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세에서 살아남기 (24)
투자자의 시계
난세에서 살아남기에 대해 계속 이야기한다. 격변의 시대 속에서 어떠한 사고와 행동방식-프레임-을 가져야 하며, 프레임의 전환은 얼마나 신속해야 하는지, 그리고 분열과 다툼이 판치는 혼란한 정국 속에서 어떠한 얼굴 (포커페이스)를 지녀야 하는지에 대해 나누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는 가히 난세라 칭할 만하다. 난세라는 시대적 상황 속에서, 투자자 investor들에게 필요한 시계는 무엇인가?
- 엘레강스의 상징,
- 위엄의 콘스탄틴,
- 시계의 대명사 롤렉스?
이 모든 시계를 제치고, 우리가 정말 장착해야 할 시계가 있다. 이 시계는 그 누구도 만들어 줄 수가 없으며, 자기 자신만이 틀을 만들고, 정밀하게 세공하여, 장착해야 하는 그런 시계다. 바로, time horizon이라는 것이다. 투자를 하다 보면, 기업에 대한 분석, 리서치를 진행하게 된다. 그리고 자기만의 스토리를 만들어 간다. 그 스토리는 단기적으로 테마 theme를 노린 투자일 수도 있고, 아니면 중 장기적인 long term cycle 상에서 업황의 높고 낮음을 파악하여 시클리컬의 단차를 노린 투자를 진행할 수도 있다. 그리고, 훌륭한 기업이 위대한 기업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buy and hold의 전략으로 기업의 스토리가 훼손되지 않는 이상 기업과 계속 동행하는 가치투자가 있을 수 있다. 그리고 그런 나에게는 6년 전의 두 기업에 투자한 사례가 있다.
첫 번째 기업, 삼성출판사:
6년 전 오늘 32% 수익에 좋아했던 이 회사는 현재 2만 원 이상이다. 팔지 않고 BUY AND HOLD 했다면 300% 수익 가능했었다. 참고로 이 회사는 '삼성'과 여전히 관련이 없는 회사다. 자회사도 아니고, 관계사도 아니다.
그리고 32%의 수익률도 10년도 아닌 6년 전의 일이다. 그 당시에 썼던 슬로건 slogan이, Buy and Hold; Wait and See; Dividend의 세 가지인데, 결과적으로 삼성출판사는 이 세 가지 중 어느 것에도 해당이 안된다.
이 회사는 6년 전에 5천 얼마에 사서 7천 얼마에 매도했다. 그 당시에는 환희의 매도로 기억된다. 약 2-3개월 안에 32%의 수익을 거두었으니, 생각보다 짜릿했다. 그러나, 이 기업의 1주 가격은 2만 얼마다. 내가 이 기업을 잊은 지난 6년간, 이 회사는 적어도 (시가 총액 상으로는) 3배 이상 성장했다. 내가 그 당시에 이 회사를 덜 분석했을까, 그렇지 않다. 이 회사와 관련된 글도 꽤 많이 썼거, OXFORD노트에 필기도 하면서 회사의 기본적 재무에 대해 공부하며, 적정 가치에 대해 분석했었다.
이 회사에 대한 투자는 가볍지 않았다. 단지 시계 time horizon이 아주 짧았을 뿐이다. 반면, 실생활에서 (당시, 첫째 아이 3살)의 육아 생활에 따르는 피터 린치식 생활 밀접형 투자였다. 내 아이가 좋아하는 삼성출판사의 책은, 다른 아이들도 좋아할 것이다. 나와 내 아들이 모두 좋아하는 이 책들은, 다른 아이들과 그 아이들의 부모들도 좋아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년 전 삼성출판사가 지금 이 모습이 될 줄 누가 알았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투자는 잘한 투자였다. 애초에 단기적 목적으로 들어갔으니, 단기로 나오는 것이 맞다. 소기 목적을 달성하였으면, 뒤돌아보지 않고 달리는 것이 맞다. 그러나, 가끔 잊을만하면 이렇게 6년 전 오늘을 추억하라고 네이버에서 계속 허리를 콕콕 COCCOC 찌른다. (6년 전 오늘)
두 번째 기업, 진양화학:
이익의 성장이 배당금 성장으로 나타나며 주가가 급등한 회사; 재미있는 것은 이 회사의 실적이 매 분기 작년 동기 대비 30-50% 이상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요지부동이었다. 그러나, 배당금의 증액 시점과 동시에 2배 성장한 회사다. 물론 계속 보유를 할 수 있었지만 (바꿔 말하면, 이익 삭감 요소가 그 당시에 보이지 않았지만, 반대로 이익 급등 요소가 더 보이지 않아) 결국 매도했다. 이 회사의 지금 가격은? 배당 컷(중단) 및 이익 삭감으로, (내 기준으로는) 최악의 회사가 되었다.
