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세에서 살아남기 (6).
(표지 출처: https://www.genie.co.kr/detail/songInfo?xgnm=87834420)
영국에 입국한 지 어언 3년 차가 되었다. 2018년 9월 4일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학교에서 발급받은 비자 관련 서류와 입국 심사에 필요한 vignette stamp가 찍힌 여권 4개를 들고 우리는 입국 심사대 앞에 줄을 섰다. 줄이 매우 길었지만 'EU/Britain'은 한가했다. 그리고, 우리 가족도 10분 만에 입국심사를 완료했다. 학생들도 fast track을 이용할 수 있게 입국심사팀이 고려한 덕이었다.
보통은 9월 학기 시작 전인 7월이나 8월 경에, 혹은 파운데이션 코스를 듣거나 pre-master 코스를 수강하기 위해 빠르면 1년 일찍 온다고 하는 유학생들도 있던데, 그것은 늦깎이 유학생인 나와, 내 가족에게는 사치였다. 그런 사치를 부릴 수는 없었던 우리 가족에게 긴 비행시간에 지친 아이들과 아내에게 약간의 깜짝 선물은 되었을까?
당당하게 어깨를 피고, fast track으로 입장하는 나의 머릿속에는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동료들이 간혹 에코노미 클래스에서 overbooking으로 인해 비즈니스 좌석으로 변경되어 자랑질했던 것이 생각났다.
그들보다 출장을 세네 배는 많이 갔던 나에게는 그런 행운은 없었다. 아부다비에 있는 3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ETIHAD mile이 출장으로만 silver (한국으로 치면 모닝캄) 등급이 될 정도로 - 짧으면 무박 3일 (가는 비행기에서 자고, 내려서 일 보고 오는 비행기에서 자고), 길게는 9박 12일 (아부다비 - 프랑스 - 이태리 밀라노 - 이태리 라벤나 - 프랑스 - 시카고 - 텍사스 - 아부다비)의 긴 여정을 - 출장 일정들을 비행기를 호텔 삼아 소화했었지만 항공사는 나의 노고를 전혀 치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영국에 입국한 그날을 잊을 수가 없다. 난생처음 영국이라는 나라에 입국을 하는데, 부족한 나 하나만 믿고 우리를 인도하는 길이라 믿으며 따라나선 가족들, 특히 아부다비에서 지내다 한국에 오니 한국 학교에 한 학기만 다녔지만 친구들과 부쩍 정이 들어 '아빠, 꼭 영국을 가야 해? 가기 싫어.'라고 했던 첫째 아이의 반쯤 울 것 같은 그 얼굴이 아직도 내 마음속에는 잊지 못할 풍경으로 남았다.
그런 영국 생활이 벌써 햇수로 3년 차에 접어든다. 이제 아이들은 한국을 돌아가기 싫어한다. 난감하다. 결국 이 난세 속에서 또다시 나 (그리고 우리)는 살아남아야 하는 것이다. 둘째 아이는 2014년도에 한국에서 태어났는데 한국에서는 15개월밖에 보내지 않았다. Global citizenship의 자격이 충분하다.
반면 이 난세 속에서도, 당신이 영국에서 살 수 있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다. 영국의 정책적 거주 비용은 얼마나 될까? (말 그대로, 거주를 하기 위해 지불해야만 하는 합법적 must-pay-it 비용 말이다.)
결과적으로, 하루 4만 원 이상 영국에 지불하면 영국에 살 수 있다: '살으리 살으리랏다, 영국에 살어리랏다'.
하기에 그 다섯 가지 방법에 대해서 간략하게 적어본다.
첫째, 학생 비자 Tier-4 Student Visa.
거주를 하기 위한 가장 적당한 방법은 학생이 되는 것이다. 학사 undergraduate course에 입학하면 학업 중에 3년 그리고 졸업 후 2년 거주가 가능하다. 보통 1년에 만 파운드 (한화 천오백만 원) 정도의 학비가 만만치는 않지만 한국에서도 1년에 700-800만 원은 하지 않나? 영국에 정 목표가 있어 공부를 하고 싶다면 괜찮은 방법이다. 석사의 경우 1년 코스가 2만 파운드 (한화 삼천만 원)에 달하니 역시 공부는 어릴 때 해야 한다는 논리가 경제적으로도 맞다. 학생 비자의 경우 목적이 이끄는 삶: my case의 글들을 살펴보길 바란다.
학생비자의 가격은 학사의 경우 1년 학비 1500만 원 나누기 365일= 4만 1095원,
석사의 경우 1년 학비 3000만 원 나누기 365일= 8만 2191원,
상기는 학비를 365일로 나눴는데, 비자 비용이라던지, NHS 비용 등은 제외하였음.
그 외, 자녀들을 사립학교에 보내고 그들의 가디언 (보호자)가 되는 방법이 있는데 이 경우 아이들을 사립학교에 보내는 비용인 (연간 1만 에서 1만 5천 파운드) 가량이 드므로, 결과적으로 학사 비자의 경우와 비슷하다.
둘째, 취업 비자 Tier -2 Work permit.
취업기간 동안 VISA Sponsorship을 받으며 영국에서 합법적으로 세금을 월급에서 일정량 (0 - 45%)을 제하고 살면서 거주를 하면 된다. 연간 taxable income이 12500 파운드 (약 연봉 2000만 원 내)에 해당하면 영국에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고 살 수 있지만, 그 외 연봉 5만 파운드 (7500만 원) 이내는 20%, 그 이상은 40%, 연봉 2억 이상이면 45%에 해당하는 세금을 지불해야 한다.
