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대표 와인 중 하나인 알마비바의 숨은 이야기
칠레를 대표하는 와인 중 하나로 알려진 알마비바 (Alma Viva)란 ‘생동하는 영혼’이라는 의미로, 1998년 프랑스의 바롱 필립 드 로칠드 Baron Philippe de Rothschild와 칠레 콘차 이 토로 Concha Y Toro와의 합작으로 탄생했다. ‘Almaviva’라는 와인 이름은 로칠드의 필리핀 남작 부인이 지은 것으로 18세기에 활동했던 프랑스 작가 ‘피에르 보마르셰’의 희곡 작품이었지만 이후 모차르트가 오페라로 만들어 대성공을 거둔 <피가로의 결혼>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세빌리아의 호탕한 귀족 알마비바 백작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라 다분히 프랑스적인 작명이라 할 수 있다.
모차르트가 1786년 발표한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은 중세 봉건시대의 악습인 영주들의 초야권(영지 내 하녀들에게 첫날밤을 요구할 권리)을 소재로 하고 있는데, 프랑스 앙시앙 레짐 (Ancien Regime: 구체제)에 대항하는 민중 의식이 싹트기 시작했던 시기에 일반 시민들이 구체제의 악습에 저항하는 시대상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이 공연된 지 3년 뒤인 1789년에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났으니 어떻게 보면 혁명의 도화선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나폴레옹도 “프랑스혁명은 보마르셰의 연극으로부터 이미 시작되었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작품에 등장하는 세빌리아의 이발사인 피가로는 알마비바 백작의 측근이었는데, 백작이 자신의 애인 수잔나에게 초야권을 행사하여 첫날밤을 차지하려 한다는 엉큼한 속셈을 간파하고 주변의 도움을 받아 기지를 발휘한다. 수잔나와 백작부인은 교묘한 속임수로 백작을 난처한 상황에 이르게 하고, 결국 부인에게 그의 음흉함이 탄로 나 사과하게 되면서 마침내 피가로와 수잔나가 결혼하게 된다는 줄거리로 구성되었다.
일전에 큰 감동을 주었던 <쇼생크 탈출>이라는 영화에서 주인공 앤디가 간수들이 못 들어오게 문을 걸어 잠근 채 확성기로 운동장에 모인 죄수들에게 들려줬던 감동적인 아리아가 바로 피가로의 결혼 제3막에 나오는 이중창 ‘산들바람 부는 저녁에(Che Soave Zeffiretto…)’이다. 죄수들이 운동장에서 넋을 잃고 아리아를 들으며 한 마리 새가 되어 자유를 찾아 날아가는 듯한 꿈에 빠지게 만든 몽환적인 아리아 이중창이 아직도 귀에 맴도는 듯하다.
알마비바 와인의 흰색 라벨 위에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한 생동감 있는 필체는 보마르셰의 필체를 그대로 옮겨온 것이다. 라벨에 보이는 북 같은 악기는 칠레의 원주민 마푸체 족의 제사 때 사용하는 물건이라, 칠레와 프랑스의 문화적 상징물이 라벨에 함께 나타나 있어서 와인을 문화적 상징으로 승화시킨 느낌을 준다.
푸엔테 알토에 위치한 비냐 알마비바 Vina Almaviva는 칠레의 건축가 마르틴 후르타도의 설계로 1998년에 건축되었다. 미학적 디자인과 기능성의 조화가 돋보이며, 조경에 사용된 나무는 칠레 토착 수목으로 칠레의 남쪽에서 가져왔으며 토종 수목의 온기를 현대적 스타일의 건물 구조와 결합시켰다. 지붕의 둥근 곡선구조는 인근의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안데스 산맥의 모양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 내부 장식과 와이너리의 외양은 칠레 원주민들의 문화적 상징물과 공예품을 사용했기에 원주민들의 영감이 와이너리를 감싸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하지만 내부의 최첨단 양조 설비와 잘 정비된 와인 저장고는 초현대식이라 전통과 기술의 완벽한 조화를 보는 듯하다.
알마비바 와인은 보르도 리브-엑스의 세계 와인 분류에서 칠레산 와인 1위를 차지했으며, 세계 2위의 성장률을 기록한 바 있다. 특히 2015년 산은 제임스 서클링 100점 평가를 받았다. 내가 맛본 2018 빈은 제임스 서클링 98점을, 그리고 로버트 파커 96점을 받았다. 2018 빈은 아직 영한 편으로, 까베르네 소비뇽 72%, 까르메네르 19%, 까베르네 프랑 6%, 그리고 쁘띠 베르도가 3% 블랜딩 되었다. 가장자리에 퍼플 빛이 감도는 짙은 루비색상을 보인 와인은 블랙 체리, 말린 프룬, 라벤더, 무화과, 피망, 타르, 에스프레소 같은 복합적인 풍미와 촘촘한 질감, 풍성한 과일향과 산미의 밸런스가 좋았지만 아직 마시기엔 조금 이른 편으로, 강렬한 타닌의 질감이 부드러워지기 위해서는 몇 년의 시간이 더 필요할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