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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르멘 Feb 22. 2024

필라테스 터널효과

코끼리를 통과하자


아직 연초다보니 필라테스 학원에 신입 회원들이 많다.

하루는 수업 후 갖고온 샌드위치를 우물대고 있는데 선생님이 새로운 수강생과 상담을 하다 내게 물어왔다.


"회원님, 우리 거의 맨날 똑같은 것만 하잖아요. 그런데 지루하거나 단조롭다고 느낀적 있으세요?"


(순간 생각)


"음, 그러게요. 근데 딱히 그렇게 느끼진 않는 것 같아요"


클래식 필라테스 특성상, 정해진 시퀀스의 반복이 반복된다.

다만 어떤 동작의 심화, 디벨롭 버전, 챌린지 등은 물론 있다.


그리고 어느날, 어떤기분, 어떤몸 상태인가에 따라 똑같은 동작이 수월할 때도 있고 도통 제대로 되지 않을 때도 있다.


언제 하루는 아침부터 기분이 안좋았던거 같은데 그날 필테선생님이 내게 이렇 물었다.


"회원님, 오늘 호흡이 잘 안되시나요?

 갈비뼈가 오늘따라 올라와 있네요"


그날 기분과 호흡의 상관관계에 소름 돋았던 기억이 난다.


수업때 주 하는 동작 중 하나로 엘리펀트(elephant) 있다.


코끼리 자세인데, 나는 이게 오늘 수업 직전까지 내가 '코끼리처럼' 등을 구부려 덩치가 커지는 동작인줄 알았다.

코끼리 1.2.3.

사진처럼 고개를 숙이고 배꼽을 말아 등을 천장 높이 둥글게 들어올리면 언뜻 코끼리처럼 보인다(착한 사람 눈에만 보일수도)


그런데 아니었다.


"자, 이번동작. 엘리펀트 코끼리죠.

코끼리가 돼라는 말이 아니에요.

코끼리가 내밑을 통과할 만큼의 공간을 만든다는 뜻이에요.

쉽게말해 터널이 되는거죠. 내몸이.

코끼리가 들어갈 만큼 크고 높은 터널요."


아, 코끼리가 들어갈 터널이 되어라, 라는 뜻이었구나.

나는 스스로 몸집을 키워 크고 무거운 코끼리가 되려했는데. 그만큼의 공간을 내몸으로 만들어내라는 거였네.


이렇게 또 하나 깨달음을 얻는다.


최근에 안좋은 사고가 있었다.

내가 살면서 몸으로 느낀 가장 큰 충격의 사고였는데 그충격이 곧 내 전신을 점령하는 느낌을 받았다.


문제는 그사고 당시야 당연히 그리 인식될수 있는데 사고 이후에도 나도 모르게 그사고가 곧 나인것처럼 생각이 되는거다.


사람은 누구나 의도치않게 어떤 사건, 사고, 위기를 맞는다. 그리고 그 사건이나 사고 등이 마치 곧 나인것 처럼 그상황에 압도되거나 잠식되곤 한다.

특히 부정적 사고나 감정은 긍정적 사고나 감정보다 힘이 세서 평소에 긍정적인 사람도 스스로를 상황에서 분리해내기가 쉽지 않다.


보통은 시간이 필요한 일이겠지만, 의식적으로 그상황과 나를 분리해내는 노력을 해야한다.


어떤 상황이 반드시 나를 지나야만 하는 코끼리라면, "너 절대 못 가!" 하고 버티지 말고(버텨봤자 코끼리에 사뿐히 즈려밟힐뿐)


혹은 마치 그 코끼리가 나인것처럼 착각하여 나를 먹이로 내어줘 코끼리의 몸집만 더 키우지말고.

(코끼리는 사람이 되지 못하고, 사람도 코끼리가 될 필요없다)


그저 나를 통과하여 무사히 지나가게 놔두자.


평소보다 더 크게 가슴을 열고 더 길게 숨을 쉬고,

더높이 하늘을 올려다보자.


코끼리가 지나갈 수 있는 큰 터널이 되어야지.

나뿐 아닌 위기상황의 그누군가도 변신해보시길.


자, 통과해서 가라.

엘리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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