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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는 건 별로 없지만 Sep 22. 2022

[뒷담화] 우리들의 블루스(2022)

<아는 건 별로 없지만: 뒷담화>는 팟캐스트 <아는 건 별로 없지만>의 초기 기획 의도였던 '작품에 대한 감상 나누기'에 대한 미련을 가지고 만든 모임입니다. 한 달에 한 번, 아는 건 별로 없지만, 작품에 대해 자유롭게 나눈 대화를 기록합니다. 대화 참여자들은 매주 이름 대신 알파벳을 무작위로 선택하여 사용합니다. 두 번째 주제는 <우리들의 블루스>(2022) 중 1~3화 '한수와 은희'입니다. (스포일러 포함)




C: 다들 잘 보고 왔니?

B: 나 다 봤어.

C: 다 봤어? 아예 끝까지?

B: 응응.

C: 넌 다 봤어?

D: 나는 옛날에 다 봤지~

C: 너는?

A: 4화까지만 봤어.

B: 4화가 뭐지? '영옥과 정준'인가?

A: 한지민이랑 (김우빈이랑) 응응.

C: 근데 (A가) 재미없었대 4화.

B: 1화부터 3화까지는? 어땠어?

A: 괜찮았어~

B: 근데 나도 4화 볼 때는 막 그렇게까지 재밌게 보진 않았어. 근데 그 뒤로 점점 재밌었던 것 같아!

D: 그래서 뭐… 진행해~ (웃음)


C: 아아악… 어떻게 진행해야 하지?! 이게 내가 정말 너무 좋아하는 드라마라 사실… 나는 1화부터 3화까지 봤을 때 진짜 너무너무 좋아서 앉은 자리에서 3화까지 다 봤거든. 근데 왜 좋았는지, 정확히 그 포인트가 뭔지는 잘 모르겠는 거야. 그래서 너네랑 한번 뭐가 좋았는지 얘기해 보면서, 마지막에는 우리가 어쨌든 나이 든 두 사람(한수와 은희)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회차였으니까 '어떻게 나이 드는 게 좋을지' 그런, 거창한 것 같지만 거창하지 않은 이야기를 한번 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았어. 각자 가볍게 뭐 어떤 부분이 좋았는지 얘기해 볼까?

B: 주제 한 번만 다시 읽어줘~

C: 어떻게 나이를 먹어가고 싶나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드라마의 가장 좋아하는 에피소드입니다. 차승원 이정은의 조합이라. 그리고 이병헌 한지민이 아니라 이 둘을 이 대작의 처음으로 앞세웠다라… 보자마자 납득이 가더라구요. 노희경이 말하는 <우리들의 블루스>가 무엇인지 어렴풋이 느껴지는 느낌적인 느낌이랄까…

이야기하고 싶은 지점이 너무 많아서, 어느 것 하나 고르기가 힘들어요. 그러니까 차근차근 하나씩 다 이야기해보도록 해요. 한수와 은희에게 제주 푸릉이란 어떤 의미인지, 서로는 서로에게 어떤 의미였을지, 같은 곳에서 출발했지만 이렇게 다른 삶을 살게 된 이유는 무엇일지 이야기 나누어 볼까요? 그러다 보면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삶을 나아가야 두 사람이 했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지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뭐, '실수'라고 하면 너무 "실수 실수" 같은 느낌인데… 그렇다기보다는 은희도 완벽한 삶을 갖고 있진 않잖아? 어떠한 결핍을 가지고 살고 있잖아. 그런 의미에 가까운 것 같아. 그래서 그냥 '어떤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야 할까' 이런 느낌으로.


B: 그래서 너가 처음으로 얘기하고 싶은 건 뭐야? 뭐가 좋았는지?

C: 어떤 게 좋았는지!

A: 너는 뭐가 좋았어?

C: 나는 말하고 싶은 게 일단 너무 많은데…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차승원의 연기가 너무 좋았어. 너무 짠하게 연기를 잘 하지 않았어?

A: 눈썹이 이렇게 (위 아래로) 흔들렸던 거.

B: 울 때 턱도 엄청 흔들리던데 연기 되게 잘하더라.

C: 너무 그 아무것도 없는 중년의 남성을 잘 표현한 것 같다고 생각했어. 근데 그런 장치가 되게 여러 개가 있었잖아. 처음에 은행에서 싸울 때 발톱 빠진 것도 그렇고.

D: 그건 진짜 (보기) 힘들었어.

A: 보기 너무 힘들었어.

B: 너무 아프겠더라.

C: 계속 그런 사소한 지점들이 되게 몰입감 있게 만들었던 것 같아. 그래서 첫 번째로는 나는 연기. 너네는? 

B: 이정은도 연기 잘 하고. 기생충이 하나도 안 보이더라고. 

A: 맞아 맞아.

C: 나는 (은희/이정은) 머리가 너무 잘 어울렸어.

A: 스타일링이~ 옷도 그렇고!

C: 옷도 그렇고, 맞아. 스타일링이 딱! 딱! 딱! 뭔지 알 것 같아.

D: 은희 미용실에서 욕할 때 살벌하더라.

C: 맞아 맞아. (웃음)

B: 동생 깡도 좋아. 그런 누나한테.

C: (웃음) 그러니까.

B: 아무튼 나도 연기가 좋았고! 좀 신선한 이야기였다는 거? 사랑보다 우정에 가까운 얘기인데, 좀 씁쓸한 면도 많이 있고. 약간 단편 영화 보는 것 같았어. 3시간짜리 단편 영화.

C: 나는 동화? 동화 보는 것 같았어.

D: 젊은 배우들도 잘 쓴 것 같아.

C: 학생 때?

B: 은희 아역이 진짜 잘 어울리지.

A: 심달기 배우?

D: 연기 잘하더라고…

A: 잘하더라. 근데 연기 전공 아니래.

C: 그러니까.

B: 아니 은희 아역으로 너무 잘 어울렸어. 그리고 한수 어릴 때 진짜 멋있더라.

D: 그렇지 너무.. '너도 좋았잖아'(한수 아역 대사) (웃음)

B: 아니 근데 거기는… 어떻게 그렇게 생각이…!

A: 대사 너무 잘 쳤어.