하지만, 이 역시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한 투자다. 1주당 1천 얼마에 사서 2천 얼마에 배당금 또한 1회 받고 시세 차익을 100% 넘게 내았고, 그 이후에 추가적으로 30% 이익을 주었다. 위의 회사보다 시계는 조금 길었다.
이 회사의 6년 후 1주당 가격은 4천 얼마: 계속 보유 시 6년간 30% 이익이다. 뭔가 확 와 닿지는 않는다. 때 맞춰 팔 길 잘했다는 생각이 여전하다.
그래서, 뭣이 중한데?
첫째: 시계가 중요하다. (요새 시계에 환장하는 분들 많은데, 그 시계 말고, 시계 time horizon) 즉, 목표 설정이다. 월급쟁이들은 매년 목표 설정을 한다. 그것을 KPI라고 부르는데 막상 우리의 투자 포트폴리오에는 KPI와 같은 목표 설정이 약하다. 혹은 두리뭉실하다. KPI 목표 설정이 두리뭉실하면, 결과 또한 두리뭉실할 수밖에 없다. 한 회사의 지분을 소유하고자 한다면 적어도 단기/중기/장기라는 time frame에서 골라야 할 것이다. 그 시계에 따라 회사의 지분을 (단계적으로) 매입하고 적정 가격에 도달하면 (단계적으로) 매도한다. 배당은 덤이다.
둘째: 회사가 훌륭해야 한다. 두말하면 잔소리, 좋은 회사보다는 뛰어난 회사, 뛰어난 회사보다는 훌륭한 회사가 좋다. 물론 훌륭한 회사보다는 위대한 회사가 좋겠다. 그렇지만 우리 같은 개인 투자자의 눈에 쉽게 들어오지는 않는다. 삼성출판사는 종이책의 놀이문화(핑크퐁티비/모빌/종이접기등)으로 변화하면서 시대적 흐름에 잘 올라탔다. 진양화학 또한 짧은 시계 (1-2년) 속에서는, 순이익이 몇 배나 성장하고 배당이 껑충 뛰는 훌륭한 기업이었지만, 단기적, 중기적 실적이 뛰어나다고 해서, 훌륭한 기업의 필요충분조건이 될 수는 없다. 실적이 꾸준히 치고 올라와야 즉 실적의 연속성이 뒷받침되어야 훌륭한 기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진양화학의 장판 사업은 삼성출판사의 IP사업과 비교*했을 때, 가격 p와 물량 q 모든 면에서 뒤처질 수 박에.
* 수익성, 영업능력, 마케팅 등. IP에 올라탄 핑크퐁, 아이들의 눈높이, 맞벌이의 증가, 독박 육아의 서러움,?
투자는 현재 진행형이지만, 우리는 과거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6년 전 보유했으나, 현재는 보유하지 않는 기업; 6년 전 보유하고 있으며 여전히 보유하고 있는 기업,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우리의 투자는 때때로 뒤돌아볼만하다. 왜냐하면 이런 물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놓쳐서 300%의 이익을 줄뻔했던 저 기업(삼성출판사)가 지금부터 6년 뒤, 나에게 300%의 이익을 줄 수 있을 것인가?
- Jeong Lee 자아비판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