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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MH Nov 01. 2020

자폐증 아이

한 아이가 새로 등원했다. 만 3세 남아 저스틴이다. 눈이 얼마나 큰지 그 작은 얼굴의 반은 차지하고 있는 듯했고, 모두들 그 귀여운 외모에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였다. 한 살 많은 저스틴의 형은 자폐 진단을 받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저스틴에 대해서 우리는 외모 말고는 아는 것이 없었다. 

 

등원 첫날부터 난리도 아니었다. 규칙이 먹히지 않았다. 3세 정도의 어린이에게 기대할 수 있는 의사소통이 불가능했다. 바깥 놀이를 하고 실내로 들어오려면 그 넓은 정원을 다람쥐처럼 돌아다니면서 교사의 추적을 피하 지를 않나, 장난감 바구니를 마구 엎어버리고 도망을 가는 경우도 있었고, 다른 아이들을 공격하고 웃고 있기도 했다. 그 모든 말썽스러운 일들에 대해 저스틴 자신은 너무 즐거워한다는 점이 더 절망하게 만들었다. 붙잡아두고 하나하나 설명하려 하면 소리를 지르는 일도 있었다. 난감한 일이었다. 

 

저스틴이 등원하는 순간 모든 아이들과 교사들은 긴장을 하기 마련이었다. 여러 번 회의를 하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해 보았지만 역부족이었다. 학부모에게도 계속 호소하기도 하고 의견을 듣기도 하고 우리들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효과가 없었음도 보고했다. 우리 자체 회의에서는 자폐 증상이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오긴 했지만 자폐증일지도 모른다는 말을 학부모님께 입 밖에 낼 수 없었다. 우리는 다양한 방법으로 검사를 받고 진단을 받을 용기를 학부모님이 낼 수 있도록 도왔다. 어느 날 드디어 학부모님들은 결단을 내렸다. 자폐증에 대한 진단을 받기로 한 것이다. 

 

미미한 증상일 경우 자폐증 진단을 기피하는 학부모도 때로 있다. 아이들에게 꼬리표를 달아주고 싶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하지만 자폐증이라는 진단이 되면 유아원에서는 따로 임시 교사를 한 명 더 고용할 수 있기 때문에 교사들은 좀 더 편안히 아이들에게 집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장애가 있는 아이를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 시간적 육체적 여유가 생긴다는 큰 장점이 있다. 물론 진단을 받은 아이도 진단에 맞는 치료, 상담, 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을 기회가 생긴다는 점에서 유리하다고 보인다.

 

전문가가 유아원을 방문해 하루 종일 저스틴의 행동을 관찰하고 교사들의 의견도 취합해서 돌아갔다. 그리고도 여러 가지의 서류가 왔다 갔다 하고 좀 더디다 싶은 시간이 지나 결국 저스틴에게 자폐증 스펙트럼 진단이 내려졌다. 부모님에게는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아들 둘 다 자폐증이라니. 하지만 둘 다 자폐증 스펙트럼의 범주에 드는 경미한 경우였고 그들이 교육에 의해 사회에서 큰 역할을 하는 경우는 너무나도 많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시점이었다. 

 

우리는 회의 시간을 통해 자폐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제 저스틴의 행동이 단지 말썽이 아니라 자폐라는 특별한 케이스와 연결되어서 이해되어야 했고, 우리는 그에 맞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하지만 주기적으로 의사와 상담을 시작했기에 천천히 나은 행동을 보일 것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었고, 상담의 결과를 서로 공유하며 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도 있을 터였다.

 

저스틴은 또래의 다른 아이들에 비해 지적 능력이 뛰어난 편이었다. 말을 많이 하지는 않았지만 알파벳도 다 읽을 줄 알았으며 색깔의 이름도 줄줄 꿰고 있었다. 책을 읽을 때도 듣지 않고 딴짓하고 있는 듯한데 갑자기 책 내용에 있던 어떤 점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해서 우리를 놀라게 만든 적이 여러 번이다. 예를 들면 레오파드에 대한 책을 읽고 있었는데 갑자기 치타와 레오파드의 다른 점을 말해서 우리가 책을 찾아보게 만든 적도 있었다. 집중을 오래 하지 않고 갑작스럽게 자신이 생각나는 일을 향해 돌진하는 경향은 다루기가 힘들었으나, 그 아이가 좋아하는 알파벳 놀이나 조금 더 지적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책들을 같이 보는 시간을 만들었다. 길지 않은 시간 그 아이와 함께 했기에 많은 발전을 보지는 못했으나 항상 마음으로 응원이 가는 아이로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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