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정수리에 싹트는 질문

<아들과의 대화>

by 카르멘

21년 3월생 소띠 O형 아들.

85년 11월생 소띠 B형 엄마.


아들과 저는 띠동갑 사이입니다.

그리고 저를 유독 많이 닮았습니다.


"겉은 아빤데 속은 그냥 엄마야"


종종 듣는 소리인데, 정말 말투, 말씨, 말톤이 섬칫할 정도로 닮았습니다.


그리고 부드럽고 폭신한 생크림케이크보다 쫄깃 단단한 브라우니, 한 그릇요리보다 정식요리, 밥보다 반찬파인 입맛까지 저를 빼다 박았습니다.


X유전자가 제 역할을 했나 봅니다?


제가 엄마가 됐을 때,

아무런 교육관도 없던 제가 딱 2가지 저와 약속한 게 있어요.


하나, 자기 전에 책 읽어주는 루틴을 매일 한다.

둘, 아이의 모든 질문에 답한다.


얼마 전 어린이집 면담을 다녀왔는데,

어떤 상황이나 이유 등에 대해 아이가 굉장히 세세하게 설명을 하는 편이라고 하더라고요.

끝없이 말하고요...(집에서도 그렇습니다)


사실 아이는 코로나 베이비로 태어났고, 마스크를 2살 때부터 쓰고 어린이집을 다녔습니다.

당시 코로나 시기 태어난 아이들의 언어발달에 대한 뉴스가 많이 났었거든요.


제가 해줄 수 있는 건 집에서 정말 제볼이 움푹 파일만큼 말을 많이 해준 것뿐이었죠.


그런데 요새 두 번째 약속을 점점 지키기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왜? 그러니까 왜? 그래서? 그러면 어떻게 돼? 내가 이렇게 말하면 그 사람은 어떻게 말해? 그러고 나면 어떻게 될까? 왜?"


아이의 끊임없는 질문의 연쇄 작용에 저도 모르게 한숨을 쉬고 있더라고요. 그 상황에서 다른 이슈로 전환시키려 하고요.



깨달았죠...

아들과 내가 속이 닮았다는 건 칭찬이다.

사실은 아니니까.


나를 빼다 박은 줄 알았던 아들과 나의 가장 닮지 않은 부분은, 왜? 다.


85년생 엄마는 "왜?"라는 궁금증을 품지 않습니다.

"그냥 그런 거야", "원래 그래"를 달고 살죠.


85년생 엄마는 "왜!"라는 화를 품고 있습니다.

그냥 궁금한 건 없고요, "도대체 왜!" "왜! 그런데?" 항의성 질문만 품고 있거든요.


21년생 아들은 "왜?"라는 질문으로 자라납니다.

세상에 당연한 건 없고, 응당 그래야 하는 것도 없죠. 그래서 정말 그게 왜 그래야 하는지 생각하게 만듭니다.


21년생 아들은 "왜?"라는 싹을 자라나게 합니다.

그저 어찌하여 그렇고, 앞으로 왜 그래야 할까? 하는 수많은 물음표의 밭을 갖고 있습니다.

저 사람의 저의가 무엇일까, 그 사람이 무슨 의도로 나에게 이러는가 하는 의심의 물은 주지 않습니다.

그저 있는 그대로 '왜 그럴까? 왜 그래야 할까?' 순수한 질문의 씨앗만 갖고 있습니다.


오늘 어린이집 등원길에 아이가 어린이집 뒤뜰에 심어둔 화분을 자랑하더군요.


"엄마, 봐봐. 내가 심은 씨앗에서 잎이 엄청 길어졌어!"


화분을 살펴보는 아이의 정수리에서도 싹이 핀 걸 봤습니다.

어쩌면 아이의 정수리에서는 매일 새싹이 쑥쑥 자라나는 중 아닐까요?

아이의 왜?라는 질문의 씨앗이 싱싱하거든요.


엄마 정수리에는?

...

정수리 냄새가 나기 시작하는 건, 어쩌면 왜?라는 질문의 씨앗이 퇴화돼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부럽다, 싱싱한 아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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