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세에서 살아남기 (5.5).
(커버페이지의 그림은 이곳에서 캡쳐한 것입니다. 게임이론-죄수의 딜레마 관련해서 재미있고 쉽게 풀이했으니 관심있으시면 꼭 보세요.)
혹시 나와 같은 생각을 한 사람들이 있나 싶어, 구글에서 Economics of Panic-buying이라고 쳐 보았다.
역시 나와 같은 생각을 한 사람들이 많았고, 그중에서 사재기를 수요-공급의 법칙이 아닌, 죄수의 딜레마를 이용해 풀어놓은 글이 있어 소개하려 한다. [1]
영국의 MORI POLL이라는 컨설팅 회사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사재기에 대해 61% 이상의 사람들이 (COVID-19 사태를 감안하더라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고, 19%의 사람들이 쌀과 파스타류에 대해서는 수용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14%의 사람들이 (놀랍게도) 화장지를 사재기하는 것 또한 수용 가능하다고 응답했다.
사재기는 완전히 비이성적일 수는 없다고 본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물품을 살 수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 그 자체는 사실 비어있는 선반을 보면 맞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물건이 곧 동이 날 것이므로, 지금 아니면 이 물건 (화장지, 파스타, 쌀 등)을 살 수 없다. 그러므로 지금 이 물건들을 최대한 사야 한다'라는 생각이 결국은 단기적으로 옳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죄수의 딜레마라는 고전이다. 두 명의 소매치기가 심각한 범죄 (강도 사건) 에 연루된 것으로 추정되어 각각 다른 방에서 심문을 받는다. 각 범죄자에게 선택지를 주는 것이다. (자백외에는 강도사건의 범인을 잡을 방법이 없다는 가정이 필요.)
이들에게 주어진 첫 번째 선택지는 침묵이다. 묵비권을 행사하면 용의자 모두에게 (소매치기에 대한 벌) 징역 1년만 주어진다.
두 번째는 자백이다. 두명 모두가 상대방이 범행을 저질렀다는 증언을 하게 되면 각각에게 징역 2년이 주어진다. (용의자 A: 사실은 B가 강도입니다. 저는 이제 깨끗하게 살기로 했습니다. 용의자 B: 진짜 A가 범인입니다. 저는 이번에는 결백합니다.)
마지막은 사실 선택지라기보다는 이런 상황이 있을 수 있다 정도인데 굳이 이 마지막 선택지를 용의자들에게 알려준다.
"만약 네가 조용히 있는데, 쟤가 너를 강도로 증언하게되면 증언한 애는 업무협조의 상으로 풀어주고, 너만 징역 5년을 살 거야."
가장 좋은 선택은 두 용의자 모두 묵비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지갑은 털었지만 강도질은 하지 않았다고 잡아떼는 것이 win-win이며, 용의자 모두의 징역의 합이 2년밖에 되지 않는다. 반면, 둘 다 상대방을 범인이라고 주장할 때에는 각 2년씩, 징역의 합이 총 4년이다. 반면, 한 명만 증언을 하게 되면 징역의 합이 5년이 된다. 제삼자의 입장에서 살펴보면 당연히 묵비권을 행사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당신이 용의자라고 생각해 보자. 바로 옆에 앉아있는 게 아니라 서로 상의할 수 없는 시간적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마음 깊숙한 곳에서 상대방에 대한 의심이 싹튼다. 상대방이 당신의 죄를 증언하고 방면을 받게 되어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자기를 보며 웃고 있는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그러므로 묵비권을 행사하면 징역 1년만 살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불신의 결과로 두 용의자 모두 상대방을 범인으로 증언한다. 머릿속에는 짧게 하기의 계산과정이 지나간다.
1) 상대방을 신뢰할 경우: 내가 배신을 하면 무죄, 내가 신뢰를 지킬 경우 징역 1년;
2) 상대방을 불신할 경우: 내가 배신을 하면 2년, 내가 신뢰를 지킬 경우 징역 5년;
3) 결론: 아! 어떤 상황에서도 내가 배신을 하는 경우가 무죄, 아니면 최고 징역 2년이구나! 배신해야겠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두 용의자 모두 상대방이 범인이라 증언하므로 각 2년씩, 총 징역 4년을 살게 되는 것이다.
