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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 중간 어디쯤 Mar 01. 2021

함께 구운 소시지가 더 맛있어요

3.1절까지 금, 토, 일 연휴다 야호!

연휴 전, 한 끼 정도는 아이들에게 소시지를 주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 마트에 들러 소시지를 샀다.


이것 보세요, 돼지고기가 96프로 들어간 소시지입니다~란 소개에 솔깃!! 1+1에 한 번 더 솔깃!! 카트에 담았다.


드디어 대망의 소시지 굽는 3.1절 점심

프라이팬을 중불에 올려놓고서는

가위로 싹둑싹둑 잘라 굽기 시작했다.


윽, 윽, 그런데 탔다..

뒤집느라 자르느라 혼자 정신도 없었다..


어머님께서 계란 묻혀서 굽지~ 그러시길래

귀찮아서요..라고 대답했다. 계란을 하나하나 묻히는 게 너무 귀찮을 것 같았다.


급기야 타는 걸 보시더니

내가 쉽게 하는 거 가르쳐 줄까? 하신다.

네!!!!


먼저 소시지를 자른다

계란물을 푼다

다 같이 섞어 프라이팬에 올린 뒤

한! 번! 에 '함께'뒤집는다!!!

짜잔~

하나하나 잘라 굽는 것보다 훨씬 쉬웠다.

한 번에 뒤집으니 손도 덜 가고 계란 덕에 덜 짜고 더 맛있었다. 하나도 안 귀찮고 더 간편한 '계란 소시지'를 보면서 생각했다.


이제 이 요리를 할 때마다 오늘의 깨달음이 생각날 것 같다.


여태 나 혼자 잘하는 게 중요하던 나였다.

하지만 요즘은 함께의 힘을 절실히 느낀다. 일도, 글 쓰는 것도, 육아도..! 그리고 요리도!!

혼자보다 함께하니 더 쉽고 더 재밌다.

아니지, 함께라서 불가능할 것 같은 것들이 '가능'해짐을 느낀다.


계란과 함께 맛있게 구워진 소시들은 아이들 주고

난 타버린 소시지의 탄부분을 잘라내서 먹으면서 생각했다.


요리를 잘 못해서

엄마의 레시피라 할만한 게 없는데

어머님께 방금 전수받은 이 레시피는

나중에 우리 아이들에게 꼭 전수해 주고 싶다.


혹시 살다가 외로울 때, 너무 배고플 때, 경쟁에 지쳐 힘들 때

더 중요한 '함께'를 떠올려 보라고. 너희는 그 무엇보다 소중하니 소시지는 그중에서는 밀가루 덜 섞인 좋은 걸로 꼭 사란 당부도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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