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호, 첫 번째 두드림
이 글은 상식의 노크, 콕: 첫 번째 두드림의 '콕X현재' 부분에 수록된 글입니다. 정식으로 콕COC과 저작권 계약이 되어 출판된 글이므로 무단 전재/수정/재배포는 저작권 법에 의해 처벌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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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한 온라인 글쓰기」
Q: 왜 온라인 글쓰기를 취미로 추천하는 건가요?
A: 생각을 비울 수 있는 좋은 수단이라서요. 혹시 생각이 자꾸만 쌓여서 머리가 복잡하지 않으세요? 그러면 온라인 글쓰기가 필요한 때입니다.
생각이 쌓인다는 게 어떤 걸까요?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습니다. 머릿속에 뭔가 떠오르면 바로 말로 표현하는 사람과 생각을 곱씹고 정리한 후에야 말로 표현하는 사람이죠.
그런데 후자는 말을 안 하거나 못 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생각을 정리하다가 말할 타이밍을 놓쳐서요. 혹은 머릿속에서 생각을 이리저리 굴리다가 오히려 더 복잡해져서 말로 표현할 수 없게 되기도 하죠.
그렇게 표현되지 않은 생각은 어디로 갈까요? 아무 데도 안 갑니다. 그냥 그 자리에 쌓여요. 그러다 보면 머리가 답답해집니다. 배설을 못 하고 먹기만 하면 속이 거북 해지는 것처럼요.
더군다나 요즘은 워낙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이다 보니까 사람들이 서로 만나서든 전화로든 실컷 이야기할 시간을 내기가 어렵잖아요. 그러니까 많은 사람이, 평소에 생각나는 대로 말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마저도 생각이 겹겹이 쌓이는 마음의 변비에 걸려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생각을 시원하게 배설하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글쓰기입니다. 아시다시피 종이와 펜만 있으면, 혹은 폰 하나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는 간편한 행위죠. 글쓰기는 막연히 어렵다고들 생각하죠? 하지만 그건 생각하기 나름입니다. 내가 누군가에게 돈을 받고 팔 작품을 쓴다고 하면 네, 돈값을 해야 하니까 어려울 수 있어요. 하지만 취미로 한다면요? 어차피 재미로 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잘 써야 한다는 부담만 줄이면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연재물의 제목이 <만만한 온라인 글쓰기> 예요. 앞으로 취미로 만만하게 글쓰기를 즐기는 방법을 문답 형식으로 소개하려고 합니다.
그러면 왜 하필 ‘온라인’일까요? 그냥 혼자 일기장에 쓰면 안 되냐고요? 물론 되죠. 하지만 기왕이면 온라인에 공개적으로 쓰길 권합니다. 왜냐하면 글쓰기도 말처럼 나를 ‘표현’하는 행위거든요.
우리가 말할 때 뭐가 필요한가요? 들어줄 사람이죠. 바로 앞에 앉아 있든, 어딘가에서 전화기를 들고 있든 간에 청자가 필요합니다. 어떤 사람과 말이 잘 안 통할 때 ‘벽에 대고 말하는 것 같다’고 하죠? 벽에 대고 혼자서 말하는 건 답답합니다. 아무 반응도 돌아오지 않고 그냥 내 말이 허공에 흩뿌려져 버리니까요. 가는 말만 있고 오는 말은 없으니까요.
표현은 나를 드러내는 행위입니다. 드러낸다는 건 봐줄 사람이 있을 때만 가능하죠. 그래서 우리가 글을 쓸 때도 읽어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표현하고 싶은 욕망이 충족되니까요.
그런데 우리가 글 쓰고 나서 주변 사람들한테 봐 달라고 하기 솔직히 어렵잖아요. 일단 아는 사람한테 내 글을 보여주는 게 민망해요. 또 글을 읽으려면 말을 들을 때보다 많은 정신력이 필요합니다. 수고스러운 일이죠. 그걸 어쩌다 한 번이면 모를까 매번 즐겁게 해 줄 만큼 시간적으로든 심적으로든 여유 있는 사람은 아마 많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온라인에 글을 쓰면 누군가는 읽어요. 그게 누가 될진 모르지만요. 읽은 사람이 ‘좋아요’든 댓글이든 어떤 흔적을 안 남기면 누가 읽었는지 영영 모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어쨌든 누가 읽긴 읽습니다.
더군다나 내가 읽어 달라고 일일이 찾아다니며 부탁할 필요도 없습니다. 나는 글만 써놓으면 검색을 통해서든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서든 누군가는 와서 읽습니다. 얼마나 편해요? 가만히 있는데 사람들이 알아서 내 글을 읽는다니!
어디 그뿐인가요, 굳이 내 정체를 밝힐 필요도 없습니다. 원하면 얼마든지 익명으로 활동할 수 있어요. 주변 사람들에게 글을 보여줄 때만큼 민망하지 않다는 거죠. 어차피 모르는 사이인데요, 뭐.
정리하자면 온라인 글쓰기는 큰 부담 없이 내 생각을 배출함으로써 표현욕을 충족하고 머리를 비우는 행위입니다. 평소에 생각이 너무 많아서 답답한 사람,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게 불편하거나 그럴 기회가 많지 않은 사람, 누가 됐든 좋으니 내 생각을 들어줄 사람이 필요한 사람에게 온라인 글쓰기는 훌륭한 취미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Q: 온라인에 글을 쓰려면 어디가 좋을까요?
A: 중요한 것은 나만의 공간을 갖는 겁니다. 다른 사람의 글 없이 오로지 내 글만 차곡차곡 쌓이는 공간이요. 그래야 글이 하나 둘 늘어나는 것을 눈으로 보면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거든요. 그 공간에 애정도 생기고요. 그게 글쓰기를 지속하는 힘이 됩니다.