사재기도 이와 유사하다. 모두가 사재기를 하지 않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모두 사재기를 하는 상황이 (뉴스나 SNS에서) 보도되고 있다면, 당신도 그 행위에 열렬히 동참하게 될 것이다.
둘째, 사재기가 단기간에 발생하는 현상이라 할지라도, 어떤 가정은 필수품을 구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사재기는 4인이나 5인 가족의 경우 2-3주 혹은 그 이상의 자가격리 (가족 구성원 중 한 명이 COVID-19 증상에 해당되면 7일간 자가격리, 가족 구성원이 4인, 5인이 되면 최대 5-6주는 자가격리를) 하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그들이 집에서 자가 격리하는 동안에는 밖으로 나갈 수가 없으니 당연히 최대한 많은 품목을 두루두루 사야 한다. 평소보다 많은 파스타와 쌀을 사는 것도 결국은 정부의 지침에 의거한 타당한 행동일 수 있다. 이러한 (죄수의 딜레마를 포함한) 문제들의 해결 방법 중 하나는 필요한 정보 (용의자 A와 B가 5분 정도 상의할 시간을 준다던지, 화장지, 쌀 그리고 파스타류의 공급이 3일 안에 2배 이상 공급될 것이라던지)등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보의 제공도 사재기의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내 눈앞에 비어있는 선반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긍정적인 것은 바로 이미 사재기에 동참한 사람들로 인해서 물품 부족 현상은 단기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하루에 똥을 싸 봐야 얼마나 더 싸겠는가?
또한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소매점들의 근무시간 제한을 일시적으로 해제하여 더 일찍, 그리고 더 늦게 상점을 열 수 있게 하고, 경쟁자들끼리 서로 협력하여 물품의 공급을 최우선 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많은 슈퍼마켓들이 사람들을 일시적으로 더 많이 고용하고, 다양한 상품들을 공급하는 대신에 필수 품목의 수량을 더 많이 늘리고 있다.
마지막으로 가격에 대해서 논하지 않는다면 이상할 것이다. 내 생각에 가장 핵심 질문은 바로 가격의 증가가 이러한 사재기를 막을 적절한 방책이 될 수 있는가이다.
아주 극도한 상황에, 일부의 사람들은 화장지나 손세정제를 대규모로 매입해서 비싼 가격에 팔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은 (나는 물론 반대하지만) 순수한 수익추구, 혹은 price-gouging (극심한 수요를 이용해 동일한 품목에 대한 가격을 올리는) 일 뿐이다.
그러나 특정 상품의 가격 상승으로 인해 수요가 가장 많은 곳으로 생산에 우선순위를 두거나, 공급을 빠르게 늘리는 데 따른 추가 비용을 가격에 반영함으로써 물품을 더 많이 공급할 수 있다면 상기와는 다른 이야기가 될 수 있다.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면, 10 % 의 가격 인상이 필수 상품의 충분한 공급을 보장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고 또한, 빈곤층이 어떤 형태의 보조금으로 (가격 증가 분을) 지원받을 수 있다면 이것이 광범위한 부족의 현상보다 바람직하지 않은가?
빈 선반 문제를 처리하기 위한 최선의 희망은 가격 상승이나 더 나은 정보 제공이 아니라 단순히 시간의 흐름 일 수 있다. [2] 실제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 잡기 시작했다는 환영의 신호가 이미 있다. 내 지역 슈퍼마켓이 이제 다시 화장지를 판매하고 있다.
뛰자 (Must dash...).
[1]
원문은 이곳 참조. 죄수의 딜레마를 너무나도 간단하게 표현해버려서 이를 조금 더 신경써서 해설하고자 힘을 썼습니다. 경제학자들의 생각하는 방식은 가끔 너무나도 단순한데, 복잡한 세상을 그나마 단순하게 표현하는 학문이 경제학이 아닌가 싶습니다.
[2]
사재기의 경제학에서도 이와 같이 밝힌 바 있다. 결국은 시간의 문제. 동일한 의견 (결론)을 접할 수 있어서 기분이 매우 좋은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