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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MH Nov 01. 2020

천식과 알레르기


아스마나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들이 꽤 있었다. 아스마를 앓는 아이들은 개인용 ‘퍼프’를 항상 휴대하고 다녔고, 교사들은 ‘퍼프’가 있는 것을 늘 확인하고 위험한 상황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했다. 만약 평소와 다르게 위급한 상황이 생기면 구급차를 부르고 일정 간격으로 퍼프를 계속해야 한다는 교육을 주기적으로 받았다. 다행히 나는 극심한 아스마를 가진 아이들을 만나지는 않았다.


알레르기는 또 다른 긴장 요소였다. 입학서류에 그렇게도 긴 알레르기 서류에 사인을 요구하고 있듯이 아이들이 많이 모이고 함께 먹기도 하는 상황에서 알레르기 유발요인을 일일이 차단한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일단 어떤 알레르기를 가진 아이들이 있는지 세심하게 파악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알레르기 중에서도 극심한 상태인 '아나필렉시스 anaphylaxis'로 생명에 위협을 느끼는 아이들도 종종 있었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그런 아이들이 반에 한 둘 섞여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처럼 여겨졌다. 게다가 그런 아이들의 숫자가 증가한다는 말도 있으니 걱정이 되는 부분이다. 


알레르기나 아스마에 대한 교육 중 끔찍한 실수로 인해 발생된 실제 사건에 대해서도 듣게 된다. 한 순간 실수를 하거나 급박한 상황에서 시간을 놓치게 될 경우 얼마나 엄청난 일이 발생할 수 있는지를 들으면서 바짝 긴장하게 되곤 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몇몇 케이스가 있다.


종합병원에 딸려있는 유아원에서 발생한 일이었다고 한다. 그 원장님께서 직접 이야기하신 것이었다. 돌도 안된 어린아이가 새로 들어왔는데 아스마나 기타 알레르기 증상이 전혀 없다고 기록되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원장님은 그 아이를 예의 주시해 관찰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왜냐하면 그 아이의 형제가 그곳에 다니고 있었는데 아스마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어느 날 그 어린아이가 평소와 다르게 느껴졌고 주의 깊은 관찰로 아이의 호흡이 이상하다는 판단을 하셨다. 병원과 붙어 있는 건물에 있었기에 그 아이를 둘러업고 바로 병원으로 들이닥쳤고 그 아이의 목숨을 살릴 수 있었다고 한다. 사실 그렇게 행동하면 문제가 발생할 수는 있는 상황이었다. 아이를 업고 가는 중에 사고가 발생하면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로 붙어있는 건물이어서 그렇게 행동했다고 하신다. 이 사건으로 비록 아스마나 알레르기가 없다고 입학서류에 사인이 되어있다고 해도 언제나 안심을 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아나필렉시스가 있는 한 아이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나필렉시스가 있는 아이들이 증상이 나타나면 구급차를 부르고 에피펜이라는 것을 바로 주사해야 한다. 에피펜은 펜처럼 생긴 주사약이다. 펜을 열 듯 뚜껑을 열어 허벅지 등에 꾹 눌러 주사하면 되는 것이다. 구급차를 기다릴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급박한 상황이 전개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나필렉시스가 있는 어린이들은 누구나 가방에 에피펜을 넣어 다닌다. 부모님에 따라 학교나 유아원에 에피펜을 하나 따로 보관하게 하고 다른 하나는 아이가 들고 다니게 하는 경우도 있고 또는 하나의 에피펜을 가방에 넣어 다니면서 학교나 센터에 오면 바로 교사에게 전달해 주고 집에 갈 때 다시 찾아가게 하는 경우도 있다. 사실 에피펜의 가격이 비싸고 유효기간이 있어서 2개나 준비하는 것이 부담된다고 한다. 


