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부자의 밀실, 유진

9월호, 첫 번째 두드림

by 외노자 정리

이 글은 상식의 노크, 콕: 첫 번째 두드림의 '그 사이에 콕'에 수록된 글입니다. 정식으로 콕COC과 저작권 계약이 되어 출판된 글이므로 무단 전재/수정/재배포는 저작권 법에 의해 처벌될 수 있습니다.

상식의 노크, 콕: https://linktr.ee/COC2020


▌「나부자의 밀실」


어느 지방의 작은 마을, 그곳에서 가장 부유한 ‘나부자‘가 자신의 신변 보호를 위한 경호를 해터에게 의뢰했다. 해터는 어마어마한 의뢰 금에 눈이 돌아가 서울에서 평안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재빨리 짐을 싸 들고 그 마을로 향했다. 마을은 상당히 외진 산골에 위치해 있었고, 인구수 자체도 그리 많지 않았다. 해터는 얼마 전 음주운전으로 인해 면허가 정지당했었기에 마을로 향하는 유일한 버스를 타고 그곳의 유일한 정류장에 도착했다. 12시간마다 한 번씩 운행하는 그 버스에서 내리자 정류장엔 마을의 이장 체셔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체셔는 며칠 전부터 나부자의 신신당부에 따라 해터가 이 마을에 오는 시간에 맞춰 그를 안내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마을의 길은 대부분 잘 정비되지 않은 진흙투성이에다가 벌레가 득실거렸고, 소나 닭, 돼지 같은 것들이 거리를 종횡무진 누비고 있었다. 현지의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의 안내가 아니라면 나부자의 집을 찾는데 꽤 고역일 것이다. 체셔는 마을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마을의 가장 안쪽에 위치한 나부자의 저택으로 해터를 안내했다.

저만치서부터 보이는 나부자의 저택은 1층 집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크기가 컸으며, 담벼락은 없었지만 외관상 보기에 보안에 상당히 신경을 쓴 것처럼 보였다. 해터는 두 손을 주머니에 찔러놓은 채 가까이 가서 집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살펴보니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수단이라곤 창문 네 개와 대문 하나가 전부였다. 창문은 밖에서 안을 들여다볼 수 없는 상태였기에 집 안의 모습을 확인할 순 없었다. 벽을 포함한 지붕은 최첨단 소재로 만들어져 있는지 드릴로 박아 넣어도 흠집 하나 나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집의 뒤쪽으로는 산 위로 올라가는 길이 있는데, 그 위에서 올려다봤을 때도 역시 지붕에도 창문 하나 없이 저택 내부로의 침입을 허용하지 않고 있었다. 해터는 여유롭게 산책이라도 하러 나온 사람처럼, 시종일관 주머니에서 손을 빼지 않고 이 모든 사항들을 두 눈으로 확인했다.

해터는 이제 다 됐다며 체셔에게 나부자를 불러 달라고 요청했다. 체셔는 저택의 정문 앞에 서서 초인종을 눌렀다. 이후 나부자가 문을 열어 주기 전까지 해터는 저택의 유일한 문을 살폈다. 문은 딱 봐도 상당한 두께로 물리적인 힘을 통해 뚫어내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아무 장식도 없는 육중한 문은 앞에 선 이들에게 위압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도대체 나부자는 왜 이렇게 자신의 집에 대한 보안 장치들로도 모자라 경호 업체 사장까지 불러들인 걸까. 상황을 모르는 해터로선 이해하기 힘든 처사였다.

