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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MH Nov 01. 2020

과잉행동 증후군

과잉행동 증후군을 가진 어린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우리 방과 후 학교에도 몇 명이 있었다. 내가 방과 후 학교에 처음 출근했던 날도 과잉행동 증후군의 아이 때문에 가슴을 쓸어내리는 일이 발생했다.

 

아이들이 방과 후 학교에 우르르 들어오고 간단하게 내 소개가 있었다. 아이들은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고는 간식을 먹고 바깥에서 공놀이를 하거나 놀이터에서 놀거나 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한쪽에서 웅성웅성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었다. 급히 가보니 한 아이가 우리 건물에서 옆의 공터로 나갈 수 있는 통로 계단 위에 앉아서 아무도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고는 자살할 거라고 소리를 치고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5학년 남아 브랜든이었다.

 

이럴 때는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주변에서 웅성대는 아이들을 진정시키고 격리시키는 일임은 당연하다. 이제 막 인사를 마친 아이들을 나는 단호히 안으로 들여보냈다. 브랜든과 오래 함께해 왔던 교사가 혼자 남아 시간을 들여 진정시켰다. 나와 다른 교사들은 건물 안에서 아이들이 만들어내는 근거 없는 험담을 근절하고, 혹여 놀란 아이들이 없는지 살펴보고, 지금 소동을 일으키는 브랜든을 우리가 이해해야 하는 입장이라는 것을 설명하는 역할을 맡았다. 

 

브랜든은 첫날부터 나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교사들은 브랜든을 더욱 유심히 관찰하기로 했다. 많은 과잉행동 증후군 아이들이 그렇듯 아주 명석하나 집중하는 시간이 짧고 하루 종일 어찌나 바쁘게 이 일 저 일을 해대는지 저 체력이 어디서 나오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또한 지적 호기심이 매우 왕성해서 새로운 사실을 말해주면 귀를 쫑긋했고, 과학의 원리를 생각하는 것을 좋아했고, 뭔가를 만들어 작동되는 것을 지켜보며 여러 사람에게 설명하는 것을 좋아했다. 또 지는 것을 너무 싫어하기도 했다. 

 

하루는 브랜든이 나에게 포켓볼을 치자고 한 적이 있는데 내가 룰을 알지 못한다고 했더니 열을 다해 빠르게 설명하는 것이었다. 어찌나 빠르게 설명하는지 숨이 가쁘게 느껴질 정도였다. 내가 재차 설명을 요구하자 브랜든은 한숨을 쉬면서 잘 들으라고 몇 번이나 말하곤 다시 설명을 시작했다. 처음 몇 초는 천천히 말하더니 또 폭주하듯 빨리 설명하는 것이었다. 급히 어디 갈 데라도 있는 사람처럼 마음이 조급해 보였다. 드디어 게임이 시작되고 능숙한 솜씨로 브랜든은 나를 이겼다. 그가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었다. 그 후 나에게 포켓볼을 이겼다고 여기저기 이야기하고 다녔고, 나에게는 ‘넌 나를 못 이기지’ 하는 기고만장한 표정으로 다시 한 판 붙기를 청하기도 했다. 

 

난 브랜든의 기를 살려준다는 의미에서 퍼즐을 맞추거나 보드게임을 할 때 불러서 보다 어린아이들을 지도해 주기를 부탁했다. 다소 산만하고 때로는 자신을 억제하지 못해 과격해지는 경향을 보이는 아이였지만, 자신보다 어리거나 약한 사람에게는 아주 친절하게 대해주는 것을 나는 여러 번 목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긴장을 늦출 수는 없었다. 어린아이들에게 친절하게 게임을 가르치는 와중에도 격분해서 뭔가를 부술 듯이 굴거나 옆에서 훈수를 두는 같은 또래의 다른 아이들과 잦은 다툼이 있기도 했기 때문이다. 