D: 미쳤나. 진짜 기절할만해.

B: 자기가 짝사랑하던 사람이니까.

D: 기절하지.

B: 아무튼… 신선해서 좋았다. 너는?

D: 일단 그냥 제주도의 되게 활기 넘치는, 정겨운 분위기를 보는 것 자체가 좋았던 것 같아. 요즘 (거리두기나 코로나 상황이) 많이 풀리긴 했지만, 미나리 처음 봤을 때 좋았던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되나. 미나리 봤을 때 너무 오랜만에 푸릇푸릇하고 막 이런 거를 영상으로 보는 게, 그거 자체가 기분이 너무 좋았거든. 그런 것처럼 이것(우리들의 블루스)도 그냥, 연기도 물론 잘했지만, 영상 자체가 좀 청량한 느낌이 있고 (시장) 사람들 막 소리 지르면서 이야기하고 그런 데서 오는 활기찬 느낌, 분위기가 좋았던 것 같아.

B: 자극적이지도 않고.

A: 제주도 너무 가고 싶지 않아?

B: 다음에 제주도 가면 거기 가고 싶어. 촬영한 곳. 너는 뭐가 좋았어?

A: 나는… 별로 다루지 않은 소재라는 말도 나왔는데, 근데 (그 소재가) 너무 현실적인 거지. 그 소재 자체가 어느 가정이나 다 한 번쯤 고민해봤을 만하면서 드라마로 다뤄지지 않은 건데, 그걸 너무 재밌게 잘 풀어낸 거 같아.

B: 흥미진진해. 어떻게 될지 궁금하고. 나도 세 편 연속으로 본 것 같아. 다음에 어떻게 될지 궁금해가지고.

A: 그리고 나는 내가 보는데 옆에 아빠가 슬쩍 와서 보더니 재밌을 것 같대. 그러면서 옆에 앉아서 보는데, 아빠가 아빠 '현실적이다.' 이러면서 '잘 그렸다. 재밌다.' 하더라고. 그 (한수) 이야기가 끝나면서 본인과 관련이 있어서 재밌었나 봐. 그래서 그런 (아빠) 모습을 보면서 '아빠도 우리 먹여 살리려고 저런 고생을 했겠구나, 고민을 했겠구나' 이런 생각도 한 번 더 하게 됐어.

C: 그리고 난 또 좋았던 게 이 주인공 둘을, (특히) 한수를 엄청 극한으로 몰고 가잖아. 그래서 막 이입이 되면서 '이게 도대체 어떻게 풀리지?' 했는데 결국엔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가 되잖아. 난 그것도 너무 좋았던 것 같아.

D: 그게 약간 동화적인 부분인 것 같아.

C: 어떤 뭔가 '그 당시에는 절대 풀리지 않을 것 같은 절망적인 순간도 어떻게든 이렇게 풀어진다.' 이게 <우리들의 블루스>에 전반적으로 나타나잖아. 그래서 이 드라마 자체가 '힐링 드라마'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 좋았던 것 같아. 

D: 되게 <블루 재스민>이랑 반대다.

A: 맞아 맞아.

C: 맞아 같은 '블루'인데. (정적) 웃으라고 한 소리 아니고 그냥 '블루'가 들어 있잖아… (웃음) 그냥… 그래서 말한 거야~

B: 근데 나는 한수 사실 잘 이해가 안 가는 부분도 있었어. 목포 가자고 한 것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 나도 그리고 약간 속았어. 진짜 이혼 위기인가? 이러면서 봤는데, 은희한테 근데 굳이? 저렇게까지? 사귈 수 있을 것 같은 여지를 주는 행동들을 계속 하잖아.

D: 어깨에 손 올리고.

B: 그니까. 가족사진을 내린다든지. 근데 그건 내가 은희였으면… (말잇못) 은희가 나는 진짜 대인배라고 생각했지. 너무 그건 배신감이…

D: 맞아. 너무 선을 넘긴 했어. 목포까지 가는 거는 친구끼리 추억이 있는 장소니까… 나도 오케이.

B: 가족사진 없애는 것까지도 백번 양보해서 그렇다고 하는데, 어깨 손까지는 좀…

D: 들어 올려서 (농구 골 넣는 거 도와주고)…

B: 과연 자기 딸이랑 아내는 아빠가 자기들을 위해서 돈을 구하려고 그렇게까지 한다는 걸 알면… 그걸 바랄까? 그건 좀 나는 이해 안 갔어. 굳이 그렇게까지 하나?

D: 맞아.

B: 그게 유일한 아쉬운 점.

A: 이해를 해보자면 (아내와의) 대화에서 아내가 '딸이 골프를 그만두면 네 삶도 끝나는 것 같냐'라고 그랬었잖아. 그런 지점에서 자기도 모르게 그 분간(을 못하는), 그러니까 (하면 안 되는 일에 대한) 선이 없어지면서 그냥 (돈을 구하는 데에만) 몰두하는 그런… 그렇게 돈을 빌리는 것 자체가 자기 삶이 되고, 그러니까 무엇을 위해서 뭘 하는지도 분별을 못하는 상태가 되지 않았을까.

D: 그러니까 우리도 결국에는 제3자로서 보니까 이해가 안 되는 거지, 그렇게까지 하는 게 진짜 현실적인 것 같기는 해. 내가 진짜 절박하다면… 솔직히 모르는 거잖아. 어떤 마음이 들지. 우리는 모르니까 '이렇게 하는 건 좀 과하지 않았나?' 싶은 건데 진짜 한수 같은 상황이 되면 그렇게 하는 게 오히려 솔직한… 자기한테 솔직한 뭔가를 한 걸 수도 있지.

B: 근데 만약에 은희가 먼저 얘기 안 꺼냈으면 어떻게 할 생각이었을까? 난 그것도 궁금해.

D: 나는… 근데 결국 잠은 안 잤겠지.

B: 나도 그 이상의 선을 넘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그러니까 어떻게  얘기를 꺼내고 그걸 마무리 지을 생각이었는지…

A: 돈은 빌려달라고 했겠지?

D: 와인을 먹다가 돈을 빌려달라고 하지 않았을까? 아니면 여행을 진짜 다 마치고 포기를 하든지. 포기를 하는 선택지도 있지 않았을까? 세게 현타가 와서…

C: 그때 그랬잖아. 너한테 어떻게 돈을 빌려달라고 하냐고.