에피펜을 주사하는 법은 간단하고 교육 중에 실습도 하지만 위급한 상황이 닥치면 당황을 하게 된다는데 문제가 있다. 한 교사가 에피펜을 들고 주사를 시도했는데 그만 자신의 손에다 주사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 아이가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던 것인지 내가 듣지 못한 것인지 모르겠다. 실제로 있었던 일이란 이야기에 교육을 받는 사람들 모두에게서 한숨이 터져 나왔다. 바싹 긴장이 되는 순간이었다.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들의 경우 이름, 얼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요소에 대해서 따로 차트를 만들어 여기저기 붙여두었다. 혹여라도 잠시 잊어버리거나 임시로 오신 교사들이 숙지하지 못할 경우 극심한 위험에 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알레르기나 아스마에 대처하는 법에 대해 수시로 교육을 받아야 했다. 맨날 같은 내용을 또 교육하고 또 교육한다는 불평을 하기도 했지만 주기적인 교육을 통해 그 심각성을 잊지 않고 무의식 중에서도 처치를 할 수 있도록 교육을 하는 것이었다.


내가 일한 곳에도 알레르기를 가진 아이들이 몇 있었다. 계란에 극심한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었던 만 3살 남아 레이가 기억난다. 유아원에서 음식을 만들어주시는 분은 계란이 든 음식을 철저히 구별해서 조리했다. 도마나 칼도 레이만을 위한 것을 따로 쓸 정도였다. 누군가의 생일에 학부모가 케이크를 가져오거나 하면 레이는 ‘계란 들었어요? 계란은 나를 아프게 해요’라고 말하곤 했다. 그 말을 들을 때 맘이 짠했다. 레이 엄마 말로는 계란 알레르기가 아주 극심해서 슈퍼에서 장을 본 계란을 종이팩 째 냉장고에 옮겨 둔 후 손을 씻지 않은 상태로 레이를 만지면 발갛게 피부에 반응을 보인다고 했다. 그러니 계란을 조심하라고 어릴 때부터 집에서 철저히 교육을 시켰던 것이다.


너트류에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도 있었다. 이던이라는 아이였는데 2학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자신이 할 일을 잘 챙기는 아이였다. 항상 에피펜을 가방에 넣어 다녔는데, 센터에 도착하면 사무실의 정해진 장소에 알아서 자신이 직접 갖다 두고 집에 갈 때 찾아가곤 했다. 도시락을 먹을 때도 스스로 다른 아이들과 좀 떨어져 먹는 등 혼자 관리를 잘할 줄 알았다. 너트류에 극심한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가 센터에 다니고 있으면, 너트류를 도시락이나 간식으로 싸오는 것을 삼가 달라고 학부모님들께 공문도 보내고 구두로도 부탁을 드린다. 아예 너트류 반입이 금지된 센터나 학교도 있다. 하지만 가끔 뮤즐리 바나 땅콩이 든 과자를 무심코 가지고 오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있었기 때문에 이던은 만약의 경우를 생각해서 다른 아이들과 멀찍이 떨어져 먹는 것에 훈련이 되어 있었다. 사실 너트류가 들지 않은 음식 중에서도 너트류를 같이 생산하는 공장에서 나오는 것이라면 주의를 요할 필요가 있기도 했다. 


하루는 누군가의 생일이어서 케이크와 과자를 학부모가 가지고 왔는데 우리는 조심스러웠다. 땅콩이 들어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이던은 잣과 캐슈너트에만 알레르기가 있기 때문에 땅콩은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이던의 입학서류를 다시 확인해 보아도 분명 너트류에 알레르기가 있다고 되어있었기에 이던을 달래서 안심할 수 있는 브랜드의 아이스크림으로 대체했다. 이던이 너무나 실망하는 모습이 맘에 걸렸으나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나중에 이던 엄마를 통해 이던의 말이 맞았음을 알았을 때 너무 미안했지만 안전이 최우선이었다. 


이렇게 극심한 알레르기를 가진 아이들이 자신이 먹을 수 없는 음식을 탐해서 먹겠다고 하는 일은 한 번도 없었다. 그렇다고 자신의 상황을 특별히 생각하거나 우울해하는 일도 없었다. 사람들은 다 다르고 자신들은 조심해야 할 것이 하나 더 있을 뿐이라는 듯 아주 어른스러운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우리 개개인은 모두 다른 면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집에서 뿐 아니라 센터에서도 끊임없이 교육한다. 삶을 일정한 틀에 가두지 않은 이 같은 사고방식은 아이들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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