 

교사는 눈이 여러 개 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뒤통수에도 눈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심지어 무릎 뒤쪽에도 있어야 한다고들 한다. 작은 아이들과 생활할 때는 특히 그렇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었으므로 나는 내 머리 뒤쪽과 어깨 뒤쯤에 눈을 더 단 기분으로 생활하고 있었다. 그만큼 많은 레이더를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브랜든에 대해서도 늘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는데, 브랜든을 자극시키는 아이들의 행동이 있다는 사실을 자주 관찰할 수 있었다. 몇몇 아이들은 브랜든이 흥분해서 말썽을 일으키는 것을 즐기듯이 괜히 그의 자존심을 건드리거나 경쟁심을 유발하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는 것 또한 관찰되었다. 나는 아이들 사이에 이상 기후가 감지되면 빠르게 그들을 격리시켰다. 그리고 브랜든에게는 다른 아이들의 옳지 않은 행동에 일일이 반응할 필요가 없고 그가 원하는 다른 일을 찾아야 한다고 시간이 날 때마다 이야기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간 어느 날 브랜든은 고백하듯이 자신은 참기가 어렵다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자신은 과잉행동 증후군이고 약을 먹고 있다는 말도 했다.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아직 어린이인데 직접 그런 말을 하는 것을 들으니 마음이 무거웠다. 아마도 병원에서 처방을 해 주면서 친절히 브랜든은 과잉행동 증후군이며 더불어 그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치료할 것인지를 말해주었을 것이다. 아이들이 자신의 증상에 대해 잘 알고 치료하는 과정을 숙지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 매우 긍정적인 것 같다. 내가 조금 더 놀란 것은 어른스럽게도 사람들은 누구나 한 가지쯤은 극복해야 할 장애가 있다고 말한 점이다. 그의 담담한 태도에 나는 더 마음이 아팠다.  

나는 브랜든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었다. 그리고 참아내는 게 문제라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같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자신이 흥분된다고 생각되면 숨을 크게 쉬고 나와 이야기하기로 했다. 얼마 지나고 나서 그는 뭔가를 잘 참아냈을 때는 내게 와서 은근히 자랑을 하기도 했다. 

 

평온한 날들이 계속되는 듯했지만 문제가 없어진 것은 아니었다. 브랜든이 6학년이 된 어느 날부터 다시 일이 터졌다. 브랜든이 들뜬상태로 여기저기 마구 휘젓고 돌아다녀 많은 아이들로부터 불평불만이 쏟아져 나오는 일이 잦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다소 산만한 날이구나 하고 생각했으나 반복되자 원인을 찾아야 했다.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의 문제는 아닌 듯 보였기 때문에 부모님께 집에서 관찰을 해 달라고 요구했다. 원인은 금방 밝혀졌다. 약이 문제였다. 

 

6학년이 되면서 브랜든의 엄마는 아이가 혼자서 약을 챙겨 먹게 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부모님은 아침 일찍 출근하고 브랜든은 혼자서 아침을 먹고 약을 챙겨 먹고 등교를 하기로 했던가 보았다. 하지만 브랜든은 혼자서 자가 진단하고는 자신은 이제 괜찮아진 것 같아 약을 먹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6학년이면 다 컸지 하고 잠시 방심한 까닭에 발생한 일이었다. 사실 6학년이면 의젓하게 행동하고 믿음직하다고 느껴질 때도 많다. 하지만 아직도 어린이이기에 보호자는 여전히 눈을 여러 곳에 달고 다녀야 한다. 다시 약을 먹기 시작한 브랜든은 졸업 때까지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더 바쁜 아이로 즐거운 생활을 마칠 수 있었다. 

 

졸업 후 중학교를 간 브랜든은 몇 번 우리 방과 후 학교를 찾아온 적이 있다. 활기차고 밝은 모습이었다. 중학생부터는 따로 방과 후 학교가 없이 혼자서도 집에서 생활할 수 있었으나, 산만한 그 아이가 감당하기 버거운 시간들은 없을까 걱정이 되었다. 