B: 너무 불쌍했어 아우…

C: 너무 사방 팔방에서 다 버림받잖아. 가족한테도 버림받고 동생한테도 버림받고 친구들한테도.

B: 근데 그 주변인들도 다 이해가 가긴 해…

C: 너무 이해 가지.

B: 근데 노희경 작가가 대단한 게 여기 나오는 모든 인물들의 사정이 다 이해가 가는 게…너무 잘 만들지 않았어? 그러기 쉽지 않을 것 같은데.

C: 아니 이해가 안 가도 이해가 되게 연기를 해 배우들이. 김혜자 봐. 김혜자가 뭘 해도 이해가 갈걸.

D: 그것도 그렇긴 해. 그리고 나는 (보면서) 한수랑 은희 관계도 관계인데, 부모 자식 간의 관계에 대한 생각도 많이 하면서 본거 같아.

C: 맞아. 한수가 자기가 꿈을 포기했어서…

B: 돈 때문에 못 이뤘으니까…

C: 계속 해 주려고 했던 거잖아.

B: 맞아. 근데 딸도 진짜 괴로웠을 것 같아. 자기가 좋아하는 일인데 자기도 얼마나 잘하고 싶겠어. 제일 잘하고 싶을 텐데 잘 안되지, 집에 돈은 없지…

C: 딸은 나중에 원망할까?

B: 할 때까지 해본 거 아닐까 그 정도면? 그리고 아빠가 끝까지 반대했는데 자기가 (한국에) 온 거니까 후회는 안 할 거같아.

D: 근데 (한국에 들어와서) 뭐 하고 살지는 궁금해. 

B: 맞아. 계속 골프만 쳤으니까.

D: 은희는 어떻게 살까? 혼자 살까?

A: 근데 난 은희가 참 부러웠어.

B: 나도 한수처럼 처음에 명보한테 은희 돈 많은 얘기 들을 때 '아…진짜 부럽다…'. (웃음)

A: 맞아. 내가 장사해도 그렇게 될 수 있나…?

C: 그리고 난 무슨 생각이 들었냐면 우리 엄마 아빠 동기 중에 어떤 부부가 있는데 그 부부는 자식 없이 그냥 둘만 산대. 되게 풍요롭게 사나 봐.

A: 그치… 자식 안 키우면 아무래도.

C: 근데 그거 보고 엄마 아빠가 살짝은 씁쓸했나 보지. 나한테 그런 (동기 부부) 얘기를 하면서 '엄마 아빤 너네 있으니까 괜찮아' 이렇게 얘기를 하는데, '아 나중에 잘해야겠다'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한수도 비슷한 씁쓸한 감정을 느끼지 않았을까?

B: 나는 자식보다도 은희가 자기를 좋아하던 사람이고, 순수하고 꿈 많던 학창시절에 엄청 친하게 지내던 특별한 인연이었는데, 몇십 년이 지나고 다시 봤을 때 너무 격차가 벌어진 현실을 마주했을 때 씁쓸함이 너무 심했을 것 같아. 너무 너무 너무. 그 장면 있잖아. 바다에 뛰어들어서 '은희야 나 돈 좀 빌려주라' 이걸 은희 안 들리게 말하는 장면.

C: 그 장면 연출도 너무 미치지 않았어? 옆에 어린 한수 누워 있고.

B: 그러니까. 자기 어린 시절 생각이 엄청 많이 났을 것 같아. 진짜. 네가 주제에 썼던 것처럼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하는 생각도 계속 했을 것 같고. 내가 서울 유학 안 가고 은희처럼 그냥 제주도에서 장사하고 살았으면 오히려 더 풍족하게 살았을까, 이런 생각도 했을 것 같고.

D: 근데 그렇게 생각하진 않았을 것 같아.

B: 서울 안 갔으면?

D: 제주도에서 장사하는 친구들이 다 잘 사는 건 아니니까.

B: 그건… 그렇네.

D: 근데 아무튼 어렸을 때 생각을 많이 하긴 했겠지.

C: 은희랑 결혼했을 수도 있었으려나.

A: 아니지 않을까? 그건 아닐 것 같아.

B: 한수 짝은 한수 와이프지…! 계속 그냥 사이좋게 지내지 않았을까.

C: 근데 우리만 해도 사실 고등학교나 대학교 동창 만나면 좀 기분 이상할 때 있잖아.

B: 그렇지. 우리도 어쨌든 사회적인 위치 같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니까.

C: 그러니까 이게 지금은 출발한 지 얼마 안 되었는데도 이 정도인데 만약에 이 상태로 (계속) 간다면 얼마나 격차가 벌어지겠어. 그것도 씁쓸했던 것 같아. 지금도 사실 어디 가서 말 하기가… 나는 엄청 씁쓸하거든. '뭐 하니?' 이러면 '공부 하고 있다.' 이렇게 말하기가…

A: 요즘 뭐 해? 라는 질문이 나는 요즘 제일 무섭더라…


A: 또 하고 싶은 얘기 있었어?

C: 뭘 느꼈어? 뭐, 하고 싶은 이야기 있니?

D: 나는 (3화) 마지막에 은희가 인권이랑 친구들한테 너네가 친구냐고 하는 그 부분이 엄청 좋았던 것 같아.

B: 맞아.

C: 되게 쿨하게 인정하잖아 친구들도.

D: 친구들도 인정하고. 은희 말도 맞고 친구들 말도 맞잖아. 친구들도 은희를 친구라고 생각해서 더 한수에 대해서 알려주고 한 건데, 은희가 그렇게 딱 소리쳤을 때 뭔가… 당연히 할 수 있는 말이라는 거를, 보고 나면 이해 되는데 은희가 그렇게 바로 말할 거라고 예상하면서 보지는 않았거든. 그냥 화는 낼 수 있겠다 정도로 생각했지. '너네가 한수한테 어떻게 그럴 수 있냐' 이런 식으로까지 얘기할 줄은 전혀 예상 못했어서 그 부분이 좋았던 것 같아.