취업비자의 가격은 (연봉 2000만 원 이내) 0원, 연봉 5만 파운드 이내면 하루 3만 5663원,
5만 파운드 이상이면 하루 4만 8320원,
상기는 Income tax와 National insurance의 합을 1년으로 나눈 것.
아무래도 학생일 때보다는 영국 정부에 바치는 돈이 적긴 하다.
셋째, 워킹홀리데이 Tier-5 Youth Mobility scheme VISA
이번에 이 글을 쓰면서 처음 알았다. 워킹홀리데이 혹은 워킹 홀리데이 워홀로 표현되는 저 제도의 해당될 수 있는 나라도 상당히 제한적일 수 있음을, 특히 영국의 경우 대한민국을 제외하고 단 8개의 나라만 이 제도의 혜택을 볼 수 있다. 상당히 자랑스럽다. 호주, 캐나다, 일본과 나란히 자리를 한다. (Taiwan과 Hong Kong이 중국을 대신하는 놀라운 사실도 배운다.)
Australia
Canada
Japan
Monaco
New Zealand
Hong Kong
Republic of Korea
Taiwan
이 제도를 이용하면 상기 두 번째 취업비자와 동일한 세금 구조다. 어찌 되었던 취업을 해서 일을 하는 것이니, 버는 만큼 돈을 내면 된다. 단, 이 비자는 나이 (만 18 - 30세)로 제한되며, 아이가 있어도 안된다. 그리고 이 비자를 이미 한번 써서 영국에 왔다면 다시 지원할 수 없다.
넷째, 투자 이민 Tier-1 Investor VISA.
당신의 자산이 50억 이상된다면, 그냥 영국에 투자를 하면 된다. 200만 파운드 (한화 30억)에 해당하는 돈을 영국의 금융 당국의 규제를 받는 은행, 투자 신탁 회사, 보험 회사 등에 맡기면 되는데, 200만 파운드의 구성은 당신이 하기 나름이다.
즉 합법적인 현금성 투자 금 200만 파운드가 영국 계좌에 등록되어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만 하면 된다. 자세히 공부해서 이곳에 적으려고 했으나, 이 부분에 해당하는 분은 극히 적을 것이라 판단하여 여기까지. Guidance는 78page 밖에 되지 않으니 관심 있으신 분은 이곳에서 확인하시면 된다.
이 경우 영국에 200만 파운드를 내야 하나, 내는 즉시 영주권과, 이후 시민권 신청이 가능하므로, 100세 시대라고 보고, 50세에 신청한다고 가정하면, 200만 파운드 (한화 30억)을 50년 (X 365일)로 나누면 된다.
깔끔하네. 하루에 16만 4383원. 역시나, 제일 비싼 가격이나 영국의 시민권자가 되기에 가장 빠르고 확실한 길이 아닐지? 물론 필자는 영국 시민이 되는 것이 인생 최대의 목표는 아니다.
다섯째, 메뚜기 거주 Travel-like VISA
도서관에서 자리를 맡지 못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것을 메뚜기 뛴다고 했는데, 사실 기회비용 측면에서는 이 거주 방식을 무시할 수는 없다.
영국과 한국의 비자면제 협정에 따라서, 무사증 거주가 90일에서 최대 6개월 가능하다. 몇 가지 서류가 필요하기는 한데, 최소 6개월치의 생활비를 증명하는 재정 증명서 그리고 귀국 항공권 등은 필수다. 그러나, 이 거주의 정책적 비용은 0원이다. 영국에 반드시 바쳐야 하는 돈은 없다.
최대 거주 기간인 6개월이 끝나기 전에 반드시 나가야 하므로, 영국 외 다른 곳에서 또 90일을 보내고 다시 영국에 온다면 문제는 없을 것 같다. (이 부분은 주영 대한민국 대사관에 문의 후 업데이트하겠음.)
그 외에, 영국 시민권자와의 결혼, 영국에 정착한 이민 부모의 2세로 함께 고난을 헤쳐나가는 것, 또는 영연방 국가 commonwealth countries의 일원이 되는 것이 있다.
혹은 Tier-1 Exceptional Talent VISA도 흥미로운데, 주변 성악가 한분이 이 비자를 이용해 장장 5년의 비자를 받아 현재 영국에 거주 중으로 있다. (5년 비자라는 말은, 결국 영국 정부에서 영주권까지 내어줄 생각이 있다는 이야기, 즉 5년짜리를 한 번에 받기란 절대 쉬운 것은 아니다.)
Tier-1 Exceptional Talent VISA는 말 그대로 정말 천부적이거나 혹은 필사적인 노력에 상응하는 재능이 있어야 하며, 이 재능이 공인된 무대 혹은 (학술) 기관에서 인정을 받아야지만 최종적으로 가질 수 있는 비자라 할 수 있겠다.
나는 영국에 온 목적이 있다. 목적이 이끄는 대로 여기까지 왔고, 앞으로의 길도 나의 목적이 나를 인도하는 대로 살 것이다. 나의 목표가 살으리 살으리랏다, 영국에 살어리랏다가 아니지만, 나의 삶은 나의 것이 아니다.
그만큼 나는 영국이든, 아니든, 주어진 목적 아래에서 가족이 최대한의 행복을 느끼게 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그래서 오늘도 이쁜 나의 두 손을 모으며, 무릎 끓고 머리를 숙인다.
내 삶은 내 것이 아니기에,
난세에서 살아남기 7편, 대동강 김선달과 탬스강 스티브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