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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노자 정리 Mar 06. 2020

부산, 서울, 아부다비 찍고 런던

목적이 이끄는 삶 (1): my case

이 이야기는 인터뷰의 형식을 따서 본인의 삶에 큰 변화를 주었던 2014년 말의 어느 시점부터 현재까지의 삶을 고찰하는 작은 이야기입니다. 총 10편의 이야기가 준비되어있고, 오늘 그 첫 번째 이야기를 시작하려 합니다.



1. 진급을 앞둔 직장인 8년 차의 유학 결심.



큐에스 (QS)라는 직업에 대해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Quantity Surveyor (이하 QS)라고 한국말로 번역하면 수량 측정가 정도가 되겠는데 (적산가) 사실 이 Quantity Surveyor를 처음 접한 것은 해외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면서 회사에서 QS를 별도 고용하게 되면서 그 존재에 대해 해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의 영국 유학 결심 동기는 이 QS에 대한 설명 없이는 진행이 불가합니다. [1]


입사 교육 시점에 건설 컨설팅 전문가가 오셔서 QS에 대해서 하기와 같이 언급한 바 있지만 '흘려' 들었습니다.



"QS는 영국 RICS (Royal Institution of Chartered Surveyors: 영국 왕실 공인 Surveyor 협회)에 '공인' 받아야지만 '공신력 (public trust)'를 얻는다.

여러분, 언제 영국 왕실의 공인을 받아보겠어요? QS는 꼭 기억해 두세요."

신입사원이었던 그 시절에는 그런 세계에 대해서 전혀 인지 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몇 년간을 한국식 건설업에 익숙해졌을 때 즈음, The QS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영국 사람이었는데 이 분이 일하는 방식과 사고하는 틀이 범상치 않아서 많이 놀랐습니다.


첫째, 영국 사람의 '영어 (말하기/쓰기)'에 놀랐고;

둘째, 그 사람의 '직무 수행 능력'에 놀랐고;

셋째, 그 사람이 속한 '환경'에 놀랐습니다.


일단 QS라는 직종 (혹은 자격)은 한국에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었고 (2020년 글을 쓰는 시점 3월 현재) Member of RICS에 등재된 한국 사람은 100명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참조)

당연히 그 시점에도 QS라는 분야는 생소했지만 선진 문물에 관심이 많은 '일부' 선배님들은 QS의 존재에 대해 잘 알고 계시더군요.



"야 쟤네들은 우리랑 좀 달라. 건설에 대해서 4년? 공부하고 1년간 무슨 도제 수업을 받고 그 후에 '시험'도 쳐야 자격을 준다고 들었어."

발주처에게 한 장의 공문 Letter를 쓰더라도 관련 계약 문구를 꼼꼼하게 점검하여 인과관계를 검토에 검토하고 Risk/Benefit을 동시에 고려하여 공문 Letter를 기안했으며, 이를 토대로 발주 처의 담당자와 주어진 현안에 대해 Letter의 draft를 기반하여 구두 논의 verbal discussion을 한 뒤에 어느 정도 서로 간에 이해 consensus를 만들고 나서 letter를 송부합니다.

계약적 지식: 우기기 = 2:8 인 한국식 공무와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었으며, 그와 일하는 것이 저는 너무나도 즐거웠습니다.


그래서,

QS라는 '자격'을 취득하는 것을 첫 번째로 목표로 하여 APC (Assessment of Professional Competence) [2] 과정에 등록하게 되었습니다. 정식 회원 member는 아니지만 candidate가 되었다는 사실 만으로 저는 너무나도 기뻤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한국 서울 사무소에서의 QS와의 동행은 끝나고 아부다비 현장으로 발령받았습니다. 

해외 현장에서 근무를 해 보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저의 첫 해외현장인 아부다비의 근무환경은 OECD 등록된 국가들 중 근무 시간 working hour 기준으로 극악인 현장이었습니다. 칠레의 신발공장 노동자 근무시간의 1.3배 정도 되는 주 6.5일 근무 (격주 금유일 휴무)에 몸과 마음이 피폐해지는 최악의 조건 속에서도 저는 희망이 있었고, 모든 상황과 주어진 업무 환경 속에서 QS의 자세를 적용하려 노력하였습니다.


현장에는 QS가 없었기에 대부분의 상황에 대한 go/not go를 제가 판단하여 진행해야 했으며, 굵직굵직한 계약 분쟁 contract dispute 또한 제 손에서 시작하여 제 손에서 종결이 되었습니다. 구매/공무의 가장 힘든 항목인 'Expediting (독촉)'은 제 삶을 너무 피폐하게 만들어갔지요. 아부다비 Abu-Dhabi에서 샤르자 Sharjah까지의 2시간 가까이 되는 거리를 차를 타고 달려가 작업 점검과 각종 검사 및 품질 관련 업무도 수행하였습니다.

