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의 콕

난세의 처세학: 대동강 김선달과 탬즈강 스티브

난세에서 살아남기 (7).

by 외노자 정리

난세에서 살아남기 7편, 대동강 김선달과 탬스강 스티브.



대동강 하면 나는 봉이 김선달이 떠오른다.

어린 시절에도 봉이 김선달 이야기가 너무나도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봉이 김선달은 희대의 사기꾼이었으나 밉지 않은 캐릭터였다. 흔히 탐관오리들로 요약되는 이들이 이러한 캐릭터들 (전우치, 홍길동, 임꺽정)등에 의해 혼쭐이 난다. 그러나 그 혼쭐의 방식에 의해 김선달과 전우치, 홍길동, 임꺽정 등이 나뉜다.

혼쭐의 중심에 무엇이 있느냐? 혼쭐을 무엇을 이용하느냐? 무력인가, 도술인가, 아니면 백정의 설움 혹은 분노인가?


그렇다.

봉이 김선달은 세치 혀를 이용해 혼쭐을 낸다. 이 혀의 매력을 소설의 원작자는 잘 표현했다. 봉이 김선달은 물론 실존 인물은 아니다. 실존 인물에서 모티브를 따왔다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봉이 김선달은 소설 속 인물이다. 그러나 시대적 분위기를 잘 반영했다. 봉이 김선달이 소설로 나온 시점은 1906년 황성신문에 연재된 네 번째 이야기, 김삿갓의 본명인 김인홍의 이야기로 소개된다. 1900년도가 어떤 시대였나? 국내외 굵직굵직한 역사적 사건들은 하기와 같다.

2월 1일, 일본제국 통감부 설치

4월 18일, 미국 캘리포니아 진도 8.3 대지진

4월 22일, 아테네 올림픽

10월 3일, SOS가 구난 신호가 됨.

세계적으로 다사다난했던 이 시점은 대한제국 고종 43년이었다. 대한민국이 아직 제국, 조선의 틀을 갖춘 나라였고 그 나라의 중심에는 왕이 그리고 그 밑으로 백성들이 있었던 시대였다. 그리고 4년 뒤, 1910년 치욕적인 한일 병합 (경술국치)가 시작된다. 그 시점의 조선이라는 나라는 드라이빙을 걸 수단도 없고, 의지도 없던 그런 유교적 최종장 the last chapter에 봉이 김선달이라는 인물은 실로 백성들에게 통쾌한 존재였으리라.


봉이 김선달과 연관된 다양한 이벤트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대동강 물을 파는 사건은 기가 막힌다. 각본부터 주연까지 김선달의 머리에서 나와 연출까지 멋지게 마무리한다.

대동강 주변에 상인들과 협의하여 김선달이 대동강 곁에 앉아있으면 물을 떠가면서 김선달에게 (미리 받은) 돈을 한두 푼씩 낸다. 이러한 모습을 서울에서 올라온 상인이 보고 혹해서 김선달에게 대동강을 어마어마한 돈 (삼천 냥을 주고) 산다. 1냥은 10 전이고 10전은 100푼이다. 흔히 '어림 반푼 어치도 없지'는 진짜 0.5푼 (반푼) 어치도 없다는 이야기니까 택도 안된다는 이야기고, 한 푼 줍시오 할 때의 그 한 푼도 여기서 나온다.

그러므로 삼천 냥이라는 것은 약 30만 푼 혹은 30만 냥으로 변환될 수 있는데, 조선 시대 쌀 1 가마가 5푼 (5냥)이었으므로 김선달이 받은 삼천 냥이라는 돈은 결국 쌀 6만 가마인 것이다. (영국에서 쌀 1 가마 - 80kg 살려면 50 파운드는 족히 줘야 하는데, 6만 가마면 파운드화로 약 300만 파운드, 한화 45억 원)

대동강의 주인은 상식적으로 국가의 수자원일 텐데, 이 상인은 김선달의 짜인 각본 안에서 등기부 등본도 확인하지 않고 완전히 속아 넘어간다. 이후 이 상인이 대동강 앞에 앉아서 지역 주민들이 대동강에서 물을 떠가려 할 때 물값을 걷으려 하자 몰매를 맞고 쫓겨난 것은 잘 아는 이야기다. 즉, 대동강으로 물값을 받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탬스강에는 스티브가 있다.

영국에는 이런 물장사로 돈을 제대로 벌어먹는 회사가 있다. 바로 Thames water 탬스 워터라는 회사다. 이 회사의 현재 COO가 바로 Steve Spencer 씨다. 대동강을 운영하듯 탬스 강이라는 회사를 운영하는 아저씨란 말씀. (여기는 진짜 Thames River를 원천으로 하여 각 집으로 물을 보냅니다.) 대동강을 통해 상인들에게 물값을 받는 비지니스 모델 business model이 실제로 여기 적용된다. 한국에서 김선달 사건이 있었던 1906년보다 2년 전에, 영국에는 물을 파는 상인이 나타난 것이다. [1]

출처: Thames water

내가 처음 우리 집을 계약할 때 몇 가지를 집주인과 확인했었다. [2] 아무래도 이전 세입자가 쓰던 회사를 계속 쓰는 것이 안전빵이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인터넷, 전기, 가스, 그리고 물값 등이 대표적 고정적 utility 비용이다. 이 중에서 가장 어이가 없는 것이 바로 물값인데:

인터넷 - 무제한 이용, 35 GBP/month;

전기 - 쓰는 만큼, 평균 33 GBP/month;

가스 - 쓰는 만큼, 평균 44 GBP/month;

물값 - 매년 400 GBP (월 33 GBP/month).