B: 은희가 진짜 너무 좋아. 너무 멋있어. 사람이 너무…

D: 그것도 근데, 본투비 성격이 그렇게 멋있는 걸까 아니면 돈(부)에서 나오는 부분일 수도 있을까… 당연히 자기 타고난 성격도 있겠지만…

B: 반반 아닐까? 근데 은희가 그랬잖아. 호식이랑 사귀다가 도망갔다고. 가난하기 싫어서. 그러니까…. 근데 갑자기 딴 얘긴데 난 호식이가 너무 좋았어. (웃음)

D: 나 호식이 좋아.

B: 호식이가 은희랑 사귀었었잖아. 그리고 지금은 그냥 친구로 지낸 지 오래됐잖아. 근데 뒷부분에도 보면 은근히 은희 더 챙기는 그런 모습이 있잖아? 그런게 참 좋아. 호식이 너무 착해… 너무 착해.

D: 착하게 생겼잖아 사람이. 

C: 잘생겼잖아.

D: 그게 착하게 생긴 것 같아! (웃음)

B: 그리고 (호식이) 영주랑 좀 닮았어. 약간 이미지가 있어.

C: 맞아. 그런데 그… 현이는 (아빠랑) 안 닮았어. 

B: 현이는 너무 다르게 생겼지. 인권이 역할 배우(박지환) 서브웨이 광고 찍었더라.

C: 박지환 배우가 어떤 인터뷰에서 자기는 극단 하면서 슬펐던 것 중에 하나가, 보통 작품을 읽으면 주인공한테 이입을 해서 동화되기 마련이잖아. 그런데 자기가 극단이나 영화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 때는 항상 조연이라는 거야. 그러니까 항상 자기는 제일 동화되고 이입해서 읽었던 인물은 될 수 없구나, 라는 생각이 되게 슬펐다고 얘기했더라고.

D: 슬프다.

C: 근데 그만큼 되게 신 스틸러 같지 않아? 그리고 이번에는 주인공이었잖아.

D: 이번에는 옴니버스식으로 다들 스토리가 있었으니까.

C: 그래서 노희경이 너무 대단한 것 같아.

B: 작가가 너무 노련한 것 같아.

D: 여러 이야기를 은근슬쩍 넘어가게 계속 잘 깔고. 그리고 뒤를 더 보면 알겠지만 1, 2, 3화에 한수 얘기가 나왔잖아? 그게 끝이 아니라 나중에 '그래서 한수 어떻게 살고 있지' 하고 생각날 때쯤 딱 보여주는 그런 걸 너무 자연스럽게 잘한다고 해야 되나. 그런게 되게 대단하더라구.

C: 맞아.

B: 그래서 그런가 그 (드라마 속) 사람들이 지금도 잘 살고 있을 것 같은 느낌.

C: 실제로 푸릉도 있을 것 같고.

B: 아 푸릉이 없는 지명이야?

C: 있는 곳인 줄 알았어?

B: 어 나 서귀포 푸릉이라고 하길래. 서귀포에 있는 지명인줄 알았어.

D: 푸릉이라는 단어 느낌도 되게 잘 지은것 같아.

C: 푸릉 없는 곳이야. 가상의 공간이야.

B: 무진처럼?

C: 응응.

B: 그렇군. 푸릉 잘 지었다.

D: 그리고 사투리 진짜 신기하지 않아?

B: 처음에 약간 어색하지 않았어? 난 제주 사투리 자체가 너무 어색해서 배우들이 연기를 못해 보이는 거야 처음에. 

D: '~했쪄' 이런 식이니까?

B: 응응. 나중에는 익숙해졌지만… 근데 확실히 고두심 사투리가 다르더라. 고두심 제주도 사람이라며.

A: 아 그래?

C: 어. 고두심 제주도 사람이야.

B: 고두심 에피소드 진짜 대박이야.

A: 고두심 에피소드도 있어?

B: 다 한 번씩 나와. 거기 나오는 사람들 다.

C: 너무 좋아. 그렇게 모든 배우들이 나올 수 있었던 이유가 나오는 분량으로 계약을 한대.

B: 몇 분 동안 출연하는지로?

C: 이게 한 회차 나온다고 해서 회차별로 계약하는 게 아니라 분량대로 계약을 하기도 한대. 고두심이 그렇게 인터뷰했더라.

D: 근데 다 찍고 나서 편집을 할 수 있잖아. 그럼 편집한 뒤의 분량대로 돈을 주는 건가?

C: 대본대로 주지 않을까?

A: 연기를 한 만큼?

D: 오… 연기한 만큼… 신기하다.

B: 너무 재밌었겠다. 이 사람들.

C: 6개월 동안 찍었다며 제주에서. 근데 내가 그걸 느껴서 그런 건지 모르겠는데 이병헌이 한 3회 정도 안 나오다가 갑자기 등장을 하면 순간 너무 세련돼 보이는 거야. 커트를 해 온 건지.

B: 아 (웃음) 약간 오랜만에 등장하면?

C: 그래서 뭔가 느낌이 이상했어. 이병헌이다! 하고… (웃음)

B: 이병헌 연기 진짜 너무 잘하더라고.

D: 눈빛이 너무 좋더라. 배우더라 진짜.

C: 목소리도 너무 좋고.

A: 근데 한지민 너무 예쁘지.

B: 아니 너무 요정이야. 맞아. 너무 조그맣고 엄청 하얗고. 그리고 (정준이 안을 때) 너무 가벼워… 너무 가볍지 않아?

C: 너무 조그마해서…

B: 너무 쑥쑥 들려. 내가 강아지 안듯이. (웃음)


B: 너네가 은희라면 어떻게 할 것 같아? 돈 줄 거 같아?

D: 줘야지 뭐…

B: 너네도 은희처럼 입금할 것 같아?

D: 그러지 않을까?

C: 그만큼 돈이 많으면…

D: 은희랑 똑같은 상황이면은 2억을 뭐… 한수가 안 갚을 것 같은 것도 아니고… 못 갚을 수는 있겠지! 근데 안 갚고 튀거나 내 마음을 상하게 할 것 같은 건 아니잖아. 돈도 나는 이미 많아. 2억이 없다고 해서 내가 엄청 큰 타격을 받는 건 아닌 상황이고 하면은… 그냥 결국엔 다 털어놨고 이해를 하잖아. 2억 정도 투자해서 이런 내 지난 추억들과 모든 것을 잃지 않는 게 맞지 않을까… 그렇게 선택을 하게 될 것 같아. 같은 상황이면.