이런 삶 속에서 APC의 성공적 수행을 위해 4000자(영문) 자기 경력 기술서와 3000자의 case study를 써내려 갔지만 MENA (Middle East Nothern Africa) RICS APC 사무소에서는 저에게 쓰디쓴 아픔을 주며 첫 탈락의 고배를 마시게 하였습니다.


그러면서도 그 끈을 절대 놓을 수는 없었습니다. 하여 숨 가쁜 근무 시간이 끝나면 각종 콘퍼런스 및 워크숍에 참석하여 RICS에서 제공하는 교육과 토의에 참여하고 식견을 넓혀갔습니다. 이 시점부터 계약서의 standard에 관심을 가지고 깊게 공부를 하기 시작했으며 common sense construction law라는 책도 읽으며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운 직장생활에서 주변의 그 누구도 추구하지 않는 나 홀로 전문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혹서기에는 점심시간이 3시간이었는데 저는 이 시간을 저의 '발전'을 위해 온전히 쏟았습니다.)


그렇게 규칙적으로 잘 살아왔는데,  굵직굵직한 계약 관련 분쟁들이 사방에서 터지면서 QS에 대한 열망은 흐릿해지고, 몸에서 힘이 빠지니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이렇게 살다가는 QS고 뭐고 회사를 위해 평생 일만 하다가 그냥 저기 차장님 부장님 상무님 전무님처럼 '회사를 위해' 살다 가겠구나.
내가 이 땅에 온 목적이 이런 건가? 그건 아닌데. 무엇을 추구하여야 하나?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당장에 찾지 못했고 그저 바쁜 삶 속에 하루하루 지쳐갔지만 마음속에 단 두 가지만은 반짝반짝 빛나던 때였음을 기억합니다.


곧, QS의 타이틀인 MRICS (professional member of RICS)를 명함에 달 것이며;

내가 이 땅에서 사는 목적이 회사의 이윤을 높이기 위해서가 아니다. 다만 아직 그 목적을 찾지 못했을 뿐이다.

그리고 수많은 질문들이 제 뒤를 졸졸 따라오며 저를 괴롭혔던 때입니다.


예를 들면:

석유/가스  oil and gas 산업의 고질적인 문제들, 정유업체와 중동 발주처의 권위적이며 불합리한 계약 조항들, 상위 30%인 아랍 에미리 미트의 시민들을 위해 왜 우리 회사는 손해를 감수하며 이 일을 하는지? 왜 우리는 삼국인들을 우리 월급의 1/10만 주면서 부리면서 그들에게 전혀 고마워하지 않는지? 왜 그들을 착취하며, 왜 우리는 발주 처를 위해 이렇게 일을 해야 하는지? 이 사업 구조의 문제는 알고 있지만 왜 우리 회사는 그리고 다른 회사들도 이 산업에 변화를 중 생각은 하지 않고 서로 저가 수주에 목이 말라 결국 우리가 우리를 서로 해치는지? 왜 발주 처의 월급쟁이들은 적정한 휴가와 일과 삶의 균형이 보장되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한 지? 왜 나는 가족 들을 데려와서 이렇게 아이들과 아내를 고생만 시키는지?


이러한 질문을 해오던 저에게 아내가 말합니다.



“영국에 다녀올게”



2편: "가나안의 열두 정탐꾼, 아내가 떠나다"에서 이어집니다.




[1]

조금 쉽게, 건설업에 속하지 않은 사람을 위해 설명하면, 아파트를 짓기 위해 필요한 모든 '재료 (콘크리트의 양, 철근의 두께, 길이, 시멘트의 종류, 양, 페인트의 종류, 전등의 종류.. 등등)'를 파악하고 그 목록을 작성하고, 그 목록의 작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목록에 대한 'cost'를 산출하여 합리적인 '가격'을 산정하는 사람.

(더 광의적 의미에서는 '하기'의 영역에도 능통한 사람을 의미합니다.)

'하기'

Contracts 계약

Cost Management 비용 관리

Design and Specification 디자인과 상세 사양 관리

Procurement 구매, 조달

Project Management 프로젝트 관리


[2]

APC process: (참조): 4년제 대학의 건설 관련 전공자가 5년 이상의 (QS 관련) 경력을 소유하고 있으면 Preliminary review 과정을 선택해 별도 '도제 과정' Training을 거치지 않고 4000자의 직무 경험 기술서와 3000 자의 Case study를 송부하고, 이어 1시간의 '영어' 인터뷰를 거쳐 통과하면 Professional Member of RICS 가 될 수 있다. 상세한 사항은 APC Process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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