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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 중간 어디쯤 Jan 09. 2022

다트디 눈

둘째 어록 2

형이 숙제로 눈을 그리고 있었다.

남쪽나라 부산에는 눈이 잘 오지 않아

우리 아이들은 아주 잠시 흩날리는 눈 빼고는 눈을 제대로 본 적이 없다.


자연 관찰 책에서 본 눈송이일까?

첫째가 눈을 여러 형태로 그리고 있는데

둘째가 옆에 딱 붙어 엎드린다.


둘째: 형, 그거 다트디눈이야?


첫째: 뭐?


둘째: 다트디눈~


첫째: 이건 눈이야


둘째: 다트디눈이냐고..?


첫째: 그런 거 아니야!!!(반쯤 소리 질렀다)


그냥 두면 싸우겠다 싶어 내가 개입했다.

사실, 둘째가 무슨 말하는지 나도 잘 모르겠어서 궁금하던 찰나였다.


둘째야, 무슨 눈?


다. 트. 디  눈!!!


엄마가 잘 몰라서 그런데 다트디가 뭔지 엄마한테 설명해 줄 수 있어?


내가 좋아하는 글자야. 이것만 읽을 수 있어~


천진하게 말하는 둘째의 말에 미소가 나왔다.


최근 들어 관심 가지게 된 한글. 몇몇 글자들 중에서

다, 트, 디를 읽을 줄 알게 되었던 것이다.

정확하게 다, 트, 디  읽을 수 있는 상태.


많은 글자 중 둘째에게는 꽃이 된 글자

다. 트. 디


아~~ 좋고 예뻐서 다트디 라고 한 거구나~~?

둘째가 고개를 끄덕인다.


통역했다.

첫째야, 둘째가 말한 다트디 눈은

진짜 좋은 눈, 예쁜 눈이라는 의미래.


오해가 풀렸다. 휴.


어제는 블록으로 만든 눈과 펭귄을 가지고 놀던데

저것도 얼핏 들으니 '다트디눈'이란다^^


아이의 생각과 말은 자세히 알고 나면 참 이쁘다.

그 말을 알게 된 덕에 나의 세상도 몇일 전과 다르게 조금 더 '다트디다트디' 해 진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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