C: 근데 그냥 갑자기 든 생각인데 그 친구들(명보,호식,인권)이 좀 너무하지 않았어? 

B: 난 이해가 가는데.

C: 근데 너무 뒤에서 얘기하고 이런 점이… 명보 같은 경우에는 다른 돈 빌려준 친구랑도 한수 얘기하고 거래처 사람이랑도 얘기해서 (그렇게 들은 한수 상황을) 직접 한수한테 얘기하는 게 아니라…

A: 어 난 명보가 좀 그랬어.

C: 그 뒤에 호식이랑 인권이한테 막 얘기하고…

A: 그 둘(호식,인권)은 이해는 가.

C: 그리고 술집에서 스피커폰 켜놓고 은희한테 이르듯이 얘기하는 게 난 되게 불편했어. 그리고 또 좀 너무하다고 느꼈던 장면 중에 하나가 미란이 등장했을 때. 미란이가 서울에 살다가 놀러 왔는데 처음에는 엄청 반겨. 그러다가 며칠 있으니까 걔 언제 가니 (뒤에서) 그러거든. 그런 게 한 동네 사람들의 결속력 같은 부분을 잘 그려낸 것 같다고도 생각했어. 해녀들이 한지민 타박한 것도 그렇고… 알게 모르게 드러난 현실적인 부분이 아닐까.

D: 근데 스피커폰은 나도 너무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전까지는 어느 정도 이해는 돼.

B: 나도. 난 명보 아예 이해 안 가는건 아니야.

C: 아니 근데 한수한테 직접 얘기해야지.

B: 근데 20년 만에 만난 친구한테 다짜고짜 '너 근데 누구한테 돈 빌렸니' 이렇게 물어보는 것도 쉽지 않지… 그리고 명보가 친구들한테 쪼르르 달려가서 얘기를 한건 한수를 욕하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라… 잘했다는 건 아니지만! 명보 나름대로는 걱정되는 마음도 있고 어떻게 해야 될지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거겠지. 그리고 사실 은희 걱정이 더 클 수밖에 없지. 은희한테 정이 더 많이 들어있고… 한수는 아무리 어릴 때 친했어도 지금은 어쨌든 안 본지 20년이 넘었고… 그러니까 나는 친구들도 나름대로 이해는 갔어.

D: 그리고 한수가 지금 포기를 못한다는 거를 알잖아 들어보면. 더군다나 한수가 명보한테 먼저 돈을 빌려달라고, 나 돈 없다고 직접적으로 말한 것도 아니고. 내가 명보였으면 처음 한수 돈 없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어느 정도로 사정이 심각한 거지? 이런 생각도 들었을 것 같고… 네가 '왜 한수한테 바로 안 물어봤지?'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명보 입장에서도 '왜 나한테 (돈 필요하다는) 얘기를 안 하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잖아. 뭐… 여러 가지 생각을 해서 명보가 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고 생각해. 스피커폰은 근데 너무하긴 했어. 왜냐하면 친구들 아닌 다른 사람들도 그 자리에 있는데, 그렇게 스피커폰으로 전화를 한건 너무…

A: 근데 거기에서 영옥이랑 정준이 이건 아니라고 하잖아. 그런 것도 드라마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이었던것 같아.

B: 그게 뭐지?

C: 스피커 폰으로 하는거 좀 그렇지 않냐고.

A: 매너 없는거다. 난 이자리에 없었던 거다 하고 그냥 딱 나가고.

B: 정준이 진짜 멋있지 않냐? 너무 바른 청년이야.

A: 참… 참…

C: 진짜 멋있어…

B: 참 잘 자랐지…

D: 젊은 시절 한수랑 정준이 중에 누굴 택할거야?

B: 누굴 택할 거냐고? 정준이.

C: 나도 정준이.

D: 젊은 시절에 만났어도?

C: 난 그래도… 정준이. 정준이는 집 살 돈도 있는 것 같던데…

B: 한수도 돈은 잘 벌어 다른 데에 투자해서 그렇지…

A: 정준인 근데… 집이 버스야? 버스에서 살아?

B: 어 그냥 혼자 거기서 지내는 것 같더라고.

C: 근데 드라마틱하지 않아?

D: 그건 진짜 너무… 드라마지…

B: 제주도 바람이 얼마나 거센데.

A: 각자의 이야기가 다 나와 근데?

B: 정준이만을 조명한 이야기는 없어.

A: 영옥이도 왜 그렇게 사는지 다 나와?

B: 어 영옥이가 좀더 비중이 커. 정준이보다.

C: 그래서 정준이가 더 멋있어. 약간 사연 없이 지켜주기만 하는… 보디가드 같은 느낌이랄까? 크큭… (웃음)

D: 뭐야? (웃음) 변태같아…

C: 너무 멋있어… (웃음) 아 나 노래 얘기도 하고 싶어.

B: 맞아 OST 너무 좋더라.

C: 드라마에서 계속 나오는 노래 있잖아.

A: Quando Quando?

C: 아니 Quando Quando도 좋았지만…

A: Whisky on the Rock?

C: 어 맞아 Whisky on the Rock.

B: 맞아. 그 노래가 그 뒤에도 계속 나오잖아.

C: 어. 근데 1~3화에서 제일 많이 나오지 않아? 은희가 계속 부르기도 하고…

B: 노래방에서도 부르고.

C: 내가 가사를 갖고 왔거든. 가사를 읽어줄게. 읽어줘도 될까?

B: 불러주면 안 돼?

C: 그건 안 되겠어.

"그날은 생일이었어 지나고 보니

나이를 먹는다는 건 나쁜 것만은 아니야

세월의 멋은 흉내낼 수 없잖아

멋있게 늙는 건 더욱 더 어려워

아름다운 것도 즐겁다는 것도 모두 다 욕심일 뿐

다만 혼자서 살아가는 게 두려워서 하는 얘기

얼음에 채워진 꿈들이 서서히 녹아가고 있네

내 맘 나도 모르게 차가운 얼음으로 식혀야 했다"

이런 가사야.