그런데 체셔가 초인종을 다섯 번 이상 누를 즈음부터, 해터는 이상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눈치를 보니 체셔 역시 당황한 듯 보였다. 해터는 재빨리 문을 열기 위해 문고리를 돌려 잡아당겼다. 하지만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잠금장치가 잠겨 있었던 것이다. 이럼 도저히 들어갈 방법이 없을 것 같은데, 하는 생각에 해터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체셔에게 물었다. 체셔는 마을에 나부자와 내연 관계에 있는 ‘음탕해’라면 문을 열 여분의 열쇠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터의 부탁에 따라 체셔는 곧바로 음탕해를 데려왔고, 실제로 그녀는 열쇠를 가지고 있었다. 열쇠는 굉장히 복잡한 쐐기들이 섬세하게 장식되어 있는 형태였다. 음탕해가 열쇠로 문을 열자마자, 체셔는 나부자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저택 안으로 재빨리 먼저 들어갔다.

해터는 일단 음탕해에게 여분의 열쇠가 더 있는지, 열쇠가 사라지거나 주위에 이상한 낌새가 느껴진 적은 없었는지 확인했다. 그에 음탕해는 손사래를 치며 나부자가 워낙 의심이 많은 성격이라 열쇠는 이 세상에 단 두 개이고, 절대로 복사할 수 없는 구조로 만들어져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자신은 나부자와의 내연 관계를 숨기기 위해 열쇠를 항상 몸에 지니고 있었으며, 실제로 지금 그것을 가져오기 전까지도 열쇠는 한 번도 사라진 적이 없었다고 한다. 아마 그녀의 태도나 장담으로 판단컨대, 분명 열쇠가 도난당하거나 사라진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저택 안에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해터는 그것이 체셔의 비명소리임을 깨닫고, 음탕해에게 정문을 지키고 있으라고 지시한 뒤 재빨리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저택 내부가 워낙 넓어서 그런지 해터는 체셔의 비명소리의 방향을 헤아려 이동하는데도 몇 번이고 헤매게 됐다. 그 과정에서 그는 벽에 박혀 있는 네 개의 창문을 각각 발견했는데, 창문들은 모두 잠겨 있었다. 그것들은 모두 특수한 경첩이 달린 창문이었는데, 안에서 잠그면 바깥에서 열 수 없는 구조였다. 밖에선 잠금장치를 통제할 어떤 수단도 없는 구조인 것이다.

해터는 40초가량은 지나서야 체셔가 놀라 자빠져 있는 안방에 도착했고, 그곳에 나부자는 잔인하게 살해당한 상태로 누워있었다. 얼핏 보기에도 시체는 싸늘하게 식어있었고, 직접적인 사인은 집 안의 식칼로 인한 자상인 듯하다. 실제로 찔린 배 주변으로 피가 흥건했고, 몸 밖으로 나 온 지 꽤 됐는지 응고되어 있었다. 집 안의 온도는 춥지도 덥지도 않았다. 저택의 대문을 열 수 있는 나머지 열쇠 하나는 피 웅덩이 속에서 함께 굳어져 있었다. 해터는 머리가 지끈거림을 느꼈다. 정황상 보건대, 나부자의 죽음은 밀실 살인인 것이다.

체셔는 손을 덜덜 떨며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도착한 형사들은 수사에 착수했다. 간단한 검식 결과 나부자는 전날 밤에 죽은 것으로 추정되고, 해터와 체셔의 증언에 따라 저택의 대문이 굳건히 잠겨 있었던 걸 확인했다. 게다가 해터가 집 안에 들어와 곧바로 둘러본 결과, 창문들 역시 확실히 잠겨 있었음을 확인했다. 형사들은 이를 밀실 살인이라 판단해 여분의 열쇠를 가진 음탕해를 조사했으나, 그녀는 열쇠를 더할 나위 없이 잘 보관하고 있었을뿐더러, 범행 추정 시각 당시 다른 남자와 시간을 같이 보내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그리고 그것은 사실로 판명 났다. 음탕해가 나부자를 죽이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나부자의 죽음에 일말의 책임감을 느낀 해터는 경찰들의 조사에 최대한 협조하고 그들의 수사에 비공식적으로 참관하기로 했다. 오랜 기간 보안 업체에서 엘리트로 이름을 날렸던 해터였기에 그 명성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형사들 역시 마지못해 수긍했다.

