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 히드로

워킹맘 첫 해외출장기(1)

by 카르멘

출국 나흘 전이었다.

작은 발이 절뚝거리며 어린이집에서 나왔다.

중족골 부상이라는 진단과 함께 아이는 깁스를 했다.


출장 준비로 이미 정신없던 시기에 찾아온 변수. 아이가 다쳤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 한쪽이 무너졌는데, 그 타이밍이 꼭 나를 흔들어보려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비행 준비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비행기는 우회로를 탔고, 15시간이 훌쩍 넘는 긴 여정이 예정돼 있었다. 아시아 국가들만 오가던 지난 몇 년과 달리, 영미권으로 가는 비행은 오랜만이었다.


어쩐지 스무 살 때의 내가 떠올랐다.

22살, 생애 첫 장거리 비행으로 미국에 갔던 그 여름. 창문에 붙어 구름의 그림자를 따라가던 그 설렘. 길면 길수록 더 멀리 가는 것 같아 좋았던 시절.


하지만 20년 후의 나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이제 장거리 비행은 설렘보다는 ‘책임’의 무게를 먼저 느끼는 나이가 되었고, 누군가를 두고 떠난다는 사실이 여행 가방보다 더 무거워졌다.


런던 현지 시각 저녁 6시 40분, 히드로 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몸보다 마음이 먼저 바닥에 닿는 듯했다. 저녁을 대충 먹고 숙소에 도착하니 밤 9시. 그렇게 아이를 낳고 복직한 뒤 처음 떠나는 해외출장의 첫날이 조용히 흘러갔다.


출발 전까지 고민은 끝이 없었다.

내가 5일간 집을 비우는 동안 남편은 5일의 순수 휴가를 써야 했고, 하필 그 와중에 아들은 다쳤다.

“지금 이걸 정말 가야 하나”

마음속에서 무한 반복되던 질문을 직장의 워킹맘 동료들에게 털어놓자, 그들은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도 가요. 가야 지나가요. 지나고 나면 별거 아니에요.”


얼핏 단순한 조언 같지만, 그 말 안에 수많은 날들의 경험과 체념과 용기가 함께 들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나는 그 말에 기대어 비행기에 올랐다.


그리고 지금, 히드로에 서 있는 나는 그들의 말을 조금은 알 것 같다.

20년 전과 지금의 나는 분명 많이 달라졌다.

하지만 낯선 공항에서 다시 마음을 다잡는 이 감각만큼은 여전히 내 안에 남아 있었다.


헬로, 히드로.

15시간 하늘을 날아왔으니, 잘 부탁해.

잘 도착한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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