A: 근데 그건 누구 노래야?

B: 여기 OST에 나오는 건 여자 가수던데, 이번에 새로 부른 것 같던데.

C: 맞아 원래 있던 노래인데... 최성수 2002년.

B: 생각보다 오래 안 됐네.

A: 그러게. 오래된 노래인 줄 알았는데.

C: 이 가사가 좀 관통하고 있는 것 같은데.

B: 응. 나는 거기서 '나이를 먹는다는 건 나쁜 것만은 아니야' 라는 게 되게 나한테 (유독) 박히는 것도 있었겠지만, 뭔가 (드라마 전체적인) 주제가 아닐까? 싶었어. 왜냐하면 정준이나 영옥이도 있고 하지만 메인, 뭐라고 해야 되지, 제일 많이 나오는 인물들이 그 은희, 호식이, 인권이 그 라인이잖아. 그 사람들은 어렸을 때부터 얘기가 계속 나와서…

<우리들의 블루스> 보면서 계속 했던 생각이 모든 에피소드마다… 아직 나도 말이 완전히 정리는 안 되는데, 보면 다들 갈등으로 시작을 하잖아. 뭔가 문제가 있고 그 문제가 해결되는 식인데, 그 갈등이 대부분 좀 오래 묵은 갈등이야. 한수도 돈이 없은 지 오래됐고… 그게 어떤 일이 오래도록 풀리지 않는 게, 어떤 일은 그게 풀리기 위해서는 애초에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뭐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 그렇기 때문에 나이를 먹는다는 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왜냐하면 어떤 일이 해결되기 위해서는 내가 나이를 그만큼 먹어야 하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계속 들었어. 이 드라마 계속 보면서.

C: 어떤 에피소드를 보고 그런 생각을 했어?

B: 그냥 전반적으로… 스포가 될까봐 자세히 말을 못하겠어. 대부분 인물들이 가진 갈등들이 다 오래 묵은 것들이잖아. 근데 그게 보면 각자의 사연이 있고 다 그게 이해가 가고 나라도 저랬겠다, 이런 생각이 들고. 그래서 그 갈등이 처음 딱 싹트기 시작했을 때 바로 풀 수 없었겠다 저거는.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해결될 수 있는 일인 것 같다. 뭐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

C: 한수 은희는 근데 해결되는 게, (내 생각엔) 결국은 한수가 손에 쥐고 있던 걸 다 놓아버리면서 해결이 됐잖아 그 갈등이. 그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B: 현실적이라고 생각했어. 그러니까 예를 들어 은희가 돈을 빌려줘서 그 돈으로 딸을 다시 지원해주고 딸이 성공을 하는 거는 사실 가능하긴 하지만 확률적으로 낮은 일이잖아. 그것보다는, 물론 다 포기하고 집안이 다 망할 수도 있겠지. 싸우고 흩어지고 이럴 수도 있지만… 어쨌든 나름대로 동화적이면서도 현실적으로 행복할 수 있는 결말이지 않았을까 생각해.

C: 한수가 이런 갈등을 갖게 된 데에는 어렸을 적에 자기 꿈을 돈 때문에 포기해서였는데, 결국에 꿈을 좇고 좇고 좇아서 불행해졌다가 꿈을 놓아버리면서 다시 그 문제가 해결이 되잖아. 그런 것도 되게 아이러니하다고도 생각이 들었고… 나도 지금… (웃음)… 놓아야 내 문제가 해결이 되나… 뭐 이런 생각도 들었고.

B: 근데 한수가 놓지 못한 건 자기 꿈이 아니라 자기가 이루지 못한 과거에 대한 일종의 집착 아닐까. 사실 딸이 그 꿈의 당사자인데, 딸이 계속해서 의사를 표현하잖아. 그만두고 싶다고. 근데 한수가 아니라고 하고… 그건 거의 집착이지 사실. 그래서 한수가 내려놓은 거는 꿈이 아니라 어떤 너무 버겁게 갖고 있던 집착이 아닌가...

C: 너무 무서워 그래서. 보면서 나도 나이 먹었을 때, 저렇게 후회하는 일이 생길까 봐. 그게 묵은 후회인 거잖아. 그게 내 자식에까지 투영이 된 거고. 그렇게 될까 봐 무서워하면서 봤던 것 같아. '늙어서 그렇게 되면 어떡하지.'

D: 그렇게 되면 다시 풀리겠지.

B: 맞아 한수처럼.

D: 그냥 늙기 싫다.

B: 맞아…

D: 계속 이렇게 쌩쌩하게 살고 싶어.

C: 근데 막 쌩쌩하지도 않아. (일동 웃음) 나 오늘 허리 아파 죽는 줄 알았어.


C: 그러면 또 너네 뭐 하고 싶은 이야기 있니? 난 사실 거의 다 해버렸어.

B: A가 말을 너무 안 한 것 같아.

D: A가 제일 조금 말했어.

B: 너 하고 싶은 얘기 없어?

A: 나도 거의 다 한 것 같은데…

B: 근데 그럼 너네가 한수였으면 어떻게 할 것 같아? 내가 자식이 있고 딱 한수같은 상황인데 고향에 내려갔어. 20년 만에. 근데 나한테 은희 같은 존재가 돈이 엄청 많다는 걸 알게 됐어. 어떻게 할 거 같아?

D: 한수 같이 할 수도 있을 것 같아.

C: 꼬시려고?

D: 꼬시는 건… 좀 그렇지. 그렇게 너무 꼴 보기 싫은 남사친 같은 척은 안 할 것 같긴 한데… 어깨 손… 어우…

B: 어깨 손 좀 너무 그렇지?

D: 어우…

A: 근데 그 어깨 손 장면에서 한수의 표정 다 기억해 너네? 되게 엄청 공허해하거든? 은희 어깨에 올리면서. 난 근데 그 표정이 너무 좋았어.

B: 차승원 연기 너무 잘 해.

A: 깜짝 놀랐어.

C: 그 눈동자 뒤에 아무것도 없는 (연기). 근데 계속 그 내내 그러는데 배 타면서 괜찮아지잖아. 그것도 되게 신기했어.

D: 나 차승원 연기 되게 오랜만에 본 것 같아.

