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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노자 정리 Mar 18. 2023

외노자 정리의 명품 생일상

외노자 정리


#외노자정리 #명품 #선물 #생일상




네이버에서 외노자 정리를 검색하면 희안한 것들이 어마어마하게 뜬다:








네이버





나의 글이 네번째 인가.


더 분발하자.











38년전, 3월 18일


오늘은 외노자 정리가 태어난 날이다.




아마 일요일이었던 것 같은데 잘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아쉽다.



아무튼 일요일에서 월요일을 넘어가는 자정이었던 것 같다. 큰아버지 쪽에서 '장손'을 낳지 못하고 연달아 여자 아이를 둘이나 낳은 그 시점에 딱 내가 태어났다. 할아버지는 내가 태어나서 기뻤는지 모르겠지만 할머니는 너무너무 기뻐했다고 한다. 그리고 어무이는 큰집에서 눈치를 엄청 받았다고 했다.



물론 그 뒤로 큰 집에서도 '장손'이 태어나서 이 문제는 해결이 되었을까? 모르겠다. 어찌되었던 우리 집은 아들둘 부자 집안이다.







2023년 3월 18일.


여느 때와 다름 없는 토요일이다.



아내는 영국에서 한국 학교에 소속되어 열심히 아이들을 가르친다. 나도 한국 학교에 소속되어 아이들을 열심히 가르쳤으나 솔직히 말해서 열정은 전혀 없었다. 왜 그 학교에서 꼭 있는 성격의 선생님.



할건 하되,


놀면서 하자.



나 때만 해도 COVID-19 록다운 기간이라 Zoom을 사용해 아이들을 가르쳐야 했는데 나의 커리큘럼은 일단 교과서를 펼쳐 놓고 아이들과 1시간을 열심히 공부한 뒤, 나머지 시간은 한국 만화를 보여주면서 아이들에게 즐거움과 배움의 두마리 토끼를 잡고자 했다.



Killing two birds at one stone



아이들은 즐거워 했고


나도 즐거워 했다.




그리고 나는 진정한 외노자 정리가 되어 일이 너무 바빠져서 한국학교를 그만두게 된다.


교장 선생님께서 말리셨으나, 딱 잘라서 정리했다.



'건설 현장 성격상 업무의 강도가 세고, 주말 근무등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한국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이런 식으로 썼던 것 같은데, 실제 메일을 찾아보니 더욱 정중하게 잘 썼다. 역시 나는 말보다는 글이다:














우리 아이들도 한국 학교를 다녔었다. 3년 정도? 꽤 열심히 다녔기 때문에 내 생일에도 우리 작은 아들은 아래와 같이 나에게 한국어로 편지를 써 주었다.















눈물이 날뻔했다.



'채밋꼬 저읜 아빠야.


사랑하는 아빠


아빠 츠ㅐㄱ꼬'




글은 저렇게 쓰지만 사실 한국어로 의사소통하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다. 약간 한자어가 섞인 말들 (특히 성경에 나오는 '전지 전능' '영광' '구주' '경배'등)에 대해서는 힘들어하지만 나는 아이가 써 놓은 편지를 보고 머리를 거치지 않아도 바로 가슴이 반응하게 되니, 나는 참 행복하다.






2023년 3월 18일,


그 어느때보다 다른 아침 밥상이다.







국이 부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그릇인가 다 비운 그릇인가






미역국 한그릇을 뚝딱해치웠다.


큰손 아내는 미역국을 곰탕 그릇에다가 잘 끓여 놓고 한국학교로 출근했다.







잘 먹었습니다. 

아내님.







주중에는 영국학교로, 토요일에는 한국학교로,


나는 아내같은 사람이 진짜 선생님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심이다.



아이들에 대한 사랑, 직업에 대한 자긍심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









생일상을 받으면서 행복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잠깐 고민해보았다.



누군가는 가진 돈이 너무 많아서 명품을 사는 것이 행복이라고 했다.


나는 이것을 전혀 부러워하거나 혹은 질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의 소득의 크기보다 그의 소득의 크기 (혹은 쌓아 놓은 자산의 크기)가 10배 100배가 1000배가 되기 때문에, 사실 그/그녀가 명품을 사는 행위는 나에게 있어서 작은 초콜렛 박스를 사는 것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10 초콜렛 박스가 내게 주는 행복의 크기와 £10000 명품 핸드백이 그/그녀에게 주는 행복의 크기도 비슷하지 않을까?




자산이 1억인 사람과 10억인 사람, 그리고 1000억인 사람의 소비를 비판할 필요는 없다.


생일이면 생일상과 함께 작은 꽃다발, 케이크 그리고 선물을 받는 것과 같이, 그들도 '때에 따라' 그 정도의 선물을 받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지금 이 생일 상을 받아 너무나 행복하다.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릴 필요도 없이, 너무나 행복하다.








내가 올해 아내와 아이들에게 나지막히 이야기한 선물은 아래의 것이었다:








Google





그러나 결과적으로 복싱을 배울 수 있는 Gym의 이용권 (3개월)을 끊어주었다.


나는 무언가를 배우는 것을 좋아하지만 헬스장에서 혼자 쇠질을 하는 것을 무척이나 못견뎌 한다. 집에서 푸쉬업을 60개씩 2세트, 플랭크 2분씩 3세트, 스쿼트 50개씩 4세트를 하면 충분히 비슷한 효과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마음을 바꾼 것은 아내와 아이들의 행동주의적 선물방식이었다.


집 근처에 위치한 헬스장에 온 가족이 견학을 가게된다. 재택근무를 열심히 한 어느 날, 아내는 아이들과 함께 집 근처 Gym에 한번 가보자고 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거기에는 엄청난 시설들이 있었고, 이용료는 한달에 £23 파운드 수준이었다. (한화 약 4만5천원) 거기에다가 언제든지 취소할 수 있고, 24/7 - 24 hours / 7 days가 가능하다고 했다.



거기에서 일하는 Zake가 우리를 헬스장 시설들을 쭉 보여주면서 안내했다.


나는 Zake에게 말했다.





Hey mate,


I really don't like this kind of muscle things but would like to learn something - like boxing.





Zake는 해맑게 웃으면서 자기가 여기 복싱 코치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멘트를 던진다.





'Hey man, who should meet has met today'



뭐 약간 만날 사람들이 만났구나 뭐 이런 말인가?


도와줘 구글 번역:









Google Translate



맞는 것 같다.







그러나 집에 돌아와서도 나는 확신이 없었다.


그런데 작은 아들이 한마디 던졌다.









'복싱 머신을 사도 어떻게 치는지 모르잖아 아빠?'











아마 꽃이 피는 4월이 오면 등록하지 않을까?


어쨋든 3개월 이용권을 아내가 주기로 하였으니 나는 꽤 가까운 시일에 등록할 것 같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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