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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MH Nov 01. 2020

다운 증후군을 가진 아이

유아원에 다운증후군인 아이가 있었다. 만 4살 반 죠쉬였다. 죠쉬는 언제나 밝고 명랑했다. 별다른 문제없이 즐겁게 아이들과 선생님들과 지내고 있었다. 물론 교사 한 사람은 언제나 죠쉬만을 주시하고 있어야 했고, 그의 흥미를 좀 더 높일 수 있는 교육을 해야 한다는 부담이 조금은 있었지만, 누구도 죠쉬 때문에 불편한 일은 없었다. 

 

죠쉬는 노래로 책을 읽는 것을 매우 좋아했다. 책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당시 우주 비행사가 우주선을 타고 우주로 갔다는 그런 내용의 책이 아이들 사이에서 매우 유명했었다. 책 내용이 노래로 부를 수 있는 가사로 구성되어 있었다. 죠쉬는 그 책의 그림을 보면서 한 번에 두세 번 연속으로 같이 부르는 것을 좋아했는데 손뼉을 치며 어설프지만 따라 부르곤 했다. 

 

비록 언어를 사용해서 의사소통을 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해도 오래 관찰하다 보면 굳이 말이 없어도 죠쉬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었고, 가끔 뭔가를 찾거나 짜증을 부릴 때 그 우주 비행사 노래는 크게 도움이 되었다. 다른 아이들에 비해 오래 집중하지 못하기에 그를 꾸준히 관찰해서 흥미를 보이는 것을 찾아내고 그 흥미 거리를 뒤받침 해주는 일에 더더욱 정성을 쏟아야 했다.

 

죠쉬뿐 아니라 많은 아이들이 바깥 놀이를 좋아한다.  아이들의 신체적 발달을 위해 장애물 코스를 설치하면 죠쉬는 준비되기도 전에 좋아라 뛰어다녔다. 충전재를 잔뜩 넣은 여러 가지 모양의 매트들을 바닥에 깔아놓고 순서대로 매트 위에서 구르거나 뛰는 경우도 있었지만, 특별한 규칙을 정해 코스를 돌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규칙은 아이들 스스로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교사는 단지 너무 위험한 시도를 하지 않나 지켜보고 움직이기 싫어하는 아이들을 독려하는 역할을 하면 되었다. 죠쉬는 게임의 규칙을 이해하기는 다소 어려움이 있어서 규칙이나 순서와 상관없이 뛰어다니곤 했다. 물론 늘 순서를 기다리라든지 이렇게 저렇게 해볼래라고 제안은 하지만 매 번 잘 지켜지는 것은 아니었다. 아이들은 죠쉬가 중간에 난입해도 별 말없이 기다려주곤 했다. 다른 아이들이 그렇게 중간에 난입하거나 줄을 서지 않고 먼저 뛰어들었다면 언쟁이 붙었을 텐데 죠쉬한테는 양보하고 기다려 주어야 한다는 것을 굳이 상기시키지 않아도 알아서들 그렇게 행동했다. 

 

매우 감동적이었던 것은 죠쉬 부모님의 태도였다. 아주 긍정적인 태도로 아이를 돌보는 것이 느껴졌다. 유아원 입구에는 자그마한 책자가 있었는데 죠쉬의 부모가 쓴 것이었다. 그 책은 죠쉬가 태어날 때부터 그 부모에게 얼마나 큰 기쁨이 되었고 아이에게서 오히려 많은 것을 얻고 있다는 것을 담담하게 말하고 있었다. 책은 학부모나 방문자들에게 판매되고 있었는데 판매 수익금은 다운증후군 아이들을 위해 쓰인다고 했다. 

 

죠쉬만을 위한 프로그램을 매일 세팅하고 때로는 죠쉬에게 신경을 곤두세웠던 시간들이 피곤하게 기억될 만도 한데 억지로 떠올리려 해도 그런 기억은 찾기 힘들다. 하지만 그 밝은 웃음은 또렷이 기억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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