A: 나는 처음 보는 것 같아. 

D: 나는 최고의 사랑 독고진… 이후에 삼시세끼에서만 본 듯.

A: 맞아 맞아.

C: 차줌마!

D: 그런 거만 보다가 연기 이렇게 하는 거를 진짜 오랜만에 본 것 같은…

B: 이런 정극 연기를 하는거?

D: 잘하더라…

B: 아 근데 나도 한수 같이 안 했을 것 같아.

D: 어깨 손… 그니까 그렇게 약간 이성적으로 다가가려는 부분만 걷어내면 한수 같이 할 수도 있었을 것 같아. 돈도 있고 하면 뭔가 좀 잘해주고 해서… 그 얘기를 꺼내고 싶은 그런 마음이 들겠지. 왜냐하면 당장에 내가 뭔가 해야지 우리 가족들을 계속 부양할 수 있고 지원을 해줄 수 있고… 나 한 사람 생각만 하고 그러는 건 아니잖아. 결국엔 자기 욕심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더 그렇게 할 수도 있다고 생각이 돼.

A: 나는 오히려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아내가 자꾸 설득하잖아 그만하자고. 그래서 그 말에 동의하고 진짜 그만하자 이렇게 해서 가족을 한국으로 빨리 부르지 않을까 생각해. 내가 자식이 없어서 모르겠는데, 그 모든 게 다 자기 딸을 위한 거잖아. 그 이면에 자기 과거가 투영됐든 어쨌든. 딸이 하고 싶은 걸 이루어주려고 하는 것에 그렇게까지 헌신적일 수가 있나 생각이 드는 거야 계속. 자기 삶을 망가뜨리고 주변 관계 다 망가뜨리면서까지… 그래서 사실 나는 아직 공감을 크게 못하는 것 같아.

B: 돌이킬 수 없었던거 아닐까?

C: 약간 매몰 비용 이런 느낌이지 여기까지 했는데… 덕을 볼 때까지…

B: 코치가 가능성도 있다고 하고…

C: 그러니까. 좀만 더하면! 좀만 더 하면…

A: 너무 도박 같잖아 좀.

C: 그러니까. 도박의 느낌으로 한수도 했겠지.

D: 애초에 딸이 실력이 계속 없었던 것도 아니고. 처음에는 주목을 받을 정도로 잘 했는데… 입스 이런 게 또 이유 없이 오는 그런 거더만. 애초에 뭔가 가능성이 안 보였어, 그럼 포기하겠지. 포기하기 쉽겠지. 근데 그런 게 아니라 얘는 잘 하다가 그러니까 이유 없이 입스가 왔는데 이거를… 내가 돈이 더 많아서 기간을 넉넉하게 주면 잘 풀리지 않을까, 언젠간 풀릴 것 같다, 이런 기대를 계속하게 되니까… 더 못 놓았을 것 같아.

A: 근데 그럴 수 있는데, 내 성격상으로는 너무 무서울 것 같아. 그 이후에 실패한 결과를 계속 상상하면서 그냥 더 최악을 만들기 전에 지금 그만하자고 생각했을 것 같아 나는.

C: 그랬을 수도 있겠다.

D: 우리 다 자식이 없어서… 어떻게 될지 모르지…

A: 그러니까 대단한 것 같아. 부모라는게…

C: 나는… 일을 더 키웠을 것 같아. (일동 웃음) 나는 친구한테 말 못하고 사채업자 이런데 찾아 가가지구… (웃음) 아니면 주식에 꼬라박고… 빈털터리 되고…

B: 아니 근데 넌 너가 그럴 것 같아?

D: 난 C가 지금까지 든 예시가 공감되는거는 아니거든? 사채업자한테 간다거나 아니면 주식을 꼬라박는다거나 이게 상상이 된 건 아닌데, 일을 더 키울 것 같다는 말에는 쟤가 저 말을 하는데 갑자기…

A: 소름 돋지 않았어?

D: 어(웃음) 갑자기 소름이 쭉 돋으면서… (일동웃음) 그래서 나중에 C 자식이 '왜 그때 그만 안 했냐고'…! (웃음) 후 갑자기 너무 상상이 쫙 됐네.

A: 넌 어떨 것 같아?

B: 난… 잘 모르겠어.

D: 아니 와이프가… 와이프의 위치도 진짜 힘들었을거 같아. 애와 아빠 사이에서.

A: 맞아. 혼자 다 해야 되는 거잖아.

B: 친구도 없이.

A: 보니까 스폰도 있었던 것 같은데.

B: 난 그건 루머이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어.

D: 나도 그거 안 믿었어. 뭐 떠도는 얘기겠지…

B: 진짜 아내도 불쌍해.

C: 그거 구분이 너무 어려운 것 같아 근데. 이게 집착이고 미련인지, 아니면 꿈을 이루기 위해서 맞는 역경과 고난인지.

B: 맞아 그건 솔직히 결과 맞기 전까지 모르는 거지.

A: 맞아 그건 결과가 정해주는 것 같아.

C: 한수도 역경과 고난이라고 생각하니까 버티자 버티자 이러고 버틴 건데… 우리는 포기했으니까 집착이었어 이런 걸 수도 있지. 근데 집착이 맞았던 것 같아.

D: 집착은 맞는 것 같아. 집착은 맞는데… 크게 보면 그냥 고난과 역경은… 그러니까 결국에는 잘 풀렸으니까 고난과 역경이긴 한데, 그 고난과 역경을 만들어낸 게 집착 때문인 것 같기는 해.

B: 근데 그게 또 슬픈 게 자기가 얼마나 농구 선수 하고 싶었으면…

C: 그러니까.

D: 집착이 다 나쁜 건 아니잖아 근데 뭐…

B: 그러니까 되게 슬픈 거지. 얼마나 되고 싶었으면… 얼마나 사무쳤으면.

C: 얼마나 일생 내내 자기가 자식이 생기면 꼭 돈 때문에 포기하지 않게 해야지, 해야지 했는데 그걸 놓을 때 그 심정도 얼마나…

A: 나는 돈이 해결의 열쇠라고 나오는 게 너무 속상했어. 너무 답답했거든 계속 한수를 보면서. 한수가 답답한 게 아니라 그 상황 자체가 너무 답답해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가족들끼리 여행을 간다고 했을 때 말도 안 된다고 생각은 했는데 너무 후련한 거야 그 결과가.