먼저 형사들은 마을 사람들과의 대면 조사를 통해 나부자와 직접적인 원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형사들의 판단에 따라 용의자는 셋 정도로 줄어들었는데, 그들은 각각 내연녀 음탕해의 남편 A, 나부자에게 빚을 진 농부 B, 그리고 나부자와 사이가 좋지 않은 주민 C였다.

A는 음탕해의 외도 사실을 알고 있었고, 나부자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는 상태였다. 애당초 음탕해는 결혼 직후 자신의 집에는 거의 들리지 않으며, A와 마주치는 시간을 피해서만 움직일 정도로 사이가 별로였다고 한다. A는 전날 밤늦게까지 다른 이들과 술잔을 기울였던 것으로 판명됐고, 이후의 행적에 대해선 아무도 아는 이가 없었다. 그는 도시 생활에 환멸을 느껴 귀농한 직장인인데, 새로운 농법을 이용한 작물 재배를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B는 도박 중독자로 다른 도시에 원정을 갔다 올 정도로 도박을 좋아했다. 하지만 실력은 그리 좋지 못했는지 매번 돈을 잃었고, 그래서 나부자에게 사정사정을 해 거액의 돈을 빌려왔다. 문제는 B가 그 돈을 갚을 능력이 없었으며, 얼마 전부터 나부자가 그에게 돈을 갚으라고 닦달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둘이 대로변에서 언성을 높이며 싸우는 모습을 봤다는 주민들이 몇 있었다. B는 범행 추정 시간에 혼자 집에서 TV를 보고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이를 증명할 수단은 없었다. B은 뛰어난 열쇠공으로, 그 손재주를 이용해 마을 주민들의 여러 농기구들을 고쳐준 뒤 품삯을 받는 형식으로 살아왔다.

마지막으로 C는 나부자가 이곳으로 이사 왔을 때부터 사이가 안 좋았는데, 왜냐하면 나부자가 대부호라는 사실이 마음에 안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상 뒤에서 주민과 함께 나부자를 비난하기 일쑤였고, 술김에 언젠가 저 녀석을 죽여버리고 말겠다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실제로 그는 종종 길을 거닐던 나부자와 마주치면 다짜고짜 시비를 걸곤 했다. 심지어 범행이 일어나기 3일 전에는 치고받고 싸웠다는 목격담도 수집됐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C가 두드려 맞았었다고 한다. 범행 추정 시각에는 나부자에게 두드려 맞은 몸에 얼음찜질이나 하면서 집에서 혼자 쉬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형사들이나 해터가 보기에 C가 몸을 가누는 데에는 전혀 이상이 없어 보였다.

용의자 셋 모두 나부자를 잔인하게 찔러 죽일 정도의 신체 능력을 가지고 있었고, 알리바이가 모호하며, 살해 동기가 확실했다. 하지만 형사들은 이들 중 범인이 누군지 도저히 밝혀낼 수 없을 것 같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사건을 빨리 해결하지 못하면 곧 나부자의 죽음은 매스컴에 대서특필 되어 지방 분위기가 아수라장이 될 것이 분명했다. 해터는 얼마 지나지 않아 빙긋이 웃더니 맞는 말이라며 맞장구치고 범인의 이름을 말했다. 형사들은 그의 판단을 믿고 조사해 추궁한 결과, 실제로 해터가 말한 이가 나부자를 죽였음을 밝혀내는 데 성공했다.


범인은 누구고, 어떻게 밀실 살인을 해냈을까?

마을 주민들은 모두 한 번 이상 나부자의 저택 안으로 들어간 적이 있다.




유진


범인이 누구고, 어떻게 살인이 이루어졌는지 구체적인 사건 경위를 맞히시는 분에게는 추첨을 통해 소정의 상품을 드립니다.


〮 정답 보내는 곳 : drleepr@gmail.com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과거에서 현재로 넘어온 질문