그런 면에서 카페나 커뮤니티는 취미 글쓰기를 하기에 좋은 플랫폼은 아니에요. 내 글이 무수히 많은 사람의 글 속에 파묻혀 버리니까요. 카페나 커뮤니티에 글을 쓰는 것은 비유하자면 넓은 광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 속에서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내 말이 그냥 공기 중에 흩어져버려요. 더욱이 카페나 커뮤니티마다 특유의 분위기가 있기 때문에 내 생각을 자유롭게 개진하기 어렵죠.
그러면 어디에 나만의 공간을 만들 수 있을까요? 제가 추천하는 플랫폼은 네이버 블로그, 인스타그램, 브런치입니다.
네이버 블로그
우선 네이버 블로그는 잘 아실 거예요. 네이버에서 뭐든 검색하면 상단에 네이버 블로그 글들이 뜨니까요. 그게 바로 네이버 블로그의 장점이기도 합니다. 내 글이 잘 노출된다는 거죠. 우리가 굳이 온라인에 글을 쓰는 이유는 누군가에게 읽히고 싶기 때문이잖아요. 네이버 블로그는 내가 가만히 있어도 사람들이 들어와요. 검색 결과로 노출되니까요. 물론 처음부터 하루 방문자가 몇백 명씩 되진 않겠죠. 하지만 중요한 건 내가 따로 홍보를 안 해도 사람들이 알아서 들어온다는 겁니다.
게다가 네이버 블로그는 쉽습니다. 요즘 네이버 계정은 다들 하나씩 있잖아요? 그러니까 그냥 네이버 들어가서 블로그 개설하고 바로 글 쓰면 돼요. 사실상 진입장벽이 없죠.
인스타그램
인스타그램 역시 잘 아실 겁니다. 어쩌면 그래서 고개가 갸웃할 수도 있을 거예요. 알다시피 이미지 위주의 플랫폼이니까요. 그런데 인스타그램에 글 쓴다고 누가 뭐라고 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에서 #글 스타 그램이나 #짧은 글 같은 해시태그로 검색하면 이미 많은 사람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인스타그램에 글을 쓸 때 장점이 뭘까요? 글이 좀 부족해도 이미지로 때울 수 있다는 겁니다. 내 글이 어딘가 어설프게 느껴져도 그럴싸한 사진이 같이 나오면 또 괜찮아 보여요. 아예 하늘이나 별, 바다 사진 위에 글씨를 입혀서 글을 이미지로 만들어 올리는 방법도 있고요.
인스타그램도 네이버 블로그만큼은 아니어도 해시태그를 통해 자동으로 내 글이 노출돼요. 그리고 비즈니스 계정이나 크리에이터 계정으로 전환하면(추가 비용 X) 하루에 5,000~10,000원 정도의 광고료로 내 글을 수많은 사람에게 노출시킬 수 있어요.
브런치
브런치는 생소한 분도 있을 텐데 카카오에서 운영하는 글쓰기 전문 플랫폼입니다. 한번 들어가 보면 ‘아, 글만 쓰라는 거구나’ 하고 감이 오실 거예요. 흰 바탕에 글씨만 있거든요. 스킨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아요. 사용자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글을 쓰는 것뿐입니다.
이렇게 글쓰기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게 브런치의 최대 장점입니다. 그래서 네이버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에 비해 길고 진지한 글이 많이 올라옵니다. 그리고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내 글이 저절로 노출돼요. 플랫폼이 알아서 누군가에게 내 글을 소개해준다는 거죠.
단, 위의 두 플랫폼과 달리 브런치는 심사를 통과한 사람에게만 글 쓸 자격이 주어져요. 그래서 진입장벽이 있죠. 하지만 좀 더 전문적으로, 본격적으로 글을 써보고 싶다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문을 두드려볼 만한 플랫폼입니다.
자, 제가 온라인 글쓰기를 위해 추천하는 플랫폼은 이렇게 세 가지입니다. 눈치채셨겠지만 내가 가만히 있어도 글이 조금이나마 노출된다는 게 공통적인 장점이에요. 글은 읽히라고 쓰는 거니까요.
혹시 셋 중에서 뭘 선택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제가 정해드리죠.
1. 제일 쉬운 게 제일 좋다 → 네이버 블로그
2. 글이 안 되면 사진으로라도 때우고 싶다 → 인스타그램
3. 글 좀 쓴다는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다 → 브런치
물론 꼭 한 플랫폼만 고집할 필요는 없습니다. 여건이 된다면 여러 플랫폼에 동시에 글을 쓰다가 가장 잘 맞는 곳을 골라도 좋겠죠. 저는 몇 년간 브런치에 글을 썼고 지금은 인스타그램이 주력 플랫폼입니다.
중요한 건 나만의 공간, 내 글이 차곡차곡 쌓이는 공간을 만드는 거예요. 말했다시피 글이 쌓이면서 생기는 성취감이 취미 글쓰기의 원동력이자 활력소가 됩니다. 아직 그런 곳이 없다면 지금 바로 만들어보세요._____________
다음 호 줄거리
Q: 온라인에 글을 올리려니까 너무 부끄러운데요?
부끄러움의 원인과 극복법, 그리고 같이 읽으면 좋은 책.
김고명
90년대 중반 PC통신 하이텔 게임 게시판에서 글 쓰는 재미를 알았다. 꾸준히 글을 쓰다가 번역가가 됐고 역시 꾸준히 글을 쓰다가 <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해보고 싶습니다>를 출간했다. 지금도 인스타그램(@highlight_kim)과 브런치(@glmat)에서 계속 글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