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손이잖아, 엄마

<아들과의 대화>

by 카르멘

"엄마, 손톱에 매니큐어 칠해줄까?"


긴 연휴 동안 길가에 떨어진 꽃, 잎, 돌 등을 모아 아이와 소꿉놀이를 했습니다.

아이가 모아놓은 땅의 놀잇거리가 귀여워 사진을 찍고 있는데, 어느새 꼬물 한 손이 다가와 제 손을 잡습니다.


오동통한 손에는 집에서 언제 챙겨 왔는지 핑크빛 펄이 들어간 매니큐어가 쥐어져 있었죠.

아이를 키우면서 알게 된 건데, 어릴 때는 남녀 상관없이 반짝이고 예쁜 걸 좋아하는가 봅니다.


"엄마는 매니큐어 바르면 답답한데.. 손톱이 숨을 못 쉬는 것 같아서 안 발라줘도 돼~"


녀석의 맘에 들지 않는 답변을 했더니 아랫입술이 대빨 나옵니다. 그러더니 강력한 한마디를 엄마에게 투척합니다.


"아니~그래도~엄마 손 봐봐. 손이 낡았잖아~"


헉. 손이 낡았다고?

그 소리를 듣는데 어디선가 큰 웃음소리가 들립니다.


"엄마 손 낡았어? 와~진짜 신선한 표현이다. 역시 우리 아들 뇌는 싱싱하네~"


엄마의 대답에 싱긋이 웃는 아들은 기어코 낡은(?) 엄마손에 매니큐어를 발라줍니다.

저는 제 손에 매니큐어를 발라주는 아이의 싱싱한 정수리를 내려다봅니다.


킁킁. 이 녀석 아직 신선하군.


그리고 제 손을 내려다봅니다.


낡았나?

늙은 것도 아니고 낡았다니!

그러고 보니, 낡다와 늙다는 모음 하나 차인데 어감이 굉장히 다릅니다.

사람에게는 '낡다'라는 표현을 안 쓰는데, 늙다보다 직관적으로 강력한 펀치를 날려주네요.


어쨌거나 저쨌거나 제 손을 보니

20대 때보단 사일짝 광채가 덜 나긴 하고...

30대 때보다 조금 시든 것 같긴 한데...


그러고 보니, 아이의 손도 처음 엄마뱃속에서 나왔을 땐 쭈글쭈글했을 텐데요.

늙지도 낡지도 않은 손이지만 그 갓 태어나 어린 손도 그랬습니다.

지금은 그 손의 주름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요.


쭈글쭈글했던 손은 시간의 계절을 지나는 동안 살집을 키워 매끈해졌습니다.

매끈했던 손은 시간의 계절을 지나는 동안

주름을 키워 낡아졌네요.


그래도 그두 손이 같은 시간의 계절을 맞잡고 왔습니다. 아마도 어느 해 봄부터 지금까지.


그러니 조금 낡았고 조금 더 낡게 되더라도

잡을 따뜻한 손이 곁에 있는 한,

조금 낡은 손도 상하지는 않겠지요?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