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해."
남편이 말했다.
(그렇지. 아닐수가 없지.)
결혼후 2개월 만에 아이가 생겼다.
물론 축복이고, 축복임이 분명하다.
그이후 코로나가 터졌고, 회사와 집이 멀었던 나를 고려해
원래 살던 집을 시세보다 싸게 팔고 부랴부랴 회사가 있는 지역으로 이사를 했다.
회사가 있는 지역은 또 집값이 더 비쌌고, 당시 마땅한 매물이 없어서
1년 정도 월세를 살았다.
그집에서 출산을 했고, 계속 월세를 낼순 없기에
다시 이사를 했다.
집을 살때 남편은 대출을 받았다.
그리고 아주 성실하게 갚고있는 중이다.
아이는 이제 3살이다.
그동안, 그니까 결혼식 이후부터 지금까지,
남편은 친구들을 한번 만났다.
임신기간과 출산 초반엔 코로나 때문에..
그이후는.. 그냥 사는게 바빠서?
남편은 새벽 6시반에 집에서 나가서 회사 셔틀을 타고 출근한다.
집부터 회사까지는 대략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왕복 3시간.
매일.
가끔 주말도.
내가 어느날 물어봤다.
"자기는 원래 낙이 뭐였어?"
"결혼전에(이말은 곧 출산 전이란 말이기도 하다)
금요일에 퇴근하면서 영화보거나 쇼핑하는거.
다음날 출근 부담이 없으니까.
그리고 주말에는 해가 중천에 뜰때까지 늘어지게 자는거..?"
이게 다다.
그가 아빠가 되기전에 갖고 있던 삶의 낙.
사실 소소하다.
지금은?
'아빠 일어나세요. 나가나가~"를 외치는 아들 덕에 늦잠은커녕
에브리데이 미라클 모닝 체험중.
영화나 쇼핑은 사치.
보통 남편은 퇴근해서 저녁 8~9시쯤 집에 온다.
체력적으로 힘들수밖에 없다.
심리적으로도 여유가 없다.
경제적으로도 부담이 있다.
그의 "우울해"한마디에 담긴 수많은 배경들.
아이는 예쁘고, 행복한 가정의 가장이지만.
그냥 한사람, 개인의 삶만 두고보면 결혼전과 후는 마치 전생과 현생같은 차이.
어떤 삶이 더 행복하다고 할수 있을까.
엄마는 아빠로 살아보지 못했기에,
(아빠 역시 엄마로 살아보지 못했지만)
아빠 삶의 무게를 모른다.
그리고 아빠가 살아왔던 삶의 밝기, 온도도 모른다.
엄마는 매일 아빠에게 힘들다고 한다.
내가 더 힘들어,를 외친다(미안)
누가 누구의 삶보다 힘들고 쉽고가 사실 어딨나.
그걸 따져서 무엇하겠는가.
그냥 하소연 할 곳이 필요할뿐.
나도 힘들고, 너도 힘들다.
엄마도 쉽지 않고, 아빠도 쉽지 않다.
당연한 말이지만, 우리는 엄마도 아빠도 아니었다.
우리는 그냥 인간이었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
주말에 아이 옆에서 졸고 있는 남편을 볼때...
미간이 먼저 찌푸려진다.
자꾸 말이 곱게 안 나간다.
그러지 말아야지, 맘을 먹다가도 쉽게 잘 고쳐진다.
그럴때마다 되뇌여야 겠다.
엄마는 신이 아니잖아?
그니까...
아빠도 신이 아니겠지?.
오 신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