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의 대화>
“난 경찰 할 거야. 근데 율이도 경찰 한 대서 싫어. 나만 할 건데”
“준이는 경찰이 꿈이지? 율이도 경찰이 꿈인가 보네. 같이 하면 더 좋지! 도둑을 더 많이 잡을 수 있잖아?”
“난 혼자 하고 싶어. 율이는 소방관 하라고 해”
5살 아들의 꿈은 경찰입니다.
또래 남자아이들 네댓 명이 모이면 그중 절반은 경찰, 절반은 소방관이 꿈이라지요.
"근데 엄마는 꿈이 뭐야?"
오 드디어 아들의 질문이 시작됩니다.
말 나온 김에 엄마의 꿈 이야기를 슬쩍 흘려봤습니다.
“엄마는 꿈이 작가잖아. 엄마 책 쓰잖아~곧 책 나온다?”
“싫어”
“응? 왜 싫어? 준이 책 좋아하잖아. 엄마가 책 쓴다니까. 책에 엄마 이름이 나오는 거야 작가로”
“나도 책 쓸래. 엄마 혼자 하지 마. 나도 책 쓸 거야”
오우 욕심 많은 우리 아들은 한글을 읽지도 못하는데 벌써 책을 쓰겠다고 합니다.
엄마도 마흔에 생애 첫 출판계약을 한번 해보고, 곧 다가올 새로운 출판을 위해 매주 줌회의에 매일 글쓰기 연습을 하고 있는데 말이죠.
작가의 자격에 정해진건 없지만, 그래도 한글은 알아야 하지 아닐까 싶은데 말이죠.
그래도 뭐 한글은 곧 깨치게 될 테니, 책을 쓰겠다는 마음을 한번 먹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제가 5살 땐 이런 마음을 갖지 않았으니까요. 그러니 확실히 아들이 엄마보다 낫습니다.
지금은 불가능을 불가능이라고 인지하지 않으니, 두려워하지도, 포기하지도 않는 상태겠네요.
나중에 어려움으로 인지하더라도, 엄마가 했으면 나도 할 수 있지라는 용기를 갖게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어쩌면 제가 제 매일에 욕심을 보태고 노력을 채워 넣어 꿈꾸는 ‘작가’라는 꿈도 아이를 위한 보험일지도 모릅니다.
“엄마는 뭐 했는데? 어디까지 해봤는데?”라고 사춘기 아들이 어느 날 제게 물어올 때 아무 말 없이 건네줄 한 권의 증거. 저는 그게 제책이었으면 하거든요.
그게 제가 엄마이자 작가로서 품고 있는 아주 소중한 꿈입니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해야 할 일'에 파묻혀 '하고 싶은' 꿈에 대해 이야기하길 미뤄둡니다.
너무 많은 이해관계에 얽혀서 진짜 나에게 이로운 게 뭔지, 해로운 게 뭔지 판단하길 유예합니다.
숨 쉬듯 겪는 갈등과 상처들로 미래의 나에 대해 ‘기대’하는 걸 포기하지요.
하지만 그 누구도 내 아이가 꿈을 미루고, 이해득실에 대한 판단을 유예하고, 미래에 대한 기대를 포기하길 바라지 않을 겁니다.
아이에게 우리는 이렇게 묻지요.
너는 꿈이 뭐니?
너에게 도움이 되는 게 뭐니?
너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게 뭔지 아니?
긍정적으로 생각해 봐. 너는 미래에 무엇이든 될 수 있잖아?
하지만 아무도 스스로에게 묻지 않아요.
그래서 나는 꿈이 뭐야?
나에게 진짜 도움이 되는 게 뭐야?
나에게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는 게 뭔지 알고 있어?
너는 이제 미래에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
내가 스스로 하지 않은 질문을 아이에게 쏟아냅니다.
내가 모르는 질문의 답을 아이에게 찾습니다.
나도 뭔지 모르면서 아이에게 하라고 합니다.
그저 꿈꾸고 노력하고 포기하지 말라고요.
어느 날 아이가 머리가 크고 세상을 조금씩 알게 될 때 물어오지 않을까요?
엄마는요?
엄마의 꿈은 뭐였어요?
그래서 엄마는 꿈을 위해 노력했나요?
포기하고 싶을 때 어떤 선택을 했나요?
그래서 엄마는 꿈을 이뤄 행복한가요? 꿈을 이루지 못하면 불행한 건가요?
인생은 자기 자신에 대한 답을 찾는 여정이겠죠.
아이에게 찾는 것을 자신에게서 찾지 못한다면 그처럼 '가난한' 엄마도 없을 겁니다.
지금 절실한 것은 아이와의 대화에서 아이의 답이 아닌 ‘나의 답’을 찾는 일 아닐까요.
엄마가 스스로가 영혼의 선장이 되어야 아이도 아이 영혼의 선장이 될 테니까요.
네게 스며들게 하지 말고 네가 스며들게 하렴.
오로지 너 자체로서 너를 채우는 거야.
타인에게 보이기 위한 포장, 관습에 얽매인 낡은 사고,
자신이 아닌 누군가의 꿈을 대신하고 있는 무지,
나아가 자기 것이 아닌데 자기를 채우고 잇는 수많은 사고의 관성들...
그렇게 스며든 것들이 너를 채우게 하지 말고 네 것으로 채우고 흘러넘쳐 스며들게 하렴(주 1)
주 1 : 엄마의 유산, 김주원, 건율원,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