 꺼내야지~준이가 놀고 싶다고 했잖아~"


"싫어. 그럼 엄마가 하고 싶은 놀이 정해. 엄마가 꺼내"


"... 그럼 기차놀이 할까? 어제 우리 만들어 놨잖아"


"싫어. 알았어 내가 꺼내면 되잖아!(발로 쾅)"


"장난감 발로 차면 안 되지!

다 갖다 버려야겠네!"


두 번째 말은 하지 말았어야 하죠?


네네, 깜빡이도 없이 갑자기 3단 엑셀 밟은 엄마의 말.. 반성합니다.

감정 스탑! 을 못했네요.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으앙~~~~~~끅끅~~"


울며 떼쓰는, 울떼 전쟁이 시작됩니다.


지금 시각 7시 15분.

아직 세수도, 아침밥도 시작을 못했으니 어디서 타는 냄새가 납니다.

(제 속 타는 냄새..?)


그래도 배운 대로 한 번은 해봐야지, 이것은 기회여!

생각하며 @지담 작가님께 배운 대로 해봅니다.


"화? 앵그리? 오케이. 스탑 카르멘! 후~후~

준아, 준이도 여기 앉아서 감정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려. 엄마처럼 숨 쉬어봐"

(묵주반지 알을 굴립니다. 네, 샀어요.

저는 아직 의식훈련 초보자라 뭐라도 손에 쥐고 해야 좋더라고요? 나이롱이지만, 천주교라..)


"후후! 못해!! 꺽꺽~~~~"


의자에 앉아 다리를 구르고 콧물이 끊임없이 흐르는 울떼 전쟁 2부가 시작됩니다.


지금 시각 7시 30분.

평소라면 아침식사 시작시간입니다.


"밥 먹을 시간인데... 아휴"


저도 모르게 마음의 소리가 새어 나옵니다.

일단은 배운대로..

(비록 아직 진정은 안된듯 하지만..)


"엄마가 장난감 버린대서 화났어? 엄마가 그건 잘못했어. 근데 장난감 발로 차면 안되는 거야"


그렇게 결국

아이는 30분을 울며불며하다가.. 결국 종료.


사실 어떻게 종료됐는진 모르겠습니다.


"아침밥 못 먹고 놀이도 못하도 그냥 가야겠다!"

참다못한 엄마의 선언 때문이었는지...


역시 아직 갈길이 멉니다.


화를 억누르며, 감기 걸린 아들내미 먹인다고 와중에 소고기 한 덩이를 구워댑니다.

할머니표 물김치에 흰밥을 물에 말아 후다닥.


한 숟가락은 스스로, 한 숟가락은 꼭 엄마가 먹여주길 바라는 5살 아들내미.


지금 시각 8시 40분.

평소라면 자동차 시동 걸 시간입니다.


그래도 휴가를 쓸지언정 더 이상의 화는 없다,

아니 화는 나지 인간인데, 다만 나는 화를 내지르지는 않을 것이다, 다짐하고 문을 나섭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아이가 뱅글뱅글 엄마 눈치를 봅니다.


엄마 콧구멍에서 나오는 거친 숨소리를 들었는지..


"엄마랑 헤어지기 싫어"


"응 엄마도 준이랑 헤어지기 싫지. 그래도 금방 다시 만나지?"


어린이집 앞에서 엄마 곁을 뱅글뱅글 도는 작은 머리통이 또 보입니다.


"위성이야"


"응?"


"난 엄마 위성이야. 엄마 주변을 도는.. 헤헤"


사르르.

미간의 내천자가 풀립니다.


이런 곰살맞은 존재가 있나.

어제 본 책에서 달이 지구를 도는 위성이라고 말해준 게 떠올랐나 봅니다.


"아니야~ 엄마가 준이 위성이지~아닌가?

우리 다 제일 큰 행성 하자. 우주에서!"


"좋아! 근데 같이 가는 거지? 엄마랑 준이랑?"


"그럼~~~ 당연하지!"


요렇고롬 종료됐습니다.

다행히 어린이집도 회사도 지각을 하지 않았고,

서로의 멀어지지 않은 위성궤도도 확인했으니,

해피엔딩..?


오늘도 퇴근길 염불처럼 외워야겠습니다.

묵주팔찌를 꼭 끼고.


"나는 화에 반응하지 않는다. 나는 대응한다!

나는 선택할 수 있는 존재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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