보시다시피, 물값은 내가 적게 쓰든 많이 쓰든 평소와 동일하게 쓰든, 연간 내는 비용이 400파운드선으로 일정하다. 조금 어이없었지만, 2018/2019년이 너무나도 바빴기에 손대지 못하고 계속 썼다. 그리고 2019/2020년 물값이 약 2% 오른 408 GBP로 찍혀 우편으로 날아왔다. 내가 많이 내는 편인지, 적게 내는 편인지 알 수가 있나? 구글을 이용해 알아봤더니 다양한 의견들이 많던데 결국 가족 구성원 수와 how many bed rooms do you have로 귀결된다.

성인 2, 아이 2(=어른 1)로 계산했을 때: 매년 576 GBP

Bed room 수로 계산했을 때: 매년 350 GBP

결과적으로, 350과 576의 중간값인 463 GBP 정도, 즉 최소 350 - 중간 463 - 최대 576을 낸다고 가정할 때, 현재 우리가 내는 408 GBP는 하위 13%에 가깝고, 상위에서 43% 정도 떨어져 있다.


적정하다는 이야기다. 그래도 찜찜해서, 집주인과 이야기를 해 보았는데, 결과적으로 우리가 많이 내는 것이 아니라 이 거리 (street)에 사는 사람들이 쓰는 것의 평균치를 내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면서, 계속 'meter-reading'이라는 단서를 단다.

오래된 집들의 flat들은 미터 하나를 공유하니까, 만약 걔네들이 meter reading을 한다면, 네가 너무 많이 내는 거야 라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면 결국 우리가 내는 비용은 '적정하다'라고 한다. (나 같으면 그냥 '야 나 한 달에 40 정도 내는데 너 괜찮네.' 하고 말겠다.) 이게 뭔 말이야? 이해가 안 되는 분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우리 집에는 수도 계량기가 없다. 우리 집뿐만 아니라 영국에 수도계량기가 있는 집이 매우 드물 것이다.

그래서, 미터가 없는 대신에 30-50년 전인 (1967-1990년도)의 년간 집세 Chargeable/rateable value를 기준으로 하고 각 지자체에서 상수/하수도 사용값을 지정, 이것들을 베이스로 계량기가 없는 집에 수도요금을 책정한다. 예를 들면, 1967-1990년 당시 우리 집 집세가 년간 230 GBP정도 했다면 여기에 상수도 사용비 85.82p를 곱하고, 하수도 사용비 59.01을 곱해서 각각 더하면 333 GBP가 된다. 이것이 바로 Thames강 물값 계산의 원리다. 여기에 fixed charge 70-80 GBP를 붙여 최종 소비자 물값을 책정한다.

출처: Thames water

각 지자체마다 정해놓은 수도/하수도 요금은 물론 다르다. 그런데 의문이 든다. 왜 집세를 기준으로 물값을 책정하는지? [3] 아무리 생각해도 마음이 찜찜하고 무언가 대동강 봉이 김선달의 사기행각에 당하는 느낌이다. 지금에서라도 계량기를 달자고 하니 또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쉽지는 않을 것이고, 이 집에 우리만 사는 것도 아니고 윗집에 있는 분들과 또 논의를 해봐야 하는 것이고,

결과적으로 탬스 강 스티브 씨가 하자는 대로 하기로 했다. 2021년에 한 번 봅시다. 비가 많이 내리는 영국이라는 나라에서 비를 한번 받아서 빗물로 살아 볼 테니깐.


1906년 봉이 김선달은 쌀 6만 가마를 한큐에 해 먹었고,

2020년 탬즈 스티브는 집세를 기준으로 물값을 매년 받아먹는다.



난세에서 살아남기 7편 끝, Thames Water에 대한 기업적 면모는 '영국 기업 100서 2편 Thames Water Utilites'에서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난세에서 살아남기 8편으로 이어집니다.






[1]

실제로 Thames water utilities의 전신인 The New River company는 1904년에 8개의 다른 회사들과 함께 공기업 Metorpolitan Water Board로 재탄생된다. (그리고 1989년에 다시 사기업화)



[2]

그런데, 영국에서는 수도 업자를 바꾸고 싶어도 바꿀 수가 없다. 한국도 아마 수자원공사와 연결되어 바꿀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영국은 '공사'까지는 아니고 각 도시마다 정해진 회사가 있고, 도시마다 독점체제. 이를 견제하는 정부기관 소속 컨설턴시가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이 '경쟁체제'로 가게 되면, 하기의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정부에 보고를 낸 바 있다.

뭐 대단한 것은 아니고, 결과적으로 2917 million GBP의 가치 상승이 가능하다는 말인데, 소비자에게는 1년간 8파운드의 혜택이 돌아간다고, 한다.

영국이 영국하고 있네. 중국이 중국 하는 것과 동일한 뉘앙스라는 점을 말해둔다.



[3]

물세뿐만 아니라, 집을 business property로 사용한다고 하면, 결국 상기에서 사용한 rateable value에 지자체에서 정한 business rate를 multiple 하여 세금을 책정한다.

재미있는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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