또 다른 과잉행동장애 증후군을 앓던 아이가 생각난다. 가끔 방과 후 학교에 나오는 6학년 여자아이 킴이다. 하루 종일 무슨 일인가를 만들어 어수선하게 하는 경향은 있었지만, 영리하고 사회성도 좋은 아이여서 크게 걱정할 문제는 아닌 듯 보였다. 하지만 병아리를 키울 때 그 아이의 과잉행동은 극에 달함을 보여줬다. 

 

달걀을 인공 부화기에서 부화시키고 부화된 병아리를 잠시 동안 우리가 맡아 키워보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부화된 병아리는 우리의 체험학습이 끝나면 인공부화기를 빌려준 그 농장에서 수거해가는 조건이었다. 매일 인공부화기를 체크하면서 달걀의 상태를 살피는 것이 아이들 사이의 큰 즐거움이 되었다. 하나 둘 알을 깨고 병아리들이 태어났고 우리는 매일 그 달걀과 병아리와 탄생에 대한 책을 읽고 관찰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일과처럼 되어가고 있었다. 

 

알에서 깨어난 병아리들이 20마리쯤 되었고 우리는 실내에 커다란 울타리를 마련하고 그 안에서 병아리들이 마음껏 돌아다니게 했다. 너무 귀여웠고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본 아이들은 태어난 생명체를 만져보기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병아리를 위한 물통이나 먹이통도 만드는 등 모든 아이들이 참여하는 좋은 프로그램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모든 면이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울타리 안에서 똥도 싸고 어지럽혀 청소가 많았고 냄새가 난다는 점은 문제였다. 아이들과 협조해서 바닥을 청소하고 다시 울타리를 치는 작업을 해왔는데 킴은 그것으로 만족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병아리들에게 햇빛을 보여주어야 한다면서 모든 병아리들을 날씨 좋은 날 바깥으로 데리고 나가 그곳에 울타리를 치고 놓아주기도 했고, 다른 아이들을 다 밖으로 내보낸 후 밀대를 들더니 그 넓은 방안을 다 물청소하기를 하루에 몇 번이나 하는 것이었다. 정신없이 여기저기 명령하고 다니면서 청소를 하고 아이들에게 병아리 한 마리씩 손에 들려서 안으로 또다시 밖으로 옮겨 다니는 그 열정적인 모습에 우리 모두 놀랐고, 잠시 잊고 있었던 과잉행동 증후군을 떠올리게 했다. 다른 아이들의 불평이 없었고 같이 즐기는 모습에 크게 제지하지는 않았지만 병아리들이 몸살을 앓고 있는 듯 보여 안쓰러웠던 기억이 있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증후군’이라는 긴 이름을 줄여서 흔히들 ADHD라고 부른다고 한다. 즉 과잉행동, 충동성, 부주의함 등의 증상을 보이는 정신 행동적 증후군이다. 대부분의 어린이들은 상황에 따라 주의력 결핍이나 과잉행동을 보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정도가 심하고 오래 지속된다면 어린이 때 나타나는 당연한 증상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꼭 의사와 상담을 하기를 권하고 있다. 

 

걱정이 되는 부분은 자폐증이나 과잉행동 증후군으로 진단되는 어린이들의 수가 급속히 늘어난다는 점이다.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것 같다. 요인으로 지목되는 것 중 개인적으로 관심이 가는 부분은 식품 첨가물이나 색소 및 정제 설탕 등이 과잉행동 증후군을 부추긴다는 대목이다. 섭취하는 식품을 주의하는 것과 함께 의학적 접근이 있어야만 하는 것이겠지만 의사가 아닌 보호자 입장에서 취할 수 있는 행동이라 소홀히 할 수는 없는 대목이다. 아이들 먹거리에 좀 더 세심한 주의를 해야 될 뿐 아니라 판매되고 있는 먹거리들에 대한 감시의 눈초리도 늦추어서는 안 될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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