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살린 ‘페리에 주엣 벨 에포크’ 샴페인
프랑스 샴페인 名家 페리에 주엣 (Perrier-Jouët)이 만든 벨 에포크 (Belle-Epoque) 샴페인의 라벨에 새겨진 흰 꽃은 아네모네(Anemone)로, 꽃말은 ‘속절없는 사랑’, ‘이룰 수 없는 사랑’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스 전설에 의하면 아프로디테가 사랑하던 최고의 미남 아도니스가 사냥 중에 멧돼지에 물려 죽자 아프로디테는 크게 슬퍼하며 무덤을 만들고 그 위에 넥타르를 뿌렸는데, 무덤 위에 흰 아네모네 꽃이 피어났다고 한다. 그리스어로 아네모스(Anemos)는 ‘바람’을 뜻하기에 아네모네는 ‘바람꽃’으로도 불린다.
아프로디테는 아도니스의 연인이자 대모였다. 전설에 의하면 키프로스 왕의 딸이 너무 예뻐서 그녀의 어머니가 자신의 딸을 아프로디테보다 아름답다며 딸의 미모를 찬양하자,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아프로디테 여신의 저주를 받아 근친혼에 의한 아들을 임신하게 되어 집에서 쫓겨나게 된다. 이 아들이 바로 아도니스로 최고의 미남으로 성장하게 된다.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와 지하세계의 여신 페르세포네가 서로 아도니스의 애인이 되려고 다투자 결국 제우스가 중재에 나서게 되는데, 1년의 1/3은 아프로디테와, 1/3은 페르세포네와, 그리고 나머지 1/3은 그의 맘대로 살도록 해주었다.
그러다가 아도니스가 사냥 중에 멧돼지에 물려 죽게 되자 지하세계의 왕비인 페르세포네가 아도니스를 독차지하게 된다. 이에 아프로디테가 불공평하다고 반발하며 두 여신이 또 싸우게 되자 제우스가 다시 중재에 나서 6개월은 아프로디테와 나머지 6개월은 페르세포네와 보내게 되었다. 잘 생기면 죽어서도 이렇게 여복도 따르나 보다.
흰 아네모네 꽃이 샴페인 병에 새겨진 벨 에포크(Belle-Epoque)는 ‘아름다운 시절’을 뜻하며 프랑스와 프러시아 간의 전쟁이 종료된 1871년부터 1914년(1차 대전 시작)까지 약 40년간 모처럼의 평화 시대를 누리며 프랑스인들이 경제, 문화적인 번영을 이루던 태평시대를 뜻한다.
페리에 주엣(Maison Perrier-Jouët)은 피에르 페리에 (Pierre-Nicolas Perrier)와 로즈 아델레이드 주엣(Rose-Adélaïde Jouët)이 결혼한 다음 해인 1811년 설립되었다. (Jouët은 프랑스가 아닌 Dutch 性이기에 주엣이라 발음한다. 모엣 & 샹동의 Moët 또한 Dutch 性이다)
창업자의 아들 Charles Perrier의 사후에 그의 아들 형제인 앙리(Henri)와 옥타브 갈리스(Octave Gallice)가 샴페인 하우스를 이끌게 되었는데, Henri 혼자 에페르네 (Épernay)에서 회사 운영에 열중했고, 건달이었던 동생 옥타브(Octave)는 회사에서 멀리 떨어진 파리에서 머물며 한량이나 예술가들과 함께 와인을 마시며 노는데 정신이 팔려 있었다. 하지만 결국 가문을 빛낸 인물은 열심히 일만 한 개미가 아니고 베짱이처럼 놀면서도 예술적 영감을 와인의 라벨에 새겨 넣었던 동생 옥타브였다.
한량이나 다름없었던 옥타브는 당시 파리에서 아르누보 화가들과 친하게 지냈는데, 그중 한 명이 아르누보 화가이자 유리공예 기술자 에밀 갈레(Emile Gallé)였던 것이다. 옥타브의 간곡한 요청으로 친구였던 에밀 갈레는 1902년 아르누보 스타일의 흰 아네모네 꽃을 새긴 매그넘 샴페인 병을 4개 만들어 주게 된다. 하지만 당시의 병 제작 기술로는 이런 유리공예 작품을 수작업으로 샴페인 병에 새겨 넣을 수 없었기에 지하 셀러의 보관소에 방치된 채 잊히고 말았다. 그러나 후손들에 의해 62년 만에 지하 셀러에서 이 병들이 우연히 발견되었고, 그동안 발전된 샴페인 병 제작 기술을 이용하여 대량으로 생산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지금 같은 아네모네 문양을 새긴 벨 에포크 1964 빈티지가 처음 만들어져 약 5년간의 숙성을 거쳐 1969년에 드디어 세상에 첫 선을 보이게 된 것이다. 재즈의 거장 Duke Ellington의 70번째 생일을 기념하여 파리의 최고급 레스토랑 막심(Maxim’s de Paris)에서 처음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 후 오늘에 이르게 되었고 가장 아름다운 라벨을 가진 샴페인 중 하나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Belle Époque 2014년 산은 Chardonnay (50%), Pinot Noir (45%) 그리고 Pinot Meunier (5%)의 블랜딩으로, 약 10년 정도의 숙성으로 완전한 시음 적기에 이르렀으며 밝은 황금색을 보였다.
아몬드, 브리오슈, 백도, 사과, 레몬 슬라이스, 갓 구운 페스츄리 같은 풍미와 자몽 제스트 같은 발랄한 산미가 돋보였으며, Chalky 한 미네랄의 뉘앙스를 보였다. 매끄러운 질감과 관능적인 달콤함, 6년간의 on the lees 숙성에서 비롯된 깊고 짙은 풍미가 깊은 인상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