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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르멘 Mar 15. 2024

공중부양 금지

당신이 지금 떠오르는건 몸이 아닌 마음입니다



쇠스프링 4개를 밟는 느낌이 묵직했다.


하얀 스프링 2개, 검정 스프링 2개를 모두 걸고나니

온몸의 무게를 실어 발판을 밟아야 했다.


보통은 체어 발판에 오르기 전 스프링을 2~3개 정도 걸었다.


그런데 왠일인지 오늘은 안그래도 몸이 무거운데, 스프링마저 무겁게 거는 날이었나보다.


"자, 지금부터 공중부양 금지!"


필라테스쌤의 말씀.


발판을 밟고 올라가는 순간, 왜 이런 주문을 하셨는지 이해가 됐다.


자꾸만 내몸이 뜬다.

아이러니하게 체어 스프링의 강도가 강해질수록 내몸의 강도는 약해진다.

내의지와 상관없이 공중부양~

필라테스 체어기구는

페달이 달린 4개의 스프링을 이용해 강도와 저항을 조절하여 운동한다.


먼저 스프링의 색에 따라 강도가 다르다.

하얀스프링의 강도보다 검정스프링의 강도가 높다.


그리고 스프링을 거는 높이가 4단계로 나뉘어져 있는데 그 높이에 따라 저항의 강도가 달라진다.

낮게 걸수록 힘이 약해지고 높게 걸수록 장력이 더 강해진다.


마지막으로 스프링의 갯수가 많을수록 저항이 크다.


필라테스 체어의 힘은 '장력'이다.

우리가 말하는 텐션(Tension), 즉 팽팽감.

이 팽팽함이 유지될때 당기는 힘의 강도가 생긴다.


결론적으로

어두운 색깔의 스프링이 더 높게 많이 걸릴수록 팽팽함이 세진다.


최근에 조직개편과 업무이관 등의 이슈가 있었다.

평소 내 업무엔 하얀스프링 하나, 검정 스프링 하나 정도가 걸려있었던 거 같은데

(물론 육아라는 스프링도 추가로 항상 걸려있다)

아무튼 내몸의 균형감을 간신히 잘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최근 들어 검정 스프링 하나가 추가로 제일 높은 위치에 걸렸다.  

 

필라테스 수업 때 내 무게에 비해 무겁고,  경험치 없는 스프링이 걸리자

 나도 모르게 몸이 공중부양하는 것처럼

직장에서도 내몸의 균형이 기우뚱했다.


장력이 너무 세서 내려가려고 해도 잘 내려가지지 않고

조금만 몸을 앞으로 기울이면 오히려 앞으로 고꾸라질거 같은 느낌.


체어기구에선

스프링의 장력을 컨트롤해야만

내몸을 바로 세우고, 내가 하고자 하는 동작을 할 수 있다.


컨트롤 할 힘을 잃는 순간 결국 천장으로 날아가거나 앞으로 고꾸라질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직장에서의 나도 마찬가지였다.


근로시간 단축을 하고 있지만, 업무량이 오히려 늘어서 몸과 마음이 모두 고꾸라질 확률이 높아졌다.


필라테스가 신체의 코어능력으로 스프링의 장력을 컨트롤 한다면,

직장에서는 마음의 코어능력이 있어야 업무의 장력을 컨트롤 할 수 있다.

 

당장에야 여러 부조리한 배경으로 굴러떨어진 업무를 받아들이는데 허덕이지만

결국엔 내가 이 스프링을 계속해서 걸고 갈지, 말지

이 스프링을 걸고 간다면 어떤 마음으로 장력을 컨트롤 할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아직은 잘 모르겠다)




공중부양 금지.


우린 모두 삶에서 각자의 체어(chair)를 갖고 있다.


내손으로 그 체어에 무거운 스프링을 걸 때도 있고, 누군가의 손에 의해 스프링이 걸릴 때도 있다.


스프링이 잡아당기는 그 장력 때문에 나는 가끔 공중부양 하고 어떤때는 고꾸라진다.


중요한건 체어 위에 올라가 있는 건 결국 나라는 점.


 어떤 색깔의 스프링이 어떤 위치에 몇개 걸려 있는지 알아야 한다.

 어떤 스프링을 걸고, 어떤 스프링을 뺄지 최종 결정권은 나에게 있다.

그리고 스프링들을 컨트롤 하기 위해 내가 어떤 마음의 중심을 잡을지도 결정해야 한다.


그게 나의 내공이자, 나의 건강이며, 나의 행복을 좌우하므로.


아무튼 꼭 잊지 말것 하나.


필라테스 수업이 끝나면 걸어놨던 스프링을 모두 빼야 한다.


그러니 직장에서도 퇴근할 때 걸렸던 스프링을 모두 빼야한다.   


공중부양 절대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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