C: 맞아 맞아 너무 후련했어.

A: 내가 다 후련하더라.

D: 정말 안타까웠던 캐릭터였던 거 같아.

B: 한수 체육대회에 농구장면 하나 넣어주지. 농구대회에서 한수가 다 해줬을 텐데. 키도 커가지고… (일동 웃음)

C: 은희. 은희한테 한수는 어떤 의미였을까?

B: 딱 첫사랑 아닐까? 마지막에 일기장에도 쓰잖아. '안녕. 내 첫사랑…'

D: 맞아…

B: 난 은희도 진짜 되게 짠하다. 되게 외로울 거 같아.

A: 진짜.

B: 은희는 사실 남자에 관심이 아예 없는 스타일도 아니고… 연애나 이런 거에… 짠해.

C: 그리고 똑같이 자기 젊었을 때를 봤겠지. 한수한테서. 노래를 잘 부르고 가수를 꿈꿨던.

B: 서로 자기의 어린 시절, 딱 반짝반짝했을 때의 그 존재이지 않을까?

C: 그래서 쉽게 (돈 빌려달라는) 말이 안 나왔을 거 같아.

D: 그리고 옛날부터 서로한테 의지가 되는 존재였던 것 같아. 그 나이 때 똑같이 나처럼 버스에 돼지 껴안고 타고 들고 타고 막 이런 거… 그런 애가 있으니까… 그래서 사랑하게 됐을 수도 있고 더. 근데 어린 은희 고백 장면도 진짜 멘트 충격적이지 않아?

C: 맞아 맞아.

A: '나 가져. 아니면 널 주던지'?

D: 어쩜 그렇게 발칙하게…

B: 아무튼 되게 신기해 그렇게… 사람이 서로에게 주는 의미가…

D: 우리도 나중에 나이 좀 더 한 15년 정도 더 먹으면 그렇게 동창회 하려나.

B: 아 노래방에서?

D: 갑자기…(웃음) 갑자기 그냥 문득… 아찔하다 갑자기…

C: 어우…

B: 진짜 웃기다.

D: 우리도 고등학생 때 친구들이니까… 우린 부를 남자애들이 없다.

A: 우리끼리 노는 거지. 지금 뭐 당장 노래방 가자. (일동 웃음)


B: 자 마지막 한마디 해주세요.

C: 어떤 방식으로 앞으로 나이를 먹고 싶은지 얘기하면서 마무리하면 좋을 것 같아. 너부터 얘기할래?

B: 그러면 거기 인물 중에 이런 사람처럼 나이 먹고 싶다 하는 거 있어?

A: 나는 다 안 봐가지고…

B: 난 춘희 할망?

D: 맞아 나도 춘희 할망 생각하고 있었어.

B: 왜냐면 너무 점잖고, 예를 들어서 해녀들이 영옥이를 욕할 때 거기에 반응도 안 하고. 그러니까 점잖게 나이 든 그런 것도 있고. 자기 일도 계속 하면서, 물론 생업이 달렸으니까 하는 거겠지만… 그냥 뭔가 너무 좋은 어른이었어. 주변인들도 잘 챙기고.

D: 은기 배역인 애기한테 장난치는 거 진짜 귀엽던데. 그 손주로 나오는…

B: 맞아. 김혜자가 그 애기한테, 한 6살 정도밖에 안 된 애거든. 그 어린 애가 고두심한테 '할머니 근데 BTS알아요?' 이러니까 '얘 너 이 사람이 할머니로 보이니?' 이러면서 (웃음) 원래 21살인데 연기해야 해서 분장한거라고… (웃음)

D: 너무 귀엽더라.

B: 너는?

C: 나…? 나… 영옥이…?

D: 예뻐서 고른거 같은데?

C: 예쁘고 정준이랑 사귀고… (웃음)

B: 뭐야~

C: 근데 그 삶의 태도도 본받을 만하지. 솔직히 제일 거기서 열악한 상황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 꿋꿋하게…

B: 굳세게 살지 엄청.

C: 굳세게 살고 똑바로 살고 이런 거… 정신 차리고 살아야 돼! 나는… 나는 정신차리고 살아야 해…

D: (웃음) 무슨 소리 하는거야 지금? 지금 연기하는 거야?

A: 나 지금 한지민이 여기 온 줄 알았잖아.

B: A는? 인물은 몰라도 뭐… 그냥 이렇게 나이 먹고 싶다.

A: 나는 항상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 뭐 이런 생각할 때 그냥 당연하게 윤여정처럼 살고 싶다고 생각했던것 같아.

B: 윤여정 같은 게 뭔데?

A: 그러니까 나이를 먹어서도… 윤여정은 그냥 살다 보니까 그렇게 됐다고 하지만, 어쨌든 목표가 있고 그 나이까지 살면서 아직까지도 퀘스트를 뚫고 앞으로 계속 전진하고 있잖아. 그러면서 각 시대마다 트렌디함도 잃지 않고, 뭔가 놓치지 않고 계속 가지고 간다는 생각도 들고… 잘 받아들일 줄도 알고, 자신의 것을 명확하게 남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인것 같아서?

C: 나도 윤여정 너무 존경스러운데, 내 생각엔 목표가 있다기보다는 자기만의 기준이 있고 도전을 할 수 있는 기준이 있어서 그 기준만 맞으면 주저 없이 해내는 사람인 것 같아.

A: 나도 어떤 구체적인 목표가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데, 어쨌든 그래도 그 나이까지 그렇게 하려면 큰 틀에서의 목표가 있어야 할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

C: 맞아 나도 대단한 것 같아. 그리고 그렇게 도전을 하면서도 윤여정 같잖아.

A: 그러니까 지조 있는 게 대단한 것 같아. 계속 꾸준하게 이뤄가는게.

C: 너는?

B: 아까 얘기했잖아 춘희 할망.

C: 너도 춘희 할망?

D: 응.

B: 이제… 38분이다.

D: (1시간 채우기까지) 2분 남았어… 이제 술 먹어야 되거든? 가자 가자…

A, B, C: 그래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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