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MH Nov 01. 2020

지적 장애를 가진 아이

데이비드는 지적 장애가 있었다. 그의 장애 정도는 심한 편이어서 보통학교가 아닌 특별한 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우리 방과 후 학교로 왔다. 택시 기사 아저씨가 매일 센터 바로 앞까지 바래다주시면서 교사들에게 직접 인계해 주셨다. 4학년이었지만 나이가 반 아이들보다는 좀 더 많았고 키도 크고 힘도 센 남자아이여서 가끔 폭력성을 보일 때면 감당이 아주 힘들었다. 

 

교사들은 매번 데이비드가 어떤 행동을 보이는지 관찰한 결과에 대해 같이 토론하고 그의 증상에 대해 공부했다. 교사들과 데이비드 사이 친밀도가 높아져가면서 데이비드는 폭력성을 현저히 덜 보이게 되어 다행이다 싶었다. 우리가 한숨 돌린다 싶었을 때 엉뚱한 곳에서 문제가 터졌다. 

 

데이비드에게는 3학년인 여자 동생 제시카가 있었다. 항상 바쁘고 행동반경이 커서 주변의 아이들에게 의도치 않게 힘자랑을 하게 되어 불평을 듣는 날이 많았다. 충동적인 면도 커서 다른 아이들의 의견을 묻지도 않고 아이들이 놀고 있는 데 합류하려다가 저지를 당하고는 떼를 쓰고 울어대는 아이였다. 하지만 밝고 그림을 잘 그리고 울었다가도 금방 아무 일 없다는 듯 애정을 마구 표현하는 붙임성이 좋은 아이였다. 

 

그날도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제시카는 다른 아이들이 노는 곳에 가서 방해를 하고 도망을 치다 붙잡힌 참이었다. 그 날은 아이를 진정시킬 요량으로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게 하면서 옆에 붙어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우리가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만약 누군가가 너에게 그러한 행동을 했다면 너는 어떻겠냐’라고 묻는 것이다. 제시카에게도 만약 다른 아이들이 네가 놀고 있는데 마구 흩어 놓고 도망가면 어떨 것 같냐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행동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은 아니니 대답은 잘도 했다. 시간을 갖고 대화를 하다 보니 뜻밖의 말을 하는 것이었다.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었다. 제시카의 생각으로는 자신의 오빠는 다들 ‘스페셜’하다고 부르듯이 특별하지만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었다. 

 

부모님을 비롯, 교사들 및 주변 모든 사람들이 데이비드를  '스페셜 니즈 차일드 special needs child'라고 지칭하고, 관심을 집중시키고, 특별한 보살핌을 하고 있는데 반해 제시카에게는 특별한 보살핌을 주지 않아도 괜찮겠지 하는 느낌을 가졌던 것은 사실이다. 제시카는 그 와중에 고립된 느낌을 받으면서 자존감이 낮아졌던 모양이다. 마음이 아픈 대목이었다. 

 

제시카가 얼마나 특별한 존재인지를 말해주고, 오빠는 단지 아파서 우리 모두가 특별히 도와주어야 한다는 말로 일단 달래주었다. 우리는 회의를 통해 제시카에게 어떻게 더 관심을 줄 것인지에 대한 의견을 내놓았다. 물론 부모님들께도 그 사실을 알리고 서로 협조하기로 했다. 제시카가 좋아하는 그림 그리기 할 때 옆에 함께 앉아있으면서 이야기하는 시간을 늘리기도 하고 다른 아이들의 협조도 구했다. 제시카의 충동적인 행동이 금세 없어지지는 않았지만 눈에 띄게 밝아지고 행동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물론 그런 후 칭찬을 기다리는 모습을 보이기는 했다. 


한 집안에 장애가 있는 아이가 있을 때 그 가족이 받아야 할 충격은 상상하기 힘든 일일 것이다. 부모의 보살핌은 장애가 있는 아이에게 모두 쏟아지고, 소위 비장애아인 형제나 자매는 소외되거나 오히려 책임감을 강요하는 교육을 받게 되는 경우도 있다. 아이들이 아직 어리다는 것이 가끔 고려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장애가 있는 아이들의 형제자매들도 넓은 의미에서는 특별한 보살핌이 필요한 경우라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전 14화 과